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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는 사)3P아동인권연구소 대표이고 숭실사이버대학교 아동심리치료학과에서 강의하고 있습니다. 아동인권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오마이뉴스 연재 <아동인권365 - 아동인권의 눈으로 바라보다>를 쓰고 있습니다. 현재는 독일에 체류 중이며 약 25년간 교사, 부모(양육자) 등이 참여하는 아동인권교육을 진행해 왔습니다. 이번 기사는 아동 인권교육이 끝난 후 교사, 부모들이 자주하는 질문과 응답을 바탕으로 구성하였습니다.

▲독일 나무 놀이터에서 노는 아이아이들은 나무 놀이터에서 놀며 새로운 도전과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할 수 있다. 두 발로 걷다가 한 발로 걷기, 한 칸에서 두 칸 오르기를 시도해 본다. ⓒ 서정은
자주 가는 집 뒤편 숲으로 이어지는 공원에는 작은 놀이터가 있다. 얼마 전 나는 그곳에서 20개월이 채 안 된 쌍둥이를 둔 한국엄마를 우연히 만났다. 우리는 놀이터에 앉아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지켜보며 독일 살이와 육아에 대해 이야기 하였다. 쌍둥이 엄마의 요새 고민은 둘이 너무 싸운다는 거다. 오전에는 두 아이가 근처 복지관에서 운영하는 놀이그룹(play group)에 있지만, 오후에는 혼자 두 아이를 돌봐야 하니 AI에게 물어보면서 아이를 키우고 있다고 하였다. 독일의 긴 겨울이 끝나고 이제 햇볕이 따뜻해져서 아이들 데리고 놀러 나왔다며 인터넷의 넘치는 육아정보와 지식 중 어떤 것을 따라야 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나는 한국의 교사, 부모들이 참여하는 아동 인권교육에서 들었던 질문을 이곳 머나 먼 독일 땅에서 또 접하게 되었다.
"18개월 쌍둥이를 키우는 엄마입니다. 아이들이 서로 때리는 걸 어떻게 훈육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싸울 때도 때리고, 기분 좋아도 때리고, 사과하라고 하면 '미안해요' 하고 또 때려요. 단호하게 하지 말라고 해도 다시 가서 때려요. 도대체 어떻게 훈육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아이들이 서로 싸울 때, 어떻게 훈육하고 지도할 것인가하는 질문은, 아동인권 교육을 마친 후 부모들이 자주 묻는 질문 중 하나다. 왜냐하면 과거에 아이들을 훈육하고 지도할 때 등장하던 '사랑의 매'가 더 이상 유효하지 않기 때문이다. 어른이 힘을 사용해서 강제로 아이 싸움을 말리거나 중지시키려 하는 경우, 아동학대 범죄가 될 수 있다. 반면, 아이들의 뜻대로 내버려 두는 것도 아이에게 가르쳐야 할 것을 제대로 가르치지 않은 (교육적) 방임(放任)이 될 수 있다. 부모의 딜레마는 이 지점이다. 부모가 개입하자니 신체학대가 될 것 같고, 그렇다고 놔두자니 방임이라는 점이다.
아동인권의 관점에서 살펴보면 '누가 이 상황에서 괴로운가'부터 생각해봐야 한다. 싸우는 아이들인가? 아니면 그것을 지켜보는 어른인가? 차분히 생각해보면, (아이들이 문제인 줄 알고 아이들을 고치려 들었지만) 싸우는 아이들 곁에 있는 어른의 곤혹스러움이 더 크지 않을까 싶다. 그러니 우리는 인권의 원칙에 따라, 부모가 자녀를 존중하면서도 실천 가능한 방식으로 안내하는 방법을 시도해 봐야 한다.
부모는 아이들끼리 "때리는 건 무조건 나쁜 행동"이라고 단정짓지 말아야 한다. 왜냐하면 아동의 입장에서 갈등과 싸움은 성장을 향한 자연스러운 시도이자 표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는 몸을 부딪치며 자신의 신체에 대해 알고, 타인과의 경계를 탐색하는 중이다. 몸싸움은 아직 언어가 충분히 발달하지 않은 아이가 의사를 표현하는 하나의 방식이다. 게다가 18개월은 아이가 '내가 할래!'라는 의지를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시기다. 쌍둥이처럼 늘 함께 지내는 존재가 곁에 있다면, 서로의 경계를 시험하고, 감정을 표현하며, 몸으로 부딪치며 배우게 된다.
