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콜드플레이의 크리스 마틴이 나비뭄바이의 D. Y. 파틸 스포츠 스타디움에서 열린 콜드플레이의 뮤직 오브 스피어(Music Of The Spheres) 전 세계 순회 공연에서 공연을 펼치고 있다. 2025.1. 18 ⓒ AP= 연합뉴스
"한국에 올 때마다 대통령이 없네요."
콜드플레이의 보컬 크리스 마틴이 며칠 전 내한공연 무대에서 던진 농담이다. 8년 전 한국에 왔을 때는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 된 뒤였고 이번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탄핵된 뒤라서 '평행이론' 그룹이라는 별칭도 얻은 영국의 록밴드 콜드플레이.
그들의 대표곡인 '비바 라 비다'(Viva la vida)는 프랑스 혁명 당시 몰락한 절대 군주의 삶을 빗댄 노래 가사로 '우우우우우' 떼창곡으로도 유명하다. 이들은 8년 만에 한국을 찾아 지난 4월 16일부터 25일까지 총 6회, 한 번에 5만 명씩 총 30만 명의 최다 관객 수를 기록할 전망인데, 이번 그들의 공연은 그들의 이름만큼이나 다양한 일화를 뿌리고 있다. