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 세계 여성의날을 앞두고 '성평등임금공시' 법안이 발의 됐다. 발의자는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이다. 신 의원은 이 법안을 발의하며 네 여성 집단을 떠올렸다고 한다.
먼저, 국회 여성 청소노동자다. 그는 지난 3월 6일 성평등임금공시 법안 발의 기자회견에 앞서 국회 여성 청노노동자들을 만나 장미꽃(참정권을 의미)을 건넸다. 노회찬 전 정의당 대표로부터 정치를 배웠다는 그다. 매해 여성의날을 맞이해 국회 여성 청소노동자들에게 장미꽃을 건넸던 노 전 대표의 뒤를 따른 일이라고 했다. 성평등임금공시 역시 "성평등이 민주주의의 완성"이라던 노 전 대표의 뜻을 잇는 첫 발자국이었다.

▲3.8여성의날을 앞둔 2025년 3월 6일 국회 청소노동자들과 만난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이 장미꽃을 나눠주고 있다. ⓒ 신장식 의원실

▲2024년 12월 28일 오후 서울 광화문 동십자각 일대에서 열린 ‘윤석열 즉각 퇴진! 사회대개혁! 4차 범시민대행진’ 참가자들이 '윤석열 탄핵!"이라고 씌어진 응원봉을 든채 구호를 외치고 있다 . 2024.12.28 ⓒ 최윤석
그 다음은 '형수님'들이다. 20대 때 철거민 반대 투쟁을 하며 만난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이 그들이다. 신 의원은 "특히 여성 저임금 노동자가 겪는 이중고, 삼중고, 사중고를 너무 잘 안다. 그 형수님들을 위해 뭐라도 바뀌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제 20대에 접어든 딸이 눈에 밟혔다. 25세 때 크게 나지 않던 성별임금격차가 35세 이후 급격하게 벌어지는, 임신·출산·육아로 인한 경력 단절로 M자형 임금 곡선을 그리는 그 슬픈 그래프 안에 "딸이 갇히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도 담았다.
마지막으로, 윤석열 탄핵에 앞장섰던 응원봉을 든 2030 여성들이다. 법안 발의 회견문에도 "온 나라를 뒤흔든 내란사태 이후 응원봉을 들고 민주 헌정을 수호한 시민들의 중심에 2030 여성들이 있었다"며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약하며 여성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정치적 자원으로 삼은 윤석열 정부 3년은 너무 길었다. 이제 온전한 성평등임금공시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의원이 발의한 법안의 핵심은 성평등 임금 공시 의무를 법에 명시하고, 직종·직급·근속연수·고용형태·직무 등 항목별 성별 임금현황을 밝히도록 하는 것이다. 또, 고용노동부 장관이 성별임금격차 실태 분석 후 개선 계획을 수립해 국회에 보고하도록 했다. 이를 위해 남녀고용평등법·고용정책기본법·자본시장법·공공기관운영법·지방공기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여성 어젠다에 대해 여야 모두 액션이 있어야... 대선 후보들이 최소한의 신뢰감은 줘야지 않나"
신 의원은 이 법안의 필요성에 대해 "현재 남녀 임금격차를 나타내는 통계들은 여성근로자 평균 월급여액을 남성근로자 평균 월급여액으로 나누어 단순 계산한 것이다. 통계 자체가 뭉뚱그려져있다"라며 "직종·직급·근속연수·고용형태·직무별로 정확하게 남녀에게 각각 얼마를 주고 있는지 밝히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금은 성별임금격차 문제에 대해 '열이 나네' 정도의 진단만 되는 수준이라면, 법이 통과되면 "열이 몇 도고, 어디에 염증이 생겨서 열이 나는 것이며, 이 병을 치료하려면 이 약을 며칠 먹어야 된다는 명확한 진단"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성별임금 정보가 제대로 공개되고, 이에 대한 개선책이 나오고, 다음으로 강제책이 나오고, 구제책이 나오는 선순환"을 만들기 위함이다.

