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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대학생이자 여성인 박아무개씨는 어렸을 때 자신을 괴롭히던 남학생에 대해 주위에 이야기하자 "남자애들은 원래 좋아하는 여자애한테 더 장난치는 법"이라며 이해하라는 말을 들었다. 작년 딥페이크 성범죄 사건이 발생했을 때, 한 네티즌이 제작한 피해학교 지도를 확인했을 때는 자신이 졸업한 중학교, 고등학교, 현재 다니고 있는 대학교까지 빠짐없이 포함된 것을 보고 충격을 받기도 하였다.

30대 직장인 조아무개씨는 매일 출근길에 같은 지하철 칸에서 자신에게 불필요한 스킨십을 하는 남성이 있다는 친구의 말을 듣고, 도움을 제공하고자 인터넷에 '대중교통 성추행 대처법'을 검색하였다. 하지만 아무리 페이지를 넘겨도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가해자 입장에서 '성추행 고소를 당했을 때 대처할 방법'에 대한 정보들만 나오는 것을 보고 무척 당황하였다.

40대 여성인 김아무개씨는 주변에 친하던 언니가 오랫동안 가정폭력에 시달려온 것을 근래에야 알고 많이 놀랐다. 병원에 입원할 정도로 심각한 상태에 이르러서야 폭력을 알린 언니에게 어떤 도움을 주어야 할지 지금도 고민이 깊다. 이들은 모두 이번 윤석열 탄핵광장에 참여하였다. 광장에 나온 한 명 한 명의 여성들은 이와 같이 자신의 일상에서의 폭력과 차별이 없어지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광장으로 나왔던 것이다.

이들의 공통된 분노는 바로 '여성폭력'이었다.

12.3 내란부터 4.4 파면까지, 60명의 여성이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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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UN 여성에 대한 폭력 철폐 선언에 따르면, 여성폭력은 여성에게 신체적, 성적, 심리적인 피해나 고통을 유발하거나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모든 종류의 젠더기반 폭력을 의미한다. 그중 가장 극단적인 젠더폭력의 형태로,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의도적으로 살해하는 것을 페미사이드(Femicide) 범죄로 규정하고 있다. 또한 ▲ 여성의 권리를 지지하는 활동에 참여한 여성에 대한 공격 ▲ 여성단체 및 조직에 대한 공격 ▲ 여성을 주요 타깃으로 한 연쇄적인 공격 또는 살인 ▲ 여성 혐오 단체에 소속된 가해자가 여성을 공격하는 범죄 등을 '여성증오범죄'의 유형으로 보고 있다.

UN에서 작년 세계여성폭력추방의날에 맞춰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하루에 약 140명의 여성이 파트너 혹은 가족과 같은 친밀한 관계 내에서 살해되고 있으며, 2023년에 의도적으로 살해된 여성 중 60%가 친밀한 관계 내 살인 피해자인 것으로 밝혀졌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떨까.

"단 한 명의 여성도 잃을 수 없다" 올해는 5.17 강남역 여성살인사건 9주기가 되는 해이다.
"단 한 명의 여성도 잃을 수 없다"올해는 5.17 강남역 여성살인사건 9주기가 되는 해이다. ⓒ 서울여성회

한국은 성평등 관련 법과 제도들을 거의 완벽하게 구비하고 있는 국가 중 하나이다. 그러나 수십 년째 1위를 고수하고 있는 성별임금격차, 이례적으로 많은 여성폭력 사건으로 보여지는 구조적 성차별이 심각한 상황이다. 한국여성의전화 통계에 따르면 2024년 친밀한 관계의 남성 파트너에 의해 사망한 여성은 최소 181명, 살인미수 피해자는 374명으로 최소 650명의 여성이 친밀한 관계에 있는 배우자 및 파트너, 가족과 친구에 의해 살해당하거나 죽을 뻔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2023년 138명이었던 것에서 증가한 수치이다. 그렇게 따졌을 때 지난 12.3 윤석열 계엄부터 4.4 파면에 이르기까지 약 60명의 여성이 죽은 것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언론보도가 된 최소의 개수를 추정한 것에 불과한 것뿐, 한국은 여성폭력에 대한 공식 통계조차 없는 상황이다.

