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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여주시 북내면 중암리에서 고려시대에 만들어진 백자 가마터가 발견된 후 여주시는 '천년 도자기 고장'이라는 수식어로 불린다.

그러나 여주도자기의 역사는 그보다 훨씬 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다. 구체적으로는 신석기~청동기시대부터 여주 사람들이 흙으로 그릇을 빚었고 쌀농사를 지었던 흔적이 여주시 점동면 흔암리에서 발견됐다. 흔히 선사시대 유물이라고 말하는 시간의 흔적은 흔암리 뿐 아니라 여주시 곳곳에서도 발견됐다.

학계에서 한국의 청동기 시대를 대표하는 유물로 불리는 '흔암리식 토기'는 현대인의 눈에도 그 모양이 매우 아름답다. 그 때문인지 몰라도 여주에서 도자기를 만드는 사람들은 흙으로 그릇을 만들어 온 여주의 도자기 역사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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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천년 도자기의 고장이라는 이름에, 우리나라 최대의 도자 생산지와 더불어 생활도자기의 메카라는 이름까지 가지게 됐다. 어떤 이는 생활도자기의 메카라는 이름은 달갑지 않다고 하지만 필자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옛날에도 그랬지만 지금도 도자기는 생활용품이다. 그러나 도자기가 다른 생활용품과 다른 것은 공예품이라는 표현이 담고 있는 아름다움과 쓰임의 편의성을 가져야 하기 때문이다.

옛사람들의 밥그릇과 찻그릇을 보고 생활도자기라고 말하는 사람은 드물지만, 엄밀하게 말하면 고려시대에 만들어진 아름다운 청자 정병(淨甁, 부처님이나 보살님이 중생을 위하여 약이되는 감로수를 담아놓은 병으로, 주전자의 한 종류)도 그 시대엔 생활도자기다.

필자는 이런 이유로 흔히 도자기를 작품이나 생활도자기로 구분 짓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도자기는 공예품'이라는 분류에 이미 도자기가 갖춰야 할 조건이 담겼기 때문이다. 도자기는 색과 문양 등 다양한 장식기법이 아름다우면서도 공학적 균형미와 조형적 아름다움은 물론 그 쓰임에 맞는 편리함도 갖춰야 하니 작은 도자기는 기술과 미술, 철학이 담긴 하나의 작은 우주와 같다.

 《서로 다른 손, 하나의 숨 A Shared Breath in Different Hands》 전시 안내 현수막
《서로 다른 손, 하나의 숨 A Shared Breath in Different Hands》 전시 안내 현수막 ⓒ 이장호

최근 경기도 여주시에 도자기를 만드는 60여개 공방과 도예업체들이 이런 우주들을 모아 전시를 시작했다. 지난 25일 여주시 천송동 여주도자세상 경기생활도자기미술관에서 시작한 이번 전시의 이름은 <서로 다른 손, 하나의 숨>(A Shared Breath in Different Hands)이다.

 《서로 다른 손, 하나의 숨 A Shared Breath in Different Hands》 1전시실
《서로 다른 손, 하나의 숨 A Shared Breath in Different Hands》 1전시실 ⓒ 이장호

도자기를 만드는 최소 60여 명의 사람들이 제각기 만들어 낸 도자기를 선보이는 이 전시회는 제37회 여주도자기축제 개막일인 5월 1일을 앞두고 여주도자기사업협동조합(이사장 피재성)이 기획했다.

 《서로 다른 손, 하나의 숨 A Shared Breath in Different Hands》 2전시실
《서로 다른 손, 하나의 숨 A Shared Breath in Different Hands》 2전시실 ⓒ 이장호

전시는 여주도자기사업협동조합 피재성 이사장의 말처럼 "조합원들의 도자기를 한 자리에 모아 '함께 만든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되새기는 자리"며 "예술을 나누는 이웃이자 동료로 자신만의 세계를 펼치면서 여주라는 이름으로 서로를 잇는" 모습을 보여준다.

 전시에 출품된 테이블웨어
전시에 출품된 테이블웨어 ⓒ 이장호

흙을 만지는 손은 각기 다르고 만드는 모양이나 쓰임도 다르지만, 도자기가 갖춰야할 아름다움과 쓰임을 위해 고민한 여주 도자예술인들의 마음은 같을 것이다. 전시 제목 <서로 다른 손, 하나의 숨>은 같은 장소와 시대에 '함께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낸 듯하다.

 2024년 여주도자기축제 도자홍보판매장
2024년 여주도자기축제 도자홍보판매장 ⓒ 이장호

도자예술인 각각의 개성과 이야기를 담아낸 이번 전시는 경기도와 여주시, 한국도자재단과 경기생활도자미술관의 협력으로 5월 18일(일)까지 경기생활도자미술관 1층 1, 2전시실에서 무료로 공개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여주신문에도 실립니다.


#여주#도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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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여주에서 지역신문 일을 하는 시골기자 입니다. 지역의 사람과 역사, 문화에 대해 탐구하는 것에 관심이 많습니다. 한국문인협회 회원, 여주시사 편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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