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시 22분', 윤석열 대통령 파면 선고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을 4일 파면했다.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이날 오전 11시 22분께 "윤석열 대통령을 파면한다"는 탄핵심판 선고 주문을 읽었다. 파면의 효력은 즉시 발생해 이를 기점으로 윤 대통령은 직위를 잃었다. 사진은 선고 주문 당시 헌재 대심판정의 시계. ⓒ 사진공동취재단
"주문 :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
지난 4월 4일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대행이 낭독한 헌법재판소 탄핵 결정의 주문이다. 지난해 12월 3일 밤 윤석열의 위헌적, 위법적 비상계엄 선포 후 122일 만에 헌재가 선고한 너무도 당연한 이 한마디를 듣기 위해 많은 시민이 마음을 졸이며 불면의 밤을 보내야 했다. 누군가는 일상을 포기한 채 파면을 촉구하는 시위에 동참하기도 했고 길에서 밤새 내리는 눈을 맞으며 새벽을 맞기도 했다. 많은 시민의 기원은 단 한 가지, 헌재가 조속히 윤석열의 파면을 선고하여 불법적인 내란 사태를 종식하는 것이었다.
헌재 결정문이 명시하였듯이 윤석열의 내란 시도를 막은 것은 행동에 나선 시민의 힘이었다. 군·경의 소극적 저항도 한몫 했지만 그들도 역시 제복 입은 시민 아닌가. 2025년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군홧발로 짓밟고 시계를 1970년대 공포의 유신 시대로 되돌려서 장기 독재를 획책했던 미치광이 윤석열의 무모한 시도는 시민의 단합된 힘 앞에 좌절되었다.
파면된 윤석열은 이제 형사재판에서 내란죄 우두머리의 책임을 지고 사형 또는 무기형에 처할 것이다. 대한민국 역사에 이 같은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기 위해서는 윤석열과 내란 일당에 대한 법정 최고형의 처벌이 내려져야 하고 향후 국민통합 등을 빙자한 사면은 절대로 없어야 한다. 국회 탄핵소추단 변호인 중 한 사람이었던 장순욱 변호사가 최후 변론에서 "제일 아름다운 풍경은 모든 것들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풍경"이라고 말했듯이 이제 혼란이 극복되면서 모든 것들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는 중이다. 천만다행, 사필귀정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사태로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의외로 허약하다는 사실이 드러났지만, 반대로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헌법과 법에 정해진 절차에 의해 내란이 진압되고 민주주의가 회복되고 있다는 점에서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강함 또한 드러났다. 흔히 비 온 뒤에 땅이 굳어진다고 말하듯이 이 땅의 민주주의도 이번 사태를 계기로 더욱 굳건해지고 발전할 것으로 믿는다.
특히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지키는 최후 보루는 역시 주권자인 국민이었다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하였다는 점에서 향후 모든 권력자는 더욱 국민들을 존중하고 섬기며 두려워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으리라 믿는다. 고전에 이르기를 국민은 물이요, 권력자는 배와 같아서 배를 띄우는 것도 국민이지만 배를 뒤집는 것도 국민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조기 대선이 시작된 이즈음 차기 권력을 위해 뛰는 모든 정치인들은 이 엄중한 교훈을 마음 깊이, 뼛속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
인권 신장에 크게 기여했지만 납득 못할 결정도 많아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이 인용되어, 윤석열 대통령은 11시 22분 파면되었다. ⓒ 권우성
헌법재판소가 만장일치의 의견으로 헌법 수호의 의지가 없는 윤석열을 파면함으로써 헌법 질서 수호의 보루라는 제 역할을 다했다는 점에서 박수를 쳐주고 싶다. 헌법재판소가 헌법 질서를 공격하는 어떤 세력이나 행위도 결코 용납될 수 없음을 분명히 선언하였다는 점이 매우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헌법재판소의 파면 선고가 나오기까지 마음을 졸이며 기다렸던 많은 시민은 이번 사태에서 드러난 헌법재판관들의 행태에 대해 온전히 만족하지 못할 것이다. 일반인의 상식에 비추어 너무나 당연한 한마디, 즉 내란 수괴인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라는 주문 한마디를 끌어내는데 학식과 재판 경험이 풍부한 고매한 헌법재판관들이 그렇게 오랜 시간 숙고하고 토론을 하였다는 사실이 잘 납득가지 않을 것이다. 일부 재판관들이 극우 보수 세력들의 압력·회유에 넘어가 헌법이 아닌 정파적 이해관계에 따라 판결을 내리는 것은 아닌지 하는 불안감이 시민들의 뇌리를 지배하기도 했다. 내란 수괴 윤석열과 야당의 유력 대권 주자인 이재명 전 대표를 둘 다 퇴출할 목적으로 이재명 전 대표에 대한 공직선거법 2심 재판이 선고되기까지 헌재 선고를 미루었다는 의혹도 강하게 제기되었다(*다행히 이재명 전 대표에 대한 공직선거법 2심 재판은 무죄로 결론이 났다). 마침내 윤석열은 재판관들의 일치된 의견으로 파면되었지만 최종 결론이 도출되기까지 재판관들 사이에서 어떤 우여곡절이 있었는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민주국가라 할지라도 모든 제도가 다 완벽할 수는 없는 법이다. 우리나라 헌법재판소 제도도 마찬가지이다. 지난 1987년 헌법으로 탄생한 헌법재판소는 국민의 인권 신장에 기여한 많은 결정을 내린 것이 사실이다. 막연한 추상적 규범으로 머물러 있던 헌법 조문이 국민 누구나 알고 의지하는 생활 규범으로 탈바꿈하는 데 큰 기여를 하였다.
