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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망원동에 위치한 제로웨이스트 상점 알맹상점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고금숙 플라스틱프리 활동가
서울 망원동에 위치한 제로웨이스트 상점 알맹상점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고금숙 플라스틱프리 활동가 ⓒ 알맹상점

"내용 자체는 나쁘지 않고 좋았지만..."

제로웨이스트 상점 '알맹상점'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고금숙 플라스틱프리(Plastic-Free) 활동가가 22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의 기후·환경 공약을 평가하면서 한 말이다.

이 예비후보는 이날 지구의 날을 맞아 기후·환경 공약을 내놓으며 발표문에서 알맹상점을 언급했다. 국가 차원의 탈플라스틱 로드맵 수립뿐 아니라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 2040년까지 석탄 발전 폐쇄 등이 이 예비후보가 발표한 공약의 골자였다.

"국가 차원의 탈플라스틱 로드맵을 수립하겠습니다. 말 그대로 '알맹이'만 팔아서 쓰레기를 줄이는 '알맹상점'처럼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만드는 순환 경제 거점 인프라를 지원하겠습니다. 중장기적으로 바이오 플라스틱 산업을 전략 육성하고, '소비자 수리권' 보장으로 생활 속 자원순환 경제를 만들겠습니다." (이재명 예비후보 기후·환경 정책 발표문 중)

고 활동가는 이날 이 예비후보의 공약을 살펴본 뒤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 인터뷰에서 "알맹상점처럼 작은 가게까지 예시로 들어 전략을 짜고 공약을 발표해 주신 것이 감사하고 반가운 마음"이라면서도 "환경에만 국한돼 일자리, 산업 등 경제를 아우르는 큰 주제로 환경 정책이 얘기되지 않는 것이 안타깝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경제 이야기로 환경을 풀면 좋겠다. 가령 석탄발전소가 문을 닫으면 그 자리를 채워 줄 대체 일자리와 다른 먹거리 산업이 있어야 한다"라며 "이를 환경과 어떻게 접목시킬 것인지가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이 예비후보의 기후·환경 공약에 원전 추가 건설에 대한 입장이 빠져 있는 것과 관련해서는 "탈원전 기조를 유지하되 속도 조절을 어떻게 할지, 여론을 어떻게 설득할지 고민하며 제도를 급하지 않게 시행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고 활동가는 '기후 유권자'이기도 하다. 기후 의제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이를 중심에 두고 투표를 고려하는 사람이다. 고 활동가는 "관심이 없고 아리송한 사람들에게 기후 정책이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는 게 중요하다"라며 "기후 정책이 환경에도 좋지만 우리에게도 좋다고, 기후는 먹고 사는 문제라고 대선 후보들이 정책을 제시할 수 있으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다음은 고 활동가와의 일문일답이다.

"환경·경제 따로 가면 안 돼... 탈원전은 세계적 흐름"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주자인 이재명 후보가 19일 충북 청주시 청주체육관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선출을 위한 충청권 합동연설회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주자인 이재명 후보가 19일 충북 청주시 청주체육관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선출을 위한 충청권 합동연설회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 남소연

- 이재명 예비후보가 기후·환경 공약을 발표하면서 '알맹상점'을 언급했다.

"감사하고 반가운 마음이다. 미세먼지, 자원순환과 함께 저희 알맹상점처럼 작은 가게까지 예시로 들어주셨는데, 큰 얘기만 하는 게 아니라 세세하게 많은 것들을 구체적으로 보시려 한 것 같다. 다만 환경에만 국한돼 일자리, 산업 등 경제를 아우르는 큰 주제로 환경 정책이 얘기되지 않는 것이 안타깝다. 정의로운 전환(탄소중립 사회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피해를 입을 수 있는 특정 지역과 업종을 보호·지원하는 것)에 관한 부분이 없는 것도 안타깝다."

- '환경 정책이 환경에만 국한된다'라는 게 어떤 의미인가.

"(이 예비후보가 기후·환경 공약으로 발표한) 내용 자체는 나쁘지 않고 좋았지만, 환경을 하나의 부분이나 분야로만 생각하면 문제가 풀리지 않는다. 예를 들어 인공지능(AI) 공약은 일자리, 국가 산업, 경제 등 한 분야로 국한되지 않는데 환경 의제는 환경으로만 축소돼 얘기된다. 경제 이야기로 환경을 풀면 좋겠다. 환경과 경제가 따로 가서는 사회 전반의 변화를 일으킬 수 없다.