▲2025년 3월 6일, 3.8여성의날을 앞두고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은 '성평등임금공시' 법안 발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 신장식 의원실
6.3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우리 경제에 필요한 어젠다를 진단하고 있는 <오마이뉴스>가 신 의원을 만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성평등임금공시 법안이, '경제적 불평등이 매우 심각하다'고 여기는 2030여성들의 목소리와 닿아 있기 때문이다. 실제, <여성신문>이 ㈜티브릿지코퍼레이션에 의뢰한 웹조사 결과(4월 7일부터 8일까지, 전국 만 18세~39세 여성 1000명 대상), 응답자의 78.5%가 '경제적 불평등 수준이 심각하다'고 답했다. 이들은 '경제적 기회 및 공정성'(57.4%)을 미래의 대한민국이 강화해야 할 가치라고 답하기도 했다.
신 의원은 "여성 어젠다에 대해 여야 모두 액션이 있어야 한다. 나라를 운영하겠다는 대선 후보들이 최소한의 신뢰감은 줘야 한다"라며 "그렇기에 조국혁신당은 성별임금공시를 하고자 한다"라고 강조했다.
대선을 한 달 여 앞둔 지금, 각 당의 대통령 후보에게 어떤 질문을 던지고 싶은지 묻자 "'여성가족부 장관에 누굴 임명하실 거냐'고 묻고 싶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성평등임금공시를 추진 하겠냐고 묻고 싶다. 그리고, 정말로 '성평등임금공시제도'를 시행하고자 한다면, 이를 밀어붙일 최측근을 여성가족부 장관으로 보내야 한다."
다음은 지난 4월 30일 만난 신 의원과의 인터뷰 일문일답 정리본이다.
"상임위 민주당 간사 일일이 만나 설득, 이번에는 진짜 한 번 해볼만하다"
- 22대 국회 입성 후 첫 3.8 여성의날을 맞아 발의한 법안이 '성평등임금공시' 관련 법안이다.
"노회찬 대표님은 '성평등이 민주주의 완성'이라고 항상 말씀하셨다. 대표님께 정치를 배웠다. 그래서 이번에 법안 발의 기자회견에 앞서 청소노동자분들을 만났을 때, 노 대표님처럼 장미꽃을 드리기도 했다. 내 20대와도 관련이 있다. 철거민 반대 투쟁을 했다. '형수님'이라고 불렀던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들과 부대껴 산 세월이 있다. 특히 여성 저임금 노동자가 겪는 사회적 편견과 차별, 경제적 어려움을 너무 잘 안다. 그 형수님들을 위해 뭐라도 바뀌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성별임금격차 그래프를 보면 25세~29세 구간의 격차가 가장 적은데 30세부터 격차가 급격히 발생해 55~59세 구간까지 상승한다. 남성의 임금은 50세 때 가장 높다. 여성은 30대가 끝나면 임금이 떨어진다. 임신·출산·육아로 인한 경력 단절로 임금 격차는 계속 벌어진다. 20대인 내 딸이 저 그래프에 갇히지 않았으면 좋겠다 바라게 됐다.
성평등임금공시를 위해 개정안을 총 5개 냈다. 각각 행정안전위원회·기획재정위원회·정무위원회·환경노동위원회 소관 상임위다. 각 상임위 민주당 간사를 직접 만나서 설명하고 공동발의를 제안했고 성사시켰다. 여성의날을 앞두고 이벤트식으로 발의하고 싶지 않았다. 이미 2016년부터 관련 법안이 발의 됐었다. 새 정부도 들어설 거고 이번에는 진짜 한 번 해볼 만하다고 본다."

