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자신의 탄핵 청문회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유성호
더불어민주당이 기획재정부가 과도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며 '기획재정부 쪼개기'를 위한 밑작업에 돌입한 가운데 학계에서는 "기재부를 해체해 예산 편성 기능을 대통령실으로 넘겨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박상인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는 28일 오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정일영 민주당 의원 주최로 열린 '기재부 등 경제부처 개편 토론회'에서 "대통령실이 직접 예산 기능을 담당하면서 공약들을 실천하고 그에 따른 정치적 평가를 받아야 한다"라고 제안했다. "대통령제에서는 대통령 밑에 (예산 편성 기능이) 있는 게 맞다"는 것이다.
"대통령제 나라에서는 대통령이 예산 편성권 가져야"
특히 박 교수는 "우리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가리켜 '왕 노릇 한다'고 비판하지만 그만 하더라도, 중요한 정책을 대통령이 나서 발표하고 의회에 나가 이야기를 한다. 한국에 그런 대통령이 있었냐"며 "(대통령이 예산을 편성하면) 견제는 국회가 하는 것이다. 그게 투명성과 책임을 높이는 방법이자 정치를 살리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대통령실이 예산 편성 권한까지 갖게 될 경우 '제왕적 대통령제'가 더 강화될 수 있다는 문제제기에 대해서도 적극 반박했다. 그는 "실은 반대다. 오히려 예산 기능을 관료들한테 줘 제왕적 대통령이 된 것"이라며 "대통령이 말을 하고 책임을 안 져도 되기 때문이다. 잘못하면 관료가 책임지고 잘하면 다 대통령 덕이 돼 재앙이 됐다"고 지적했다. 편성권이 대통령실로 가야 "공무원들이 정치적 중립성을 지킬 것"이라는 분석도 내놨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 이정민
그러면서 박 교수는 기재부를 폐지하되 대통령 정책실장에게 국정 어젠다를 만들고 예산, 기금의 편성 및 조정 기능을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재무부를 신설해 그동안 금융위원회가 수행해왔던 금융 정책을 담당하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아울러 금융위 또한 폐지하되, 금융감독위원회를 만들어 그 아래 '금융 건전성 감독원'과 금융 시장 감독원 또는 금융 소비자 감독원을 신설하자고 제안했다. 금융당국이 금융기관의 '건전성 규제'를 우선하면서 오히려 소비자들의 피해를 등한시하는 상황을 막기 위해 두 역할을 담당할 기관을 각각 신설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재명도 공감한 '기재부 쪼개기'... "기재부, 정치적 조직" 비판도
한편 민주당은 최근 검찰개혁과 함께 '기재부 개혁'도 적극 추진 중이다. 모든 부처의 예산권을 쥐고 있다시피 한 기재부 개편 방안은 이미 오래전부터 논의돼 왔는데 '정권 교체'가 이뤄질 가능성이 가장 큰 지금이 개편의 '적기'라는 판단 때문이다.
특히 지난 27일 민주당 대선후보로 선출된 이재명 후보가 직접 개편에 관심을 보이면서 '기재부 쪼개기'에 본격 힘이 실리는 모습이다. 이 후보는 지난 27일 취재진으로부터 관련 질문을 받고 "(기재부가) 정부 부처의 왕 노릇을 하고 있다는 지적들이 상당히 있다. 그런 문제점들은 저도 일부 공감하는 바가 있다"며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정일영 의원 역시 기재부를 가리켜 "매우 정치적으로 움직이는 조직"이라고 정의한 뒤 "모든 부처의 상왕 같은, 엄청난 권한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문재인 정부 때 코로나로 나라가 어려워 돈을 풀자고 하는데 돈이 없다고 하다가,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니까 50조 원이 있다고 했다"며 "문제가 큰 조직"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국민 세금이 제대로 쓰일 수 있도록 감시 감독하려면 부처가 개편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 자리에는 정 의원과 함께 김태년, 김윤, 박홍근, 안도걸, 오기형, 정일영, 정태호, 황명선 의원 등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 다수가 참석해 기재부 개편에 힘을 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