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립아시아문화전당한국관광공사에서 선정한 2025~2026 한국인이 꼭 가봐야 할 한국관광100선에 선정. 문화창조원(전시관)에서 이이남의 산수극장 등 전시가 열린다. ⓒ 문운주
미디어 아트(Media Art)는 디지털 기술이나 전자 매체를 활용해 표현하는 예술의 한 장르다. 전통적인 회화나 조각과는 달리, 컴퓨터, 영상, 사운드, 센서, 인터넷, 인공지능, VR 등 기술 매체를 적극적으로 사용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이남 작가는 고전 서화와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미디어아트의 선구자로 평가받는다. 미디어아트는 기술과 예술이 만나는 지점에서 새로운 표현 방식을 탐구하는 현대 예술이다. 그는 백남준이 개척한 비디오아트의 전통을 계승하는 대표적인 한국 미디어아티스트다.
국립아시아문화 전당 (ACC)에서 이이남의 지역작가 초대전이 열리고 있다. ACC지역작가 초대전<이이남의 산수극장>에서 작가는 전통 산수화와 자연 풍경, 가족과의 풍경을 아우르며 고향을 그리는 마음을 우려낸다.

▲이이남의 산수극장〈나의 살던 산수〉, 〈고향산수도〉, 〈어머니 그리고 산〉, 〈아버지의 폭포〉 등 총 24점의 작품이 전시 중 ⓒ 문운주
5일 오전 10시, ACC 문화창조원(전시관) 제5관에 들어서자 낯익은 전통 산수화의 풍경이 거대한 LED 화면 위에 살아 움직이고 있었다. 고요한 산과 물, 그리고 바람 소리가 화면 속에서 마치 현실처럼 흘러나온다.
〈나의 살던 산수〉, 〈고향산수도〉, 〈어머니 그리고 산〉, 〈아버지의 폭포〉 등 총 24점의 작품이 전시되고 있다. 이 중 〈나의 살던 산수〉는 이원수 시인의 시 〈고향의 봄〉의 첫 구절에서 제목을 따온 작품으로, 전통 산수화 위에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감성을 더했다. 어린 시절 작가가 달력 속에서 넘겨보던 산수화들이 찰칵, 카메라 셔터 소리와 함께 장면마다 펼쳐진다.
고향 뒷동산을 오르며 뛰놀던 어린 시절의 기억이 오버랩된다. 소나무 몇 그루가 듬성듬성 서 있고, 마을 앞뒤로는 시냇물이 흐른다. 산자락의 대나무는 바람에 따라 부드럽게 흔들렸다. 도랑에서는 가재를 잡으며 놀기도 했다. 작가는 이처럼 정적인 고향의 풍경을 움직이는 이미지로 재현해, 관람객을 깊은 향수 속으로 이끈다.

▲이이남의 산수극장어머니 그리고 산 ⓒ 문운주

▲이이남의 산수극장미디어 아트 ⓒ 문운주
작품 하나하나에는 작가의 기억과 고향에 대한 애틋한 정서가 고스란히 배어 있다. 〈어머니 그리고 산〉에서는 커다란 두루마리 속에 안개 너머로 산수의 풍경이 펼쳐진다. 생전에 아름다운 산을 유람하지 못했던 어머니를 위해, 작가가 바치는 깊은 염원이 담긴 작품이다.
〈아버지의 폭포〉는 웅장한 물소리와 함께 기억의 파편처럼 흘러나오는 흑백 영상들이 마음을 사로잡는다. 폭포 끝자락에는 낡은 외투가 걸려 있고 주머니 속에는 동전들이 담겨있다. 가족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끊임없이 쏟아지는 폭포에 비춰보는 작품이다.
이이남 작가는 전통 회화를 디지털로 재구성하면서도 그 깊이를 놓치지 않았다. 기술은 수단일 뿐, 그의 예술은 여전히 '사람'과 '기억', 그리고 '시간'을 중심에 두고 있다. 특히 '고향의 빛' 시리즈는 시간대별로 변화하는 빛과 자연을 섬세하게 구현해 관람객들이 작품 앞에 오래 머무르게 만든다.
이번 전시는 관람객에게 개인의 추억을 불러일으키고, 디지털 시대에도 전통의 가치와 감정을 이어갈 수 있음을 보여주는 감동적인 경험을 선사한다. 오는 7월 6일까지 복합전시 5관에서 개최되는 이이남의 산수극장의 관람료는 무료이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ACC 누리집(www.acc.go.kr)에서 확인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