하루에도 끊임없이 쏟아지는 여성폭력 사건들

최근 내란 혐의 피의자인 한덕수 총리가 임명한 함상훈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는 과거 성인지 감수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판결을 다수 내린 것으로 밝혀졌다. 함상훈 판사는 2017년 친딸에 대해 만 13세 때부터 5년 가까이 성폭력을 가한 남성에 대해 '증거 부족'을 이유로 징역 6년의 실형을 선고한 1심을 파기하고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한 전적이 있다. "잠결에 딸의 바지 속으로 손을 넣은 것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라며, "가해자가 깊이 반성하고 있고 이혼한 후에도 아내 없이도 딸에 대한 애정으로 딸과 살갑게 지내왔다"라는 점을 이유로 든 것이다.

뿐만 아니라 2019년에는 자신의 제자인 여학생을 차에서 성추행하고 숙박업소로 데려가 성적 행위를 한 대학교수에 대해 파면을 취소하기도 했으며, 아동성범죄를 저지른 피고인에 대해서는 "피고인이 부모의 이혼 이후 모친 단독 양육 속에 엄한 교육을 받으며 자라는 과정에서 심리 정서적으로 왜곡 내지 장애를 갖게 되었다"라며 가해행위를 정당화하는 발언을 하기도 하였다. 함상훈 판사의 임명이 심각한 문제인 것은, 여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사회적 낙인과 의심, 피해자에 대한 왜곡된 통념, 가해자 중심적 사법 시스템에 대한 용인과 같은 의미로 여겨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신입생 엠티자리에서 성희롱, 성추행 발생 최근 조선대 신입생 엠티자리에서 성희롱, 성추행 등이 발생하였다는 공론화가 이루어졌다.
신입생 엠티자리에서 성희롱, 성추행 발생최근 조선대 신입생 엠티자리에서 성희롱, 성추행 등이 발생하였다는 공론화가 이루어졌다. ⓒ 조선대 에브리타임

대학가에서도 문제는 심각하다. 지난달 한 대학의 단과대 단합대회(MT) 과정에서 이루어진 성희롱에 대한 문제 제기가 대학생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을 통해 이루어졌다. 학생들이 술자리에서 술을 입에서 입으로 넘기는 일명 '러브샷'이 이루어졌으며 이를 신입생에게 시키는 모습을 보았다는 목격담이 올라온 것이다. 또한, "MT 현장에서 욕설과 음담패설을 들었으며 이성 선배가 허벅지를 만져 울고 싶었다", "분명 성희롱 금지라고 공지되었는데 너무 놀라서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와 같은 증언도 이어졌다.

얼마 전에는 2022년 4월에 한 대학의 무용학과 박아무개 교수가 술자리에 자신의 제자들을 데리고 나가 술을 강요하고 노래와 춤을 요구한 것이 밝혀지기도 했다. 박 교수가 소집한 자리에는 '장학사'라고 소개한 한 남성도 함께 있었으며, 해당 술자리는 2차 노래주점까지 5시간 넘게 이어졌다. 무용 분야에서는 학점부터 진로까지 교수의 권한이 절대적이었기 때문에 학생들은 곧바로 문제를 제기하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 외에도 수업을 듣는 학생에게 "몸 좋은 사람을 사귀어라", "그렇게 살이 찌면 무용이 되냐" 등과 같은 성희롱성 발언들도 서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정치가 공범이다

이처럼 매일 같이 여성폭력 사건들이 쏟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치는 무관심으로 대응해 왔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사회구조적 성차별을 부정하고 여성가족부 폐지를 강력하게 주장하며 '반여성 대통령'임을 선언하였으며, 성별 갈라치기 정치로 이익을 얻은 이준석과 같은 정치인이 탄생하였다. 그리고 정치권의 대부분은 이러한 안티페미니즘이라는 폭력에 침묵으로 일관하였다.