가령 석탄발전소가 문을 닫으면 그 자리를 채워 줄 대체 일자리와 다른 먹거리 산업이 있어야 한다. 이를 환경과 어떻게 접목시킬 것인지가 관건이다. 단순히 자연을 보호하자는 차원이 아니라 정의로운 전환을 어떻게 이뤄낼 건지, 기후 대응으로 화석연료 산업을 버리고 다른 먹거리 산업으로 어떻게 나아갈 건지, 이런 큰 틀의 구상들이 있으면 좋겠다."

- 2040년까지 석탄 발전을 폐쇄한다는 이재명 후보의 기후 정책을 평가한다면.

"2040년은 너무 늦다. 물론 빠르면 좋겠지만 우리나라가 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안은 적어도 주요 7개국(G7)에서 정한 국제 기준치(2035년까지 석탄발전소 폐쇄)와 동일한 목표를 갖고 다른 나라들에 부끄럽지 않은 정책 수준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그것만 해도 아마 가랑이가 찢어질 것이다. 그리고 2040년까지 어디를 어떻게 폐쇄하고 어떤 대안을 만들지가 더 구체적으로 나왔으면 좋겠다."

 서울 망원동에 위치한 제로웨이스트 상점 알맹상점
서울 망원동에 위치한 제로웨이스트 상점 알맹상점 ⓒ 알맹상점

- 이 예비후보가 알맹상점을 언급하면서 제시한 탈플라스틱 로드맵 수립, 순환경제 거점 인프라 지원, 바이오 플라스틱 산업 전략육성 등에 더해 추가로 담겼으면 하는 내용이 있나.

"지난해 부산에서 국제 플라스틱 협약이 좌초됐다. '잼버리 사태'가 부산에서 재연됐다고 할 정도로 혹평을 받았다. 제대로 준비를 못했고 회의장에서 일회용 컵을 사용하는 등 문제도 있었다. 그걸 잘 치러냈다면 큰 성과였을 것이다. 바이오 플라스틱 산업 육성도 좋지만, 재사용 인프라를 구축하고 국제 플라스틱 협약을 성안하기 위해 대한민국 정부가 나서겠다는 내용이 똑같은 비중으로 들어 있었다면 훨씬 거시적이고 대인배 같았을 것이다.

만약 일회용품 규제에 한국만 속도를 낸다면 일부 사람들로부터 쓸데없는 논란과 정치적인 갈등을 빚을 수 있다. 하지만 국제 플라스틱 협약이 성안된다면 대한민국이 적극적으로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 그렇게 논란이 되지 않을 것이다."

- 이 예비후보의 기후·환경 공약에 원전 추가 건설에 대한 입장이 빠져 있는 건 어떻게 보나.

"민주당의 기조가 중도보수로 가면서 문재인 정부 시절의 탈원전 얘기가 쏙 들어가고 탈원전을 희석시키려는 감이 있어서 환경 쪽에선 비판이 있다. 탈원전 기조를 유지하되 속도 조절을 어떻게 할지, 여론을 어떻게 설득할지 고민하면서 제도를 급하지 않게 시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탈원전은 전 세계적인 흐름이 아닐까 싶다."

- 기후 유권자들의 표심을 잡기 위해 대선 주자들이 어떻게 대응해야 한다고 보나.

"지난 지방선거 때 녹색정의당 득표율을 보면 알겠지만 우리나라 기후 유권자 수는 너무도 적다. 그래서 다른 의제들에 비해 기후 의제가 이번 대선에서도 많이 밀리는 것 같다. 기후 유권자들은 대선 후보들이 기후 정책 로드맵을 짜고, 정의로운 전환과 기후 관련 전략을 발표하기만 해도 마음이 많이 열릴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오히려 기후 문제에 관심이 없고 아리송한 사람들에게 기후 정책이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는 게 중요할 것 같다. 환경 규제에서 뒤처지면 일자리와 산업 전환이 더 늦어지니 지금 물꼬를 터야 한다고, 기후 정책이 환경에도 좋지만 우리에게도 좋은 것이라고, 기후는 먹고 사는 문제라고 정책을 제시할 수 있으면 좋겠다."

#고금숙#알맹상점#이재명#공약#기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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