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허제 재지정에도... 4월 주택가격전망지수 5개월 만에 최고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 연합뉴스
금융위원회가 지분형 모기지 상품을 출시하려고 준비 중이다. 이 상품은 한국주택금융공사(주금공) 등 정책금융기관이 가계의 주택 구입시 지분 투자자로 참여해 자기자본이 극히 적은 가계의 주택구입을 돕겠다는 것이 골자다.
언뜻 보면 그럴싸해 보이지만, 자기자본이 빈곤한 2030세대를 집값 떠받치기의 총알받이로 악용되게 할 가능성이 높은 데다 정부가 혈세까지 들여 부동산 시장 부양에 나서는 꼴이라 우려스럽다. 가계부채 폭증이 염려되고 젊은 세대의 자가 구입 가능성이 희미해지는 것이 걱정되면 집값을 자연스럽게 하향안정화시키면 될 일이기 때문이다.
1억 8000만 원으로 10억 아파트 구입?
금융위원회가 구상하는 지분형 모기지는 개인이 주택을 매수할 때 주금공이 투자자로 참여해 개인과 지분을 나눠 갖는 구조다.
간단하게 이야기하면 내가 산 집의 소유권을 정부와 나눠 가진다는 개념이다. 주택가격이 오르면 수익을 개인과 금융위가 나누고 주택가격이 하락하면 금융위가 손실을 부담한다.
만약 개인이 10억 원짜리 아파트를 구매한다고 하자. 이 경우 주금공이 최대 40%인 4억 원을 투자하고, 나머지 6억 원은 매수자가 부담하게 된다. 6억 원을 개인이 전부 자기자본으로 충당하는 것도 아니다. 현행 LTV하에서 최대 집값의 7할까지 대출이 가능하기 때문에, 개인이 부담해야 할 6억 원 가운데 7할에 해당하는 4억 2천만 원을 은행으로부터 대출받을 수 있다. 구매자는 약 1억 8000만 원 정도의 자기자본만 있으면 10억 원짜리 집을 매입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 경우 구매자는 주금공이 투자한 4억 원에 대해 임대료 개념으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지금 나오는 얘기는 연 2%의 임대료인데, 이걸 적용하면 구매자가 1년에 주금공에게 지불해야 할 임대료는 8백만 원이다. 거기에 4억 2천만 원을 은행으로부터 대출했기 때문에 구매자는 연리 5%를 적용한 대출이자를 은행에 납부해야 한다. 대출이자만 2천만 원이다.
금융위는 지분형 모기지 상품을 제안한 까닭을 가계대출 폭증세에 제동을 걸고 무주택자의 주택 마련을 용이하게 위함이라고 설명한다. 한편 금융위는 지역별로 지원 한도를 설정해 서울은 10억 원 이하, 경기도는 6억 원 이하, 지방은 4억 원 이하의 주택에 한해 지분형 주담대를 적용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2030까지 끌어들여 집값 떠받치기에 소모하려는 계획인가?
금융위가 만든 지분형 모기지 상품은 금융위의 호언장담과는 달리 치명적인 난점들을 내장하고 있다.
우선 지분형 모기지 상품이 서울 집값 상승의 연료 역할을 할 가능성이 다분하다. 수요가 집중된 서울에서 10억 원 이하 아파트를 지분형 모기지로 구매할 수 있게 되면, 해당 가격대에 수요가 몰리면서 집값 상승의 뗄감 역할을 하기 쉽다. 서울 아파트 시장은 바싹 마른 초봄의 산과 같아서 불씨 하나만 떨어져도 서울 전체가 불덩어리로 변하기 일쑤라는 사실을 시장은 경험으로 알고 있다.
주택가격이 하락할 때 그 손실을 주금공이 떠안는 것도 문제다. 주금공은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기관인데 지분형 모기지 상품의 손실을 고스란히 공공기관이 부담하는 것은 옳지 않다. 천문학적 혈세를 들여 개인의 손실을 정부가 전담하는 셈인데 이걸 납세자들이 용납할지 모르겠다.
결론적으로 지분형 모기지 상품은 도저히 주택을 구입할 형편이 되지 않는 2030세대를 빚더미로 끌어들여 조정 중인 부동산 시장을 방어하려는 의구심을 받기에 충분하다. 거기에 천문학적 혈세까지 들여서 말이다.
2030세대에게 복음은 집값이 하향안정화 되는 것뿐
임계점을 돌파한 가계대출이 걱정되고, 2030세대가 영영 내집을 마련할 기회를 얻지 못할까 염려된다면 집값을 하향안정화시키면 된다. 그게 최종적이고도 유일한 해결책이다. 집값이 부담가능한 수준까지 내려오면 2030세대가 과도한 부채를 일으키지 않고도 내 집 마련에 나설 것이다.
때마침 주택시장은 조정국면을 지나는 중이다. 훨씬 일찍 그리고 더 급하게 조정을 받았어야 했는데 전임 윤석열 정부가 집값 떠받치기에 올인하는 통에 조정이 늦게 그리고 완만하게 왔다. 새로 구성될 정부는 주택시장의 조정을 시장에 맡겨야 한다. 태풍이 지나고 나면 바닷속이 정화되듯 부동산 시장도 건강한 조정을 겪은 후에 새로운 흐름을 이어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