팍팍한 세상에서 잠시 기분전환 할 수 있는 재미난 곤충기를 공유하고자 합니다. 보통 사람의 눈높이에 맞춘 흥미로운 이야기이므로 얘깃거리로 좋습니다.
'난타(NANTA)'는 신명나는 '두드림'으로 세계인을 사로잡은 대한민국의 매력 넘치는 문화 컨텐츠다. 대사 없이 흥겨운 타악 연주와 퍼포먼스가 어우러진 독창적인 뮤지컬이자 세계적인 공연 브랜드다. 단순한 드러밍을 넘어 배우들의 익살스러운 연기가 더해지고 생동감 넘치는 몸짓으로 관객을 몰입시킨다.
1997년에 처음 선보인 이후로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가고 있다. 2004년에는 뉴욕 브로드웨이에 성공적으로 막을 올렸으며 2019년까지 58개국 318개 도시에서 46,000회 넘는 공연을 펼쳤다. 한국관광공사의 2023년 발표에 따르면 누적 관람객 수는 61개국 1,500만 명을 넘어섰다.
쇼가 펼쳐지는 장소는 결혼 피로연을 앞둔 주방이다. 세 명의 요리사와 어설픈 견습생이 시간에 맞춰 음식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 사물놀이 가락에 현대적인 사운드가 한껏 흥을 더하자 주방용품이 타악기로 태를 바꿔 맘껏 뽐을 낸다.
칼, 도마, 냄비 등이 춤을 추며 식재료를 갈기갈기 찢고 드럼통 뚜껑은 북채에 두들겨 맞아 분수처럼 물방울을 튕긴다. 역광을 받아 반짝반짝 빛을 발하니 시각적 효과는 더욱 커지고 오감을 열어 젖힌 관객은 절로 어깨를 들썩이고 발장단을 맞춘다.
맑은 물 아니면 못 산다, 계곡의 난타꾼
풀벌레 세상에는 배 끝으로 난타를 하며 사랑을 나누는 녀석들이 있다. 번데기 시기를 거치지 않고 안갖춘탈바꿈을 하는 강도래목 곤충이다. 깨끗한 계곡물이 흐른 곳에서만 볼 수 있기에 수질 오염을 가늠하는 환경지표종이다. 약 2억 5천만년 전 고생대에 처음 나타났으며 세계적으로 3500여 종이 분포한다. 우리나라에는 약 100여 종이 살고 있다.

▲큰그물강도래.수질 오염을 가늠하는 환경지표종으로서 국외반출승인대상. ⓒ 이상헌
봄이 무르익은 개울 곁을 살피면 큰그물강도래를 쉽게 만날 수 있다. 몸길이는 50mm 언저리이며 우리나라 강도래 중에서 가장 크다. 날개를 펼치면 90mm에 이르기도 한다. 어른벌레는 4~7월에 볼 수 있으나 절정기는 유월이다. 동아시아 일대에만 서식하며 국외반출승인대상종이다.
처음보면 조금은 낯설지만 물거나 쏘지 않는 순한 녀석이므로 손에 올려놓고 들여다봐도 괜찮다. 망사옷을 입은듯 한 날개는 마치 명주로 짠 치맛자락 같이 하늘거린다. 한복 안감처럼 살짝 비치는 겉날개 아래에는 자두색 몸매를 감추고 있다. 날개맥은 퍼머를 하고 염색을 했는지 중간에 유백색 띠가 있어 포인트를 잡아준다.
앞날개를 한껏 펼치고 날아오르면 흡사 노랑색 바람개비가 공중을 떠다니는 느낌이다. 눈에 띄는 날개를 가졌으나 비행 능력이 뛰어나지는 않다. 고작 십여미터를 날아가다가 땅바닥이나 풀줄기에 다시 내려 앉는다.
부름과 응답으로 이어지는 사랑의 북소리
강도래의 배 끝에는 2가닥의 꼬리털이 솟아 있어 마치 북채를 높이 쳐든 난타 배우를 보는 듯하다. 수컷은 배로 기질(돌, 나뭇잎, 땅바닥 등)을 두드려 가락을 맞춘 드러밍을 한다. 어딘가에 있을 암컷에게 진동으로 구애를 하는 것이다.
암놈의 앞다리에는 떨림을 알아채는 고막(subgenual organ)이 있다. 수놈의 연주에 화답하여 암컷도 배로 매질을 두들겨 자기의 위치를 알린다. 결국 암수가 서로 난타를 하며 세대를 이어가는 셈이다.

▲강도래 애벌레.물속에서 숨을 쉬기 위해 옆구리와 배 밑에 흰색 기관아가미가 수북하게 돋았다. ⓒ 이상헌
여러 쌍이 한곳에 모여 두드림에 빠져있으면 손으로 건드려도 도망치지 않고 얌전하다. 짝짓기를 마친 어미는 물속에 알을 낳는다. 끈적한 물질로 덮여 있어 바닥에 찰싹 달라붙기에 물살에 휩쓸리지 않는다. 깨어난 애벌레는 옆구리에 하얀 털이 빽빽하게 돋아있다. 수중에서 숨을 쉬기 위해 기관아가미가 발달한 결과다. 납작한 몸통의 애벌레는 낙엽과 같은 부식질을 먹으며 2~3년에 한 세대가 돌아간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달 뒤 운영중인 홈(www.daankal.com)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