아이 행동을 '문제'삼기보다, 약자 보호를 먼저 가르치자
어떤 상황과 사건이 있을 때 아이 입장에서, 아이를 중심으로 재해석하는 게 필요하다. 문제는 싸우는 아이들이 아니라, 울음과 다툼을 감당해야 하는 어른의 어려움일 수 있다. 예로, 아이가 자라서 '폭력적 성격이 되면 어쩌나', 이대로 두었다가 '남들이 버릇없는 아이라고 흉보면 어쩌나'라고 걱정한다. 주변이나 이웃을 의식하고 눈치를 보는 것은 부모를 긴장하게 만든다.
아이들 간 다툼이 있을 때 인권의 기본 원칙을 습득케 하는 게 중요하다. 일상의 작은 갈등이 있을 때부터 "지금 이 상황에서 누가 가장 약한 사람 같애?"라고 물어본다. 그리고 "우리 집에서는 가장 약한 사람부터 보호할 거야"라고 약속한다. '약자보호의 원칙'에 대해 아이들에게 알리고 그 원칙을 기준점으로 잡고 행동한다. 구체적인 실천방법을 살펴보자면 다음과 같다.
아동인권에 근거하여, 부모가 실천할 수 있는 8가지
① '너와 나, 속한 것이 다르다'는 경계 가르치기
개인의 것이 있고, 공유할 것이 있음을 구분하고 알게 한다. 예로, 자주 사용하는 물건이나 특정 장소에 아이 각자의 이름을 붙일 수 있다. 다툼이 자주 일어나는 물건이나 장소를 사용할 땐 "주인에게 허락 구하기 → 동의 표현하기 → 기다리기 → 거절도 받아들이기"의 단계를 차근히 가르쳐야 한다.
② 억울한 감정, 수치심으로 덮지 않기
"형이니까 참아야지", "착한 애는 안 싸워"라는 도덕적 메시지를 주는 것을 자제한다. 그보다는, 누가 이 상황에서 약자인지 살펴보는 연습을 하자. 약자인 아이의 감정을 먼저 알아주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서로에게 억지로 사과시키는 것도 피하자.
③ 언어 모델링: 밥상에서 가족이 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몸싸움은 '말' 대신 몸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이다. 몸의 언어를 말리기보다는 말을 습득할 기회를 제공한다. 예로, 매일 1회 정도는 온가족이 함께 식사를 하며 말로 표현하는 모습을 보여주자.
④ 신체 에너지, 발산하게 해줘야 한다
아이들은 모든 근육이 발달해 가는 과정에 있다. 유아교육기관이나 집에서 어른의 말을 듣고 가만히 앉아 있는 시간이 많은지 살펴보자. 이때 아이들은 발산하지 못하는 에너지로 몸이 근질거릴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베개 싸움, 레슬링, 신문지 찢기 등 공격성을 안전하게 발산할 놀이를 제안하자.
⑤ 자극적 놀이 말고, 도전적 신체 활동을 제공하기
서로 밀고 때리며 노는 것보다 자신의 몸을 잘 사용하도록 기회를 주자. 아이는 내 몸의 감각을 알고 움직이고 시도하며 새로운 도전과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할 수 있다. 예로, 두발로 걷다가 한발로 걷기, 한 칸에서 두칸 오르기 등
⑥ 아이의 '쉴 권리'도 중요하다
아이들도 아무 것도 안 할 때가 있다. 가만히 앉아서 벌레를 관찰하거나 그냥 길가에 앉아 쉬는 것도 아이에게는 큰 경험이다. 자유롭게 움직이고 긴장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을 주자.
⑦ 어른의 간섭, 통제가 지나치지 않은지 돌아보기
현대의 아이들은 또래보다 성인과 함께 있는 시간이 더 많다. 어린이집, 가정 모두에서 아이의 의지가 무시되고 성인의 간섭이나 요구에 따르는 시간이 많은지 살펴보자. 이때는 아이의 말을 끝까지 들어주는 것부터 시작한다.
⑧ 쌍둥이를 '한 세트'로 대하지 않기
형제자매, 쌍둥이라도 각각 독립적인 존재로서 여겨야 한다. 각각의 선호와 취향을 가진 존재로 존중해야 한다. 부모가 각각 한 아이씩 따로 데리고 외출하거나 놀이하는 경험도 좋다.
영유아기 아이들에게 훈육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아이가 존엄한 존재로 대우받으며 자신의 감정과 행동을 배우도록 지켜보고 기회를 마련해 주는 어른이다. 무조건 사이좋게 지내라거나 미안해라고 말하기 보다는 갈등과 분쟁에 대한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사단법인 3P아동인권연구소 홈페이지와 개인 SNS에도 실립니다.더 궁금한 사항은 댓글 또는 기자에게 쪽지로 남겨주세요. 질문을 추려 오마이뉴스 연재 <아동인권365 - 아동인권의 눈으로 바라보다> 에도 실겠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성장하는 어른들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