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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사막화 바다는 재난상황이다. 해조류가 자라야 할 암반은 하얗게 변해 사막화되어 가고 있고 바다생물이 살아야 할 바닷속은 텅비어 가고 있다.
바다사막화바다는 재난상황이다. 해조류가 자라야 할 암반은 하얗게 변해 사막화되어 가고 있고 바다생물이 살아야 할 바닷속은 텅비어 가고 있다. ⓒ 진재중

오는 5월 10일은 '바다식목일'이다. 2012년 국가기념일로 지정된 이 날은 바다에 해조류를 심어 해양 생태계를 복원하자는 취지에서 제정됐다. 그러나 '바닷속에 해조류를 심는다'는 낭만적인 표현과 달리, 여전히 많은 국민에게 그 의미는 생소하다.

2025년 현재, 바다식목일에 대한 국민적 인식은 매우 낮은 수준이다. 정치적 혼란 속에서 정부와 지자체는 관련 행사 준비에 소홀하며, 주관기관인 한국수산자원공단조차 홈페이지 메인에 '국가 바다숲 조성 기업 모집' 공지만을 내걸고 있을 뿐, 바다식목일 자체에 대한 홍보나 안내는 부족한 실정이다.

국민 체감 없는 '기념일'…보이지 않는 바다숲, 외면하는 정치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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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의 바다식목일은 대부분 해양수산부나 관련 기관 중심의 일회성 행사에 그쳤다.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캠페인이나 체험 행사는 찾아보기 어렵다. "알아야 지킨다"는 환경보전의 기본 원칙이 작동하지 않고 있는 셈이다.

그나마 하고 있는 홍보조차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산불이나 미세먼지처럼 시각적으로 드러나는 환경 문제는 쉽게 국민의 관심을 끌지만, 바다숲 파괴나 갯녹음은 수면 아래에서 일어나 체감하기 어려워 관심을 끌기 어렵다. 그 결과 정치권도 이를 외면하고 있다. "눈에 보이는 것만 정책에 반영되고, 표로 이어져야 정치도 움직인다"는 말이 정확히 들어맞는다.

강원도 강릉의 한 어촌마을 어민은 말한다.

"말로는 국가기념일이라고 하지만, 국민 공감대 없이 그들만의 리그로 끝나는 것 같아 너무 아쉽습니다."

보이지 않는 바다숲, 체험 없는 바다식목일

바다숲과 관광 바다숲이 조성되면 해양생물들에게는 먹이원이면서 해양관광을 이끌 수 있다.
바다숲과 관광바다숲이 조성되면 해양생물들에게는 먹이원이면서 해양관광을 이끌 수 있다. ⓒ 진재중

바다식목일이 국민에게 친숙하게 다가가기 어려운 배경에는 단순한 홍보 부족 이상의 구조적 제약이 있다. 바다숲은 바닷속에 조성되기 때문에 일반 시민들이 직접 보고 체험하기 어렵고, 접근성 면에서도 한계가 크다. 육지의 숲처럼 자유롭게 걷거나 즐길 수 있는 공간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제약 속에서 전문가들은 수중 드론 영상, 가상현실(VR), 해양 생태 전시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해 바다숲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한국관광콘텐츠 최영환 대표는 "어릴 때부터 바다숲을 접할 수 있는 교육 콘텐츠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단순히 책으로 배우는 지식이 아니라, 직접 보고 체험하고 느끼는 방식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교육 사각지대에 놓인 해양 생태…미래세대가 문제다

해안가 해조류 아이들이 쉽게 접근 할 수 있는 해안가 마을의 해조류
해안가 해조류아이들이 쉽게 접근 할 수 있는 해안가 마을의 해조류 ⓒ 진재중

초·중등 교육과정에서 바다식목일은 사실상 외면받고 있다. 환경 교육은 주로 육상 생태계에 집중되어 있으며, 바다 생태 복원이나 해조류 숲의 중요성은 학생들에게 '알지 않아도 되는 지식'처럼 여겨진다. 이러한 교육의 편향은 장기적으로 해양 환경에 대한 국민 인식 제고를 가로막고, 관련 정책의 지속 가능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 어린이는 "5월 10일, 그날은 뭐 하는 날인가요? 어버이날도 아니고 어린이날은 5월 5일인데, 어른들 날인가요?"라며 자조 섞인 말을 한다.

