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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 동네 아이들과 함께 "대머리 총각"이라는 노래를 부르며 깔깔대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땐 단지 우스꽝스러운 노래라 생각했지만, 세월이 흐르고 저도 머리숱이 점점 줄어들다 보니 그 총각이 남의 이야기가 아니게 되었습니다. 모자를 하나둘 사기 시작했고, 여름 땡볕 아래서는 머리가 뜨겁고, 겨울바람엔 차가운 공기가 정수리를 찌르니 모자가 필수라는 걸 실감합니다. 머리를 짧게 깎는 것도 위생 때문이지요. 머리카락이 없으면 벌레가 달라붙거나 땀이 쉽게 마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런 제 머리 이야기가 산 이야기와 이어질 줄은 몰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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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산을 보면, 마치 머리카락을 모두 잃어버린 대머리처럼 맨살이 드러난 곳이 많습니다. 싹쓸이 벌목, 산림 훼손, 무분별한 개발이 산의 피부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나무가 사라진 산은 토양 속의 수분, 즉 토양함수율이 크게 떨어지고, 여름에는 더 뜨거워지고 겨울에는 더 춥습니다. 나무가 사라지면 생태계도 함께 떠납니다. 마치 머리를 깎으면 이가 사라지는 것처럼, 산에서 곤충과 새들도 서식지를 잃고 떠납니다.

최근 빈번해지는 산불과 폭염도 이런 산의 대머리화와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흔히 그 원인을 '기후변화'라는 전지구적 규모로 설명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산이 왜 뜨겁고 건조해졌는지를 완전히 설명하긴 어렵습니다. 오히려 산의 머리털 같은 나무들이 사라졌기 때문에, 햇볕과 바람에 그대로 노출되며 산이 더 쉽게 말라가는 것입니다. 마치 머리가 벗겨지면 더위와 추위를 더 쉽게 느끼는 것처럼 말이죠.

그리고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우리는 산에 도로를 내고, 멋진 기념물과 조형물을 세우고, 광장을 만들어 '산림 관광 개발'이라 부릅니다. 하지만 기후위기 관점에서 보면, 이것은 산의 머리를 여기저기 쥐어뜯고 그 위에 장식을 얹는 일과 다르지 않습니다. 산의 피부를 찢고, 수분의 흐름을 끊고, 생태계를 단절시키는 이 행위는 결국 산을 더 메마르게 하고 더 뜨겁게 만듭니다.

그러고는 다시 산불을 걱정하고, 폭염을 두려워하며, 지구탓을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대머리에는 모자를 쓰면 되듯, 산에도 나무라는 모자, 낙엽이라는 이불, 물모이라는 땀샘을 다시 만들어 줄 수 있습니다. 나무를 심고, 낙엽을 그대로 두고, 물이 스며들 수 있는 공간을 만들면 됩니다. 그렇게 산의 피부를 다시 살아 숨 쉬게 하면,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엔 따뜻하며, 벌레와 새가 돌아오고, 불에도 강한 건강한 산이 됩니다.

산은 단지 나무의 집이 아닙니다. 기후를 완충하고, 생명을 품고, 물을 저장하며, 사람들에게도 그늘을 제공하는 생명의 피부입니다. 이제 우리도 머리에 모자를 쓰듯, 산에도 자연의 균형을 되찾아주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모두가 잊고 있던 "대머리 총각" 노래를 떠올리며, 오늘 하루, 머리와 산—둘 다 소중히 가꿔보는 건 어떨까요?

덧붙이는 글 | 기후위기는 거대한 담론으로만 남아선 안 됩니다. 내 머리를 씻고 가꾸는 일처럼, 산과 물, 나무와 흙을 되살리는 일도 우리 일상 속에서 시작할 수 있습니다. ‘대머리 산’이라는 표현이 누군가에겐 익살스러울 수 있지만, 산이 얼마나 아픈지, 우리가 어떻게 치유할 수 있을지를 함께 고민해보자는 마음에서 쓴 글입니다.


#기후위기#산림파괴#산불#폭염#생태회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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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오마이 물모이

별명: 빗물박사.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명예교수. 빗물의 중요성을 알리고, 다목적 분산형 빗물관리를 통하여 기후위기를 극복할수 있다는 것을 학문적, 실증적으로 국내외에 전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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