그럼에도 그동안의 헌재 결정 중에는 납득할 수 없는 것들도 많다.
우리는 과거 헌법재판소가 2004년 노무현 정부가 국토 균형 발전을 위해 추진했던 수도 이전 추진법(신행정수도법)에 대해 관습헌법("서울이 대한민국의 수도인 점은 불문의 관습헌법이다")을 끌고 와서 위헌 판결을 내려 좌초시키고 노무현 정부에 큰 타격을 준 사실을 기억하고 있다. 성문헌법 국가인 대한민국에서 조선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관습헌법을 끌고 들어온 헌법재판소의 논리는 억지, 견강부회(牽强附會), 아전인수(我田引水) 등 무슨 말을 붙여도 설명이 부족한 엉터리였다. 이 헌재의 결정으로 대한민국은 서울과 수도권 집중 현상이 더욱 심화되었고 지방은 인구 소멸과 공동화의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영원히 지울 수 없는 엉터리 헌재 결정으로 박제되어 남을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윤석열을 제외한 고위직 공직자들의 탄핵심판에서는 모두 기각 결정을 내린 바 있다. 국민소환제가 없는 대한민국에서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가 고위직 공무원들의 위헌적, 위법적 행태에 대한 책임을 물어 탄핵소추를 한 사건 모두에서 헌재가 기각 결정을 내리는 것은 확실히 문제가 있다. 예컨대 한덕수 대통령 권한 대행에 대해서는 국회가 선출한 헌법재판과 3인의 임명 거부가 위헌·위법 행위라고 판단했음에도 그를 직무에 복귀시켰다. 간첩 조작 사건의 피해자인 유우성씨에 대해 보복기소를 하여 대법원으로부터 기소권 남용 판결을 받았던 안동완 검사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도 기각한 바 있다. 특히 이 사건에서는 대법원이 안 검사의 기소권 남용을 인정하였음에도 3명의 헌법재판관이 안 검사의 기소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여 이들 재판관의 인권의식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드러냈다.
헌법재판관 구성 다양화하고, 대통령 탄핵 권한 국회가 회수해야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기일인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헌법재판관들이 입장해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이번 윤석열의 탄핵 심판에서 드러난 헌법재판관들의 불안한 행태는 확실히 개선될 필요가 있다. 헌법재판제도의 개선은 헌법 개정을 전제로 하는 것이지만 향후 개헌 과정에서 논의되었으면 하는 쟁점을 몇 가지 언급한다.
첫째, 헌법재판관의 자격에 대한 더욱 철저한 검증이 있어야 한다. 현재 헌법재판관에 대해서는 – 대법관이나 검찰총장과는 달리 – 공개적인 후보자 추천 절차 및 후보자추천위원회 제도가 없다. 대통령과 대법원장이 일방적으로 3인씩을 지명하고 국회에서 여·야 간 협의에 의해 3인을 추천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다 보니 일반 국민의 눈높이에 비추어 자격 없는 재판관들이 임명되곤 한다.
예컨대 이번에 한덕수가 지명한 이완규·함상훈도 그런 사람들이다. 검사 출신인 이완규는 윤석열의 오랜 친구로서 윤석열의 내란죄를 옹호한 사람이고 철저한 검찰주의자로 알려져 있다. 위헌·위법적인 내란을 옹호한 자를 헌법재판관으로 지명한 한덕수는 정말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 함상훈 판사는 2400원을 횡령한 운전기사의 해고를 정당하다고 판결(*언론은 해당 운수회사의 운전기사들이 민노총에 가입하였다는 사실 때문에 가혹한 판결이 내려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한 사람이고, 여러 건의 성범죄 재판에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가해자에게 무죄를 선고하거나 형을 감해준 사람이다. 이런 사람들이 헌법 질서를 수호하고 소수자의 인권을 보호하는 헌법재판관의 자격이 있다고 할 수 있을까.