실제로 지난 22대 총선 과정에서 민주당은 비동의 강간죄 도입을 10대 공약으로 제시했다가 비판이 나오자 '실무적 착오'라며 비동의 강간죄 정책공약을 철회하였다. 또한 안희정 성폭력 사건 등 권력형 성폭력의 2차 가해자들이 공천되어 비판을 받기도 하였다. 지난 2월에는 민주당 전국여성위원회에서 동덕여대 학생 인권침해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예정하였으나 돌연 취소한 일도 있었다.

보수정당인 국민의힘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최근 성폭력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던 장제원 전 의원의 사망 소식에 추모와 조문 물결이 이어지고, 한 의원은 "피고인이 살았으면 보수 정치권에서 크게 할 역할이 있었다"라고 이야기하는 등 가해자를 옹호하는 행위가 이어졌다. 또한 작년 9월, 딥페이크 성범죄 사건이 발생하여 수많은 여성의 피해가 발생하였을 때 한덕수 국무총리는 "딥페이크 성착취 사태가 정부 잘못은 아니다"라며 책임을 회피하기도 하였다.

광장 여성들의 목소리에 정치는 응답하라!

페미니스트가 요구한다, 윤석열 즉각파면! 탄핵광장에서의 페미니스트들은 윤석열 퇴진 그 이후의 세상을 꿈꾸며 광장으로 나왔다.
페미니스트가 요구한다, 윤석열 즉각파면!탄핵광장에서의 페미니스트들은 윤석열 퇴진 그 이후의 세상을 꿈꾸며 광장으로 나왔다. ⓒ 서울여성회

탄핵광장에서 주목받는 '2030 응원봉'을 넘어서 실질적으로 여성들이 정치의 주체가 되기 위한 첫 번째 과제는, 여성폭력을 해결하는 정치를 만드는 것이다. 여성폭력 해결은 여성 시민권의 출발이자 전제이기 때문이다. 탄핵 이후 '윤석열OUT 성차별OUT 페미니스트들'에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발언자들은 "123일간 2030 여성들이 광장의 다수를 차지했던 이유 중 하나는 기존 정치가 젠더폭력, 여성폭력에 그 어떠한 해결 의지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하며 "선거 전에는 여성을 칭송하다가 선거가 오고 당선이 되면 여성을 지우고 부정하는 정치와의 싸움이 남아있다"고 소리높였다.

서울여성회 박지아 센터장은 지난 2월 27일 진행된 '페미니스트를 위한 민주주의 아카데미'에서 "광장에서의 여성들을 습관적, 의도적으로 지움을 당한 역사가 존재한다"라며 여성은 늘 광장에 있었다는 메시지를 넘어서서 '그동안 어떻게 여성이 지워졌는지'를 제대로 짚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였다. 광장에 나가고, 구호를 외치고, 최선의 투표를 하는 것만으로는 그동안 지워져 왔던 여성들의 역사가 반복되기 때문에, 직접 여성들이 이야기할 수 있는 '정치세력화'가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기억하자, 바꿔나가자 강남역 여성살인사건 7주기 추모행동에서 한 참여자가 추모의 메시지를 남기고 있다.
기억하자, 바꿔나가자강남역 여성살인사건 7주기 추모행동에서 한 참여자가 추모의 메시지를 남기고 있다. ⓒ 서울여성회

4개월 동안 거의 매주 탄핵광장에 나갔던 한 페미니스트 여성은 "우리는 절대 윤석열 탄핵 하나만을 바라보고 싸운 것이 아니지 않느냐"라며 "항상 부르고 소망했던 '다시 만날 세계'를 이제 만들어 나갈 시기인 것 같다. 윤석열 파면만으로 우리 여성들이 만족할 줄 알았다면 큰 착각일 것이다"라며 계속해서 외쳐왔던 여성폭력 문제를 본격적으로 정치에 요구하고 해결해 나갈 포부를 밝히기도 하였다.