▲2024년 8월 기준, 성별-임금별 임금격차 그래프 ⓒ 신장식 의원실
- 그렇게 낸 개정안인 '고용정책 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 등의 제안이유를 보면, 직종·직급·직무·근속연수·고용형태별 성별임금 현황을 공시하여 '자율적으로 성별 임금 격차를 개선하도록 촉진한다'고 돼있다. 공시로 자율적 개선이 가능할까.
"물론 한 번에 다 될 수 없다. 현재 소비자들이 기업을 평가할 때 'ESG 경영을 제대로 하나'도 보지 않나. 앞으로는 젠더 평등과 기후 위기 등도 모두 평가 기준이 될 거라고 본다. 법 개정을 통해 '성별 임금 현황'을 공개하게 되면 하나의 문이 열리는 거다. 현황 분석을 하면 고용노동부가 개선 방안을 내놓게끔 법에 규정해뒀다. 개선책만 나오고 강제가 안 되면, 이에 대한 다음 대응책이 나오게 돼있다. 이번엔 첫 발을 떼는 거다. 강하게 규제하고 처벌하고 과태료 물게 하면 첫 발도 못 뗀다.
그래서 일단은 '있는 그대로 드러내자, 그 다음에 차근차근 하자'는 거다. 내 옆자리 사람이 얼마의 급여를 받는지 알아야 내가 받는 급여가 정당한지 알 수 있다. 이제 법으로 공개하도록 하자는 거다. 물론 갈 길은 멀다. 성별 임금 정보가 공개되고, 개선책이 나오고, 강제책이 나오고, 구제책이 나오는 게 선순환이다. 그 첫 발자국이 성평등임금공시 법안 통과다."
"'구조적 성차별이 없다'고 하는 사람들도 좋아할 법안, 젠더 이슈로 찬반 나뉠 법안 아냐"
- 더본코리아 성별임금격차 관련 기사가 나왔을 때, 베스트 댓글이 '남녀갈라치기를 유도한 기사'라는 거였고, '생산직이면 시급받는 사람들인데 그만큼 여자들이 잔업·특근 없이 편하게 일하고 남자는 잔업·특근 열심히 해서 돈 많이 벌어갔다는 거'가 세 번째로 공감을 많이 받은 댓글이었다. 현실의 '여론'이 이렇다.
"잔업·특근이 많다? 그걸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성별 시간당 임금을 보면 된다. 성별 임금 공시 하자는 건 다른 이유가 아니다. '남자들이 길게 일했겠지'라는 추측이 아니라 실상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자는 거다. 남자가 더 중요한 일을 한다고? 그럼 직무별로 임금 격차가 얼마나 나는지 보자는 거다. 직종·직급·근속연수·고용형태·직무별로 정확하게 남녀에게 각각 얼마를 주고 있는지 밝히면 된다. '구조적 성차별 없다'고 하는 사람들도 좋아할 일이다. 조사해보면 다 나올 거 아닌가."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 (자료사진) ⓒ 남소연
- 법안 발의 기자회견에서 '현재 운영되고 있는 공시 제도는 실효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남녀 임금 격차를 나타내는 통계들은 여성근로자 평균 월급여액을 남성근로자 평균 월급여액으로 나누어 단순 계산한 것이다. 통계 자체가 뭉뚱그려져있다. (이런 상황임에도,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23년 여성경제활동백서'에 따르면 시간당 평균 임금은 여성이 남성의 70% 수준이다) 공채를 통해 대기업에 입사한 남녀가 있다고 가정하자. 같은 기수인데 남녀 간 임금 격차가 있을까? 그걸 살펴보자는 거다.
현재 공시되는 성별 임금 격차는 '이마가 뜨거운데' 수준이다. '열이 몇 도고, 어디에 염증이 생겨서 열이 나는 것이며, 이 병을 치료하려면 이 약을 며칠 먹어야 된다' 이런 명확한 진단이 나오게 하자는 거다. 젠더 이슈로 찬반이 나뉠 법이 아니다. 모든 노동자는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을 받을 권리가 있지 않나. 현재 공시 수준으로는 진단을 제대로 할 수 없다. 현실을 가리는 거다. 같은 일을 하는데 임금 격차가 나는지 알 수 없다. 또, 직종별 임금 수준도 가시화되지 않는다. 여성들을 값싼 노동에 몰아넣고 있는 현실을 봐야 한다. 이런 걸 통계로 잡아내야 한다."

