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원식 국회의장이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5년도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한 정부의 시정연설을 마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유감을 표하자,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우 의장에게 항의하고 있다. ⓒ 남소연
[기사 보강 : 오후 12시 9분]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가 24일 오전 국회 본회의에서 시정연설을 통해 추가경정예산에 대한 신속한 처리를 주문했다. 이에 대해 우원식 국회의장은 시정연설을 마친 한 대행에 대해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잘 구별해달라"고 따끔한 일침을 가했다.
한 대행은 시정연설에서 "이번 추가경정예산안이 국민께 든든한 힘이 되어드리고 우리 경제의 회복과 도약에 소중한 마중물이 될 수 있도록 조속히 심의·의결해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이어 "정부도 국회 심의과정에서 합리적인 대안을 검토하면서 심의에 성실히 임하겠다"며 "집행계획을 철저히 마련해 추경안이 통과되는 즉시 현장에 온기가 빠르게 전달될 수 있도록 준비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지난 21일 재해·재난 대응에 약 3조 2천억 원, 통상 및 인공지능(AI) 지원에 약 4조 4천억 원, 민생안정 분야에 약 4조 3천억 원 등 모두 12조 2천억 원 규모의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정부의 예산안을 설명하는 시정연설을 하는 것은 지난 1979년 박정희 전 대통령 사후 최규하 권한대행 이래 46년만에 처음이다. 그런 만큼 한 대행이 국회 시정연설마저 대선 출마에 이용하는 게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파면당한 대통령 보좌한 총리로서 책임 크게 느껴도 부족"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242회 국회(임시회) 제6차 본회의에서 우원식 국회의장의 발언에 항의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그러나 그런 한 대행의 의도와는 달리 이날 시정연설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사람은 한 대행이 아니라 우원식 국회의장이었다.
우 의장은 시정연설을 마친 한 권한대행에게 "잠깐 자리에 앉아 계시라"며 말문을 열었다.
우 의장은 우선 "만시지탄이지만 이제라도 추경안이 제출되어서 다행"이라며 "추경안 집행이 하루라도 빨리 시작되도록 상임위와 예결위는 심사를 서둘러달라"고 당부했다.
우 의장은 그러나 "국회 예산정책처를 살펴보니, 정부가 공언한 것과는 달리 올 본예산 조기집행 실적이 상당히 부진하더라"며 "벌써 2/4분기인데 추경 편성을 미뤄온 정부의 설명을 미뤄볼때 매우 유감스럽다"고 지적했다.
그는 나아가 작심한 듯 "국회의장으로서 권한대행께 한마디 드리지 않을 수 없다"면서 "헌재 판결에서도 이미 확인됐듯이 대통령과 권한대행의 권한이 동일하다는 것은 헌법에 위배된다, 권한대행은 대정부질문 출석 답변과 상설특검 추천 의뢰 등 해야할 일과 헌법재판관 지명 등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잘 구별하시기 바란다"고 일침을 가했다.
한 대행이 최근 국회의장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대정부질문에 일방적으로 참석하지 않은 점, 김건희 상설특검 등 국회를 통과한 일련의 상설특검을 추천 의뢰 하지 않은 점, 권한대행의 월권 논란이 있었던 헌법재판관 2명 지명 등을 꼬집은 것이다.
우 의장은 이어 "국가적으로 매우 엄중한 때, 12.3 비상계엄 여파가 여전하고 직격을 맞은 민생을 비롯해서 산적한 현안의 어려움이 가중됐다"며 "파면당한 대통령을 보좌한 국무총리로서 권한대행으로서 책임을 크게 느껴도 부족한 때다.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5년도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한 정부의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 남소연
이에 다수의 국민의힘 의원들이 의장석에 몰려와 항의하는 등 장내가 소란해지자, 우 의장은 "제가 어느 정파를 (대신해)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며 "엄중한 비상계엄과 탄핵과 또 대통령 파면을 거치면서 우리 국민들의 삶이 도탄에 빠져있는데 이럴 때 대통령을 보좌했던 국무총리로서 권한대행으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잘 처리해야 한다는 것을 국민을 대표해서 국회의장이 말씀드리는 것"이라고 마무리했다.
한 대행은 이날 집중됐던 조기대선 출마 여부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한 대행은 시정연설을 마친 후 출마 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고생 많으셨다"고만 답한 뒤 그대로 국회를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