'우리의 일상을 쟁취하자' 선언한 '페미연대' 대선, 여성정치세력화를 향한 60일

이에 다양한 페미니스트 단체 및 개인 페미니스트들과 함께 여성폭력 및 젠더폭력을 해결하기 위한 연대체인 '젠더폭력해결 페미니스트 연대(아래 페미연대)'는 광장을 만든 여성들의 열망이 흩어지지 않고 정치에 반영되기 위해 페미니스트들의 연서명을 모으고 여성정치세력화를 이끌고 만들어 나갈 예정이다.

여성폭력 책임질 대통령에 투표한다! 젠더폭력해결 페미니스트연대는 여성폭력을 책임질 대통령을 요구하는 연서명을 진행하고, 다이인 퍼포먼스를 진행할 예정이다.
여성폭력 책임질 대통령에 투표한다!젠더폭력해결 페미니스트연대는 여성폭력을 책임질 대통령을 요구하는 연서명을 진행하고, 다이인 퍼포먼스를 진행할 예정이다. ⓒ 페미연대

그 시작으로, 오는 4월 27일 일요일 오후 3시 홍대를 시작으로 총 7회차에 걸쳐 여성폭력 해결을 요구하는 다이인(Die in) 퍼포먼스와 캠페인을 진행한다. 여러 사람이 한 장소에 죽은 듯이 드러누워 항의를 표현하는 방식인 다이인 퍼포먼스를 통해, 매일 발생하고 있는 여성폭력 사건들의 심각성을 알리고 이를 무시하는 정치권에 경종을 울릴 예정이다. 또한, 다가오는 5.17 강남역 여성살인사건 9주기 추모행동을 진행하며 '여성이라는 이유로 죽임을 당하는 것이 더 이상 용납될 수 없다'라는 여성들의 강한 의지를 모을 예정이다.

"여성폭력을 책임질 대통령에 투표한다!" 젠더폭력해결 페미니스트연대는 여성폭력을 책임질 대통령에게 투표하겠다는 여성들의 열망을 담는 연서명을 진행하고 있다.
"여성폭력을 책임질 대통령에 투표한다!"젠더폭력해결 페미니스트연대는 여성폭력을 책임질 대통령에게 투표하겠다는 여성들의 열망을 담는 연서명을 진행하고 있다. ⓒ 페미연대

현재 페미연대는 다가오는 대선에서 여성들과 페미니스트들은 여성폭력을 책임질 대통령에 투표할 것이라는 내용으로 연서명을 진행하고 있다. '더 이상 죽음으로만 기억되고 싶지 않다'라는 한 연서명자는 '광장에서 계속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이야기했지만 정작 우리의 일상은 폭력투성이가 아닌가. 여성들의 힘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며 분노의 마음으로 함께 행동할 것을 촉구하였다.

앞으로 남은 60일간의 대선 과정에서 여성들은 응원봉을 넘어 직접 의사결정을 내리는 '의사봉'을 쟁취하기 위한 투쟁을 이어 나갈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젠더폭력해결 페미니스트연대와 함께 여성폭력을 책임질 정치를 만들어 나갑시다!

- ‘여성폭력 책임질 대통령에게 투표한다!’ 연서명 하러가기
- 여성폭력 다이인(die-in) 퍼포먼스 함께하기
- 5.17 여성살해사건 9주기 추모 공동행동 참여하기

링크: tr.ee/2025voteforfeminism


#여성폭력#페미연대#페미니즘#대선#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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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더폭력해결 페미니스트연대 취재기

서울여성회는 서울 여성들의 자기성장, 성평등한 마을 만들기, 폭력과 전쟁이 없는 평화로운 세상을 위해 활동하는 생활인 여성들의 공동체입니다. 2007년 7월에 창립하여 서울여성문화축제, 서울여성아카데미, 지역아동센터 성교육 및 부모교육, 지속 가능한 생태 지킴이 활동과 식량주권운동 등 다양한 사업을 진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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