▲'전국 응원봉 연대' 계정주는 "케이팝 팬들에게 응원봉은 가장 소중하고 귀한 물건"이라고 설명했다. 2024년 12월 7일 이들이 각자의 응원봉을 들고 국회 앞에 모였다. ⓒ 전국 응원봉 연대

▲2025년 1월 4일 오후 윤석열 대통령 체포를 촉구하는 민주노총 노동자와 응원봉을 들고 온 시민들이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 한남대로에서 집회를 하고 있다. ⓒ 권우성
"여가부·노동부·보건복지부·중소벤처기업부 등 작은 부처의 장관에 대통령 최측근이 가야"
- 법안 발의 회견문에 '온 나라를 뒤흔든 내란사태 이후 응원봉을 들고 민주 헌정을 수호한 시민들의 중심에 2030여성들이 있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들이 가장 바라는 건 '경제적 불평등 해소'다. 그런데 민주당은 여성 어젠다, 여성 비전에 대해 언급을 하지 않는 쪽을 택한 걸로 보인다.
"성별과 연령을 떠나서, '일단 바꾸고 보자'가 1번 과제인 건 맞다. 그런데 최근 여성·성소수자 단체 관계자 등을 만났더니 '믿음이 있다면 지금은 정책이 나오지 않아도 괜찮다. 믿을 수 있게 해 달라'고 하시더라. 이 말에 동의한다. '응원봉을 든 2030 여성들을 향해 찬양일색이더니 지금은 못 본 척 하는 거냐, 배신감 느낀다'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있다. 이해한다. 아주 세밀한 정책이 나오지 않더라도 신뢰를 주고 있느냐는 자문해봐야 한다. 여성 어젠다에 대해 여야 모두 액션이 있어야 한다. 나라를 운영하겠다는 대선 후보들이 최소한의 신뢰감은 줘야 한다. 그럴 책임이 있다. 조국혁신당은 성별임금공시를 하고자 한다."
- '여성 경제' 분야에서, 대선 후보들에게 질문을 던질 수 있다면 어떤 질문을 할 건가.
"'성별임금공시제도'를 추진하겠냐고 묻겠다. 이미 독일·EU에서 모두 적용한 제도다. 대통령이 마음만 먹으면 당장이라도 할 수 있다. 성별임금공시를 해서 문제점이 진단되면 개선 방안을 적극적으로 내놓을 것인지 묻고 싶다.
또 하나는, '여성가족부 장관에 누굴 임명하실 거냐' 묻고 싶다. 여가부·노동부·보건복지부·중소벤처기업부 등 작은 부처의 장관에는 대통령 최측근이 가야 한다. 그래야 예산을 관할하는 기획재정부를 이길 수 있다. 정말로 '성평등임금공시제도'를 시행하고자 한다면, 이를 밀어붙일 최측근을 보내야 한다. 누구일지 아직 모르겠다면, '어떤 기준으로 장관직을 임명할 거냐'고 묻고 싶다. 그 기준 중에 가장 실용적으로 중요한 게 '측근'이다. 힘이 센 여가부 장관을 원한다."

▲윤석열 탄핵 투표 가결, 꺼지지 않는 응원봉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주최로 2024년 12월 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열린 '내란수괴 윤석열 즉각 탄핵 범국민 촛불 대행진'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표결에서 탄핵 투표가 가결된 뒤 응원봉을 흔들며 노래를 합창하고 있다. ⓒ 이정민

▲2025년 1월 5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앞 도로에서 ‘내란수괴 윤석열 체포, 구속’ 촉구 집회가 윤석열퇴진비상행동 주최로 열리는 가운데, 한 참가자가 은박 담요를 쓴 태 응원봉을 들고 있다. ⓒ 권우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