헌법재판관을 거친 뒤 현재 국가인권위원장을 맡고 있는 안창호는 어떤가. 그는 이번 내란 사태에서 생명의 위협에 처했던 많은 국민 대신 내란의 수괴인 윤석열의 인권을 옹호한 사람이다. 또한 평소 자신의 종교적 신념에 따라 성소수자의 인권을 무시하고 있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이 헌법재판관을 지낸 경력으로 국가인권위원장의 직을 맡고 있다. 참으로 소가 웃을 일이 아닌가. 앞으로는 헌법재판관도 후보자추천위원회의 심사를 통해 엄격하게 자질을 검증해야 한다.
둘째, 헌법재판관의 구성을 다양화해야 한다. 대다수 헌법재판관은 고위직 엘리트 법관, 검사 중에서 임명되고 있다. 게다가 절대다수가 같은 학교 출신들이다. 판·검사로 근무할 때는 법률의 해석·적용에만 매달려 있던 사람들이라 헌법에는 문외한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사람들이 헌법재판관으로 임명되었다고 갑자기 헌법에 정통해질 수 있을까? 평생 엘리트 법조인으로 살아온 사람들이 헌법재판관이 되었다고 갑자기 사회적 약자·소수자의 인권에 관심 두고 그들의 주장에 공감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지난주에 퇴임한 문형배 재판관도 퇴임사에서 헌재의 구성은 더 다양해질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우리나라에서 최고의 헌법전문가들은 헌법학자들과 헌재연구관들이다. 따라서 헌법재판관 구성의 1/3은 헌법학자 및 헌재연구관들이 선출될 수 있도록 제도를 고쳐야 한다. 또한 재조가 아닌 재야에서 경력의 대부분을 보낸 변호사들도 더 많이 헌법재판관으로 선출되어야 한다. 성별뿐만 아니라 출신 학교의 측면에서도 구성이 더 다양해져야 한다. 헌재가 특정 학교의 동문회가 되어서는 곤란하지 않은가. 일본은 최고재판소가 헌법재판소의 역할을 겸하고 있는데 15명의 최고 재판관 중에 외교관 출신 공무원이 반드시 포함되어 있다. 일본은 국제법과 외교 현안에 대한 전문적 식견을 최고 사법기관이 갖추어야 한다고 판단하여 정통 외교관을 대법관의 필수 구성원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사법관료들의 폐쇄성을 타파해야 헌재의 구성이 다양해질 수 있다.
셋째, 헌법재판관들의 임명을 위해서는 모두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의 동의를 받도록 해야 한다. 현재 대통령과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재판관들은 국회의 동의가 필요없다. 국회 추천의 재판관들 경우에는 재석 의원 과반 출석에 과반의 찬성이면 족하다. 헌법재판소 및 헌법재판관의 중요성에 비추어 향후 모든 재판관은 국회의 동의를 받도록 해야 한다. 또한 정치적으로 좌·우에 지나치게 치우친 재판을 걸러내기 위해서는 국회에서 표결에 참여한 의원의 2/3 동의를 받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중도적이고 헌법과 법률에 기초해 판단하는 상식적인 사람들이 재판관으로 선출될 수 있다. 또한 향후엔 대법원장의 헌법재판관 지명권을 폐지해야 한다. 헌법 해석에 대한 최종 권한을 가지는 헌법재판소는 오히려 대법원을 능가하는 최고재판소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또한 대법원의 구성에 헌법재판소는 일체 관여하지 못한다. 그런데도 선출된 권력이 아닌 대법원장이 헌법재판관의 구성에 관여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넷째, 대통령에 대한 탄핵 권한을 헌법재판소에서 회수하여야 한다. 국민들이 직접 투표에 의해 선출한 대통령을 민주적 정당성이 없는 소수의 헌법재판관으로 구성된 헌재가 파면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재석 의원 2/3 이상의 찬성으로 탄핵 소추한 것을 선출되지 않은 소수의 헌법재판관들이 결정하는 것은 민주주의 시스템에 부합하지 않는다. 국회가 탄핵을 결정하면 국민투표에 부쳐 주권자인 국민의 직접 투표로 대통령의 진퇴를 결정하도록 하는 것이 옳다. 참고로 미국은 국민의 대표기관인 하원이 탄핵을 소추하고 상원이 결정권을 가지고 있다.
/ 인권연대 위원. 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인권연대 주간 웹진 <사람소리>에도 실립니다.글쓴이 서보학 교수는 인권연대 운영위원입니다. 이 글은 인권연대 주간 웹진 <사람소리>에도 게재되어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