해안 지자체도 조용하다…"바다에 사는 어민도 들어본 적 없다

 자그마한 어촌마을의 서정적인 풍경
자그마한 어촌마을의 서정적인 풍경 ⓒ 진재중

도심에 사는 시민들은 물론, 바다에 기대어 사는 어민들조차 바다식목일을 잘 알지 못한다. 강원도 동해안의 한 해안 마을 주민은 이렇게 말했다.

"뉴스나 교육에서 '바다식목일'이라는 말을 들어본 기억이 없어요. 정부나 지자체가 이런 건 먼저 알려줘야 하는 것 아닌가요?"

이처럼 홍보와 교육의 부재는 정책의 실효성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되고 있다.

산불 등 재난과 관련된 홍보는 언론 매체를 통해 활발히 이루어지는 반면, 바다숲에 대한 홍보나 교육 프로그램은 거의 전무하다. 정부 정책이 주로 산림 보호에 집중되면서, 바다와 시민을 연결할 수 있는 교육적·사회적 기회는 충분히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해양 생태 보전의 중요성은 국민 인식 속에서 점점 더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바다숲 조성에 참여했던 한 전문가는 "식목일은 전 국민에게 숲을 가꿔야 하는 이유를 알리고, 나무 심기 활동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도록 유도합니다. 하지만 바다식목일은 이에 비해 관심과 참여가 턱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입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전문가들조차 해양 생태 복원에 대한 사회적 무관심을 우려하고 있다.

세계 유일의 기념일, 성과 없으면 무슨 의미?

 해조류와 비취빛 물결이 조화를 이룬 동해안 바닷가
해조류와 비취빛 물결이 조화를 이룬 동해안 바닷가 ⓒ 진재중

바다식목일은 전 세계적으로 유일한 해양 생태계 복원 기념일로, 국제사회에 대한민국의 해양 보호 의지를 알릴 수 있는 강력한 상징 자산이다. 그러나 실질적 성과 없이 이름만 남은 기념일은 오히려 정책의 진정성과 국가 신뢰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

인천대학교 해양학과 김장균 교수는 "바다식목일의 제정은 분명 의미 있는 출발이었지만, 보여주기식 행사만 반복돼서는 실질적인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진정으로 해조류를 이식하고 바다숲을 회복하겠다는 실천 의지가 있어야 하며, 구체적인 결과가 수반될 때 비로소 그 의미가 살아납니다"라고 지적했다.

보이지 않는다고 사라진 건 아니다

 다양한 해조류 군락지
다양한 해조류 군락지 ⓒ 진재중

산의 숲은 우리가 직접 걷고 보고 느낄 수 있지만, 바다의 숲은 수면 아래 숨겨져 있어 체감하기 어렵다. 그러나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그 가치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바다숲은 탄소를 흡수해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해양 생태계를 지탱하는 핵심 기반이 된다.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외면한다면, 결국 사라지는 것은 바다가 아니라 인간일지도 모른다."

바다식목일이 이름뿐인 날에 머물지 않으려면, 해조류는 바다숲을 피워내는 뿌리가 되고, 국민의 관심은 그 생명을 틔우는 햇살이 되어야 한다. 여기에 정책이라는 물줄기가 더해질 때, 해양 생태 복원은 비로소 모두의 참여로부터 시작될 수 있다.

이제는 '바다에 해조류를 심는 날'을 넘어, '우리 삶을 되살리는 날'로 바다식목일(5월 10일)을 다시 생각해야 할 때다.

#바다식목일#5월10일#바다숲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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