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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봉주영

"저는 계몽되었습니다."

지난 2월 25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대통령 탄핵심판 최종변론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 측 김계리 변호사가 언급한 이 말은 계엄의 정당성을 설파하는 대표적인 발언이 됐다. 계엄으로 인해 현실을 깨우치게 됐다는, 내란 옹호 세력들만의 신조어인 '계몽'이라는 말은 김 변호사 언급 이전부터 내란 옹호 네이버 댓글에서 대표적으로 쓰인 단어다.

 윤석열 대통령 대리인단의 김계리 변호사가 지난 2월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최종 변론에서 종합 변론을 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대리인단의 김계리 변호사가 지난 2월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최종 변론에서 종합 변론을 하고 있다. ⓒ 헌법재판소 제공

<오마이뉴스>가 '12.3 윤석열 내란 사태' 기간인 2024년 12월 3-4일(계엄), 2024년 12월 14-15일(탄핵안 가결), 2025년 1월 3-4일(대통령 1차체포), 2025년 1월 15-16일(2차체포), 2025년 1월 19-20일(대통령 구속), 1월 21일-22일(대통령 헌재 첫 출석) 기간 동안 내란 사태 관련 기사 4646개의 네이버 댓글 51만3222건를 수집해 분석한 결과, 해당 네이버 댓글에서 '계몽'이란 단어가 처음 등장한 시기는 1월 4일 오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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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아이디 'topv***'이라는 사용자가 이날 오후 1시 23분께 남긴 댓글로, "계엄은 계몽이었다, 천안문 사라진 목소리 당신도 그 일부가 될 수 있습니다"라는 내용이었다. 이 댓글이 등장한 지 7시간 뒤에는 아이디 'dlwn***'는 "계엄령이 아니라 계몽령이라더니 계몽령 맞네"라고 댓글을 남겼다.

1차 체포 시기(1월 3-4일) 관련 기사 736개 가운데 '계몽'이라는 단어가 한 차례 이상 언급된 댓글은 총 62건이었다. 이어 2차 체포 시기 880개 기사 가운데서는 댓글 110건에서 계몽이라는 단어가 확인돼, 절대 수치가 2배 가까이 늘었고, 구속 시점(81건)과 헌재 출석(50건)시기에도 꾸준히 언급됐고, 결국 헌법재판소 재판정에서까지 해당 단어가 등장하기 이른 것이다.

 2025년 1월 4일 네이버 댓글에 등장한 '계몽령'. <오마이뉴스> 분석기간에 한정해, '계몽령'을 최초로 언급한 댓글이다.
2025년 1월 4일 네이버 댓글에 등장한 '계몽령'. <오마이뉴스> 분석기간에 한정해, '계몽령'을 최초로 언급한 댓글이다. ⓒ 네이버 갈무리

<오마이뉴스>가 내란 옹호 댓글 7만4651건에 대해 단어 빈도 수를 분석한 결과, '내란 옹호 댓글'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는 '공산'이란 단어였다. 공산화, 공산국가 등 대한민국의 공산화를 우려하는 표현인 '공산'이란 단어는 내란 사태 초기부터 '내란 옹호' 댓글에서 자주 등장해왔다.

'공산'이란 단어는 계엄령 선포 당시인 2024년 12월 3-4일 100개 댓글에서 언급됐고, 탄핵 시점에는 443건, 1차 체포 시기에는 1180건, 2차 체포 시기에는 1275건이나 언급됐다. 특히 대통령 구속 시점에는 '공산' 언급 댓글 수가 1455건까지 증가했다.

사법 및 행정기관에 대한 음모론적 불신을 상징하는 단어인 '부정선거'와 '불법영장', '불법수사' 역시 꾸준한 빈도로 등장하는 단어였다. 부정선거의 경우 계엄령 당시 언급 건수는 56건에 불과했으나, 탄핵안 가결 시점에는 967건, 1차 체포 시기에는 743건, 2차 체포 시기 1319건으로 증가했다. 구속 시점에도 1000건에 육박하는 댓글(982건)들이 '부정선거'를 거론했다.

