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회의에서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와 한덕수 무소속 대선 예비후보와의 단일화 관련해 “김문수 후보 스스로 한덕수 후보와 전당대회 직후 바로 단일화를 하겠다고 본인 입으로 얘기하지 않았냐”라며 “우리 당원들이 원하고 요구하는 단일화 꼭 하도록 해달라”고 말했다. ⓒ 유성호
"알량한 대통령후보 자리를 지키려고 하는 한심한 모습이다." -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지금 진행되는 강제 단일화는 저를 끌어내리려는 작업이기 때문에 법적 분쟁으로 갈 수 있다. 즉시 중단하라." -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
6.3 조기대선을 26일 앞두고 국민의힘 지도부가 당 대선후보에게 인신공격성 비판을 가하는 등 정면 충돌했다. 전직 대통령 윤석열씨의 탄핵으로 치러지는 대선에서, 윤석열 정부 최장수 총리였던 무소속 한덕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 문제를 두고 국민의힘이 '사분오열'의 길로 빠져들고 있다.
정면돌파 김문수, 11일 데드라인 거부하며 "법적 분쟁" 언급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자신의 선거 캠프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한덕수 무소속 대선 예비후보와의 단일화 관련해 “이 시간 이후 강제 후보단일화라는 미명으로 정당한 대통령후보인 저 김문수를 끌어내리려는 작업에서 손 떼라”며 “현 시점부터 당 지도부의 강압적 단일화 요구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 유성호
김문수 후보는 전날 의원총회 후 당 지도부가 '8일 양자 토론 후 여론조사 실시'라는 단일화 일정을 강행하겠다고 밝히자 "강제적 후보 교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김 후보는 8일 오전 9시 자신의 경선캠프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힘 지도부는 사전에 계획한 듯 후보 등록도 하지 않겠다는 무소속 후보를 위한 선대위를 꾸리며 김문수를 끌어내리려고 했다"며 "한 후보는 이런 시나리오를 사전에 알고 치열한 경선이 열릴 때 (대통령 권한)대행직을 사임하고 무소속 후보로 등록한 것이냐"고 절차적 공정성에 문제를 제기했다.
김 후보는 "한 후보는 당이 하라는 대로 (단일화)하겠다고 하는데 이대로 가다가는 공멸의 길이고 단일화를 해 봤자 국민의 지지도 얻지 못한다"며 당 지도부의 단일화 강행 움직임에 법적 대응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미 김문수 후보를 지지하는 당협위원장들은 전날 당 지도부가 한덕수-김문수 단일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소집을 공고한 제15차 전국위원회에 대해 개최 금지 가처분을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신청했다.
김 후보는 연일 '후보등록기간인 11일 전까지 한 후보와의 단일화 성사'를 압박하는 당 지도부를 겨냥해 "강제적 후보 교체에 손을 떼라"며 "지금 진행되는 강제 단일화는 저를 끌어내려는 작업이기 때문에 법적 분쟁으로 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어떤 불의에도 굴복하지 않고,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강구해 이 사태를 막아내겠다"며 "저는 후보의 동의를 받지 않고 당이 일방적으로 정한 (금일 단일화) 토론회도 불참하고, 국민의힘 대통령후보의 자격으로 당헌 제74조의 당무우선권을 발동하고 응분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압박했다.
김문수 회견 무시한 지도부... "예정대로 TV토론, 여론조사 시행"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회의에서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와 한덕수 무소속 대선 예비후보와의 단일화 관련해 “후보 단일화는 우리 당원뿐만 아니라 국민 전체의 요구이고 시대의 명령이다”라며 “저를 밟고서라도 두 분 후보님께서 반드시 단일화를 이뤄내서 이번 대선을 승리로 이끌어주시기를 간곡히 호소드린다”라고 말했다. ⓒ 유성호
'법적 대응' 카드를 꺼내든 김문수 후보가 후보등록 마감 전 단일화 압박에도 굴하지 않고 정면돌파를 선언하자 당 지도부는 전날 전체 당원의 82.82%가 '단일화가 필요하다'고 응답한 여론조사를 거론하며 "이성을 되찾으라"고 날을 세웠다. "한심하다"는 비난과 함께 사실상 김 후보가 대선후보로서의 경쟁력이 없어 한 후보를 (대선판에) 끌어냈다고 주장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전날 (당이 의뢰한 전체 당원 대상) 여론조사에서 무려 86.7%가 (선거관리위원회에) 후보 등록을 하기 전 단일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압도적으로 답했다"며 "그런데 당원의 준엄한 명령을 무시한 채 알량한 대통령 후보자리를 지키기 위해 오늘 기자회견까지 여는 모습을 보며 우리 당의 중견정치인인지 의심이 들었다"고 비난했다.
이어 김 후보가 선관위 후보등록 기한 이후 단일화를 제안한 것을 두고 "공직 의식 없이 단순히 대통령 후보로 선출됐다는 그 핑계 하나만으로 (단일화를 바라는) 당원 명령을 거부했다"며 "정말 한심한 모습"이라고 질타했다.
김 후보가 '11일까지 단일화가 성사되지 않으면 본선에 등록을 하지 않겠다는 한 후보를 누가 끌어냈냐'고 당 지도부를 비판한 데 대해선 "김 후보의 지지율이 한 후보보다 압도적으로 높으면 (한 후보가 끌려) 나왔겠나"라며 본선 경쟁력에 의구심도 드러냈다. 더해 "(한 후보보다 지지율이 낮아서) 그래서 김 후보 스스로 '(경선에서) 한 후보와 전당대회 직후 단일화를 하겠다'고 본인 입으로 이야기하지 않았나"라고 꼬집기도 했다.
권영세 비대위원장은 아예 김 후보의 제안을 무시하며 "오늘부터 당 주도의 단일화 과정이 시작된다"고 못 박았다. 권 비대위원장은 "오늘 오후 TV 토론과 양자 여론조사를 두 후보께 제안했다. 토론이 성사되지 못한다 해도 여론조사는 예정대로 실시할 계획"이라며 이날부터 이틀간 '김문수-한덕수 단일후보 선호도 여론조사'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후보와 당 지도부가 단일화를 둘러싸고 평행선을 달리자 당 내부에선 "당의 존립 자체가 위태로워질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왔다. 윤상현 의원은 이날 오전 페이스북을 통해 "대통령 후보 단일화에 대한 당원과 국민의 강력한 요구가 있고 당 지도부의 충정과 고민도 잘 알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이러한 당 지도부의 강제적 단일화는 절차의 정당성 원칙과 당내 민주주의를 무너뜨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윤 의원은 "이렇게 가면 당이 끊임없는 법적 공방의 나락으로 떨어져 당의 존립 자체가 위태로워질 것"이라며 "이런 단일화는 감동도 시너지도 없는 지는 단일화가 될 가능성이 크다. 원칙 있는 패배를 각오해야 길이 열릴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