'불법 영장'은 1차 체포시기에 처음 등장했는데, 387건의 댓글이 '불법영장'을 언급했고, 2차 체포 시기에는 420건의 댓글에서 같은 단어가 나타났다. 구속 시점에는 153건이었다. 불법수사 역시 1차 체포 시기 98건의 댓글에 언급됐고, 2차 체포 시기에는 153건, 구속 시점에는 129건으로 등장 빈도가 상당했다.

내란 옹호 여론이 본격적으로 네이버를 점령하기 시작한 시점은 지난 1월 신남성연대 측이 텔레그램과 디스코드 등에 수만명이 참여한 단체채팅방을 만들어 '내란 옹호 댓글'의 추천수를 조작하기 시작한 때와 비슷하다. 이 댓글부대 단체방은 지난 1월초부터 활동을 시작했는데, 관련된 언론 보도가 이어지고, 단체 채팅방 참여자가 늘면서 탄핵 선고 직전까지 네이버 댓글 여론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카카오톡 오픈 대화방 등에서 활동하는 '극우추적단'이 지난 3월 공개한 자료를 보면, 신남성연대가 여론조작을 지시한 기사에 3회 이상 댓글을 게시한 가담자는 2549명, 5회 이상 댓글을 게시한 가담자는 864명(3월 11일-15일 기준)으로 나타났다. 가장 많은 댓글을 남긴 상위 15명의 경우 지난 1월 1일부터 3월 19일까지 총 1만506개의 댓글을 작성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선고를 기점으로 이 단체는 현재까지 활동을 잠정 중단했지만, 내란을 옹호하는 네이버 이용자들은 지금도 활발히 활동 중이다. <오마이뉴스>가 '내란 옹호 댓글'로 분류된 댓글의 게시자 중 댓글 수 1000건 이상의 헤비댓글러들을 무작위로 선별해 살펴본 결과, 헌법재판소 탄핵 선고 직전까지 "간첩들로 인해 당연히 계엄해야 할 상황", "부정선거 수사하라"면서 내란을 옹호해왔던 한 사용자(아이디 dlwn****)는 4월에도 "윤 어게인~~~대통령 선거 재출마 가능함" 등의 댓글을 달면서 내란 혐의로 재판을 받는 윤석열을 옹호했다.

아이디 path****도 4월에도 매일 5-6건의 댓글을 달면서 "자유민주주의자 윤석열을, 야당이 탄핵하고 경찰/공수처가 체포하고 좌익판사들이 파면하니, 미국과 자유민주 우방들이 걱정하는 상황", "재명이 대통령 되면, 가장 먼저 미군 철수와 그에 따른 해외자본 이탈을 걱정해야 한다" 등 내란 세력 옹호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아이디 'sdh9****'는 지난 3월말에도 "부정선거 부역자 뉴스수준 ㅋㅋ" "선관위 빠른 감사 후 해체 드가자" "민주당이 이미 여론조사도 통제하고 있잖아. 여론조사 업체 관리 강화 법안발의 하면서. 실제 윤 대통령 지지율은 최소 60%"라면서 부정선거 음모론을 지속해서 펴고 있다.

아이디 yhch**** 역시 이번 달 "이재명처럼 의회 다수 권력 이용해 판사 검사 장관 감사원방통위원장 대통령에 대통령 대행 까지 29명 탄핵시켜 국정 마비시키는 민주당과 이재명 이젠 행정 권력까지 잡아 독재 완성하려고 하는데 이게 나라냐?" 등의 댓글을 달면서 내란 사태 책임은 '민주당'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해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지난 4월 18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윤석열 지지 단체들이 댓글부대를 운영하며 네이버 댓글 여론을 조작하고 있다는 지적과 관련해 "좌표 지정을 하고 공감 수가 급증하는 문제들에 대해서는 인지를 하고 있고 미리 기술적으로 조치하지 못한 점에 대해 굉장히 심려 깊게 생각하고 있다"며 공식 사과했다. 이후 네이버는 특정 댓글의 공감 수가 비정상적으로 급격히 높아지는 현상이 발생할 경우, 이를 해당 언론사 측과 공유하는 등 댓글 여론조작에 대한 대응책을 시행하기로 했다.

[관련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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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수연 네이버 대표이사가 4월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답변하고 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이사가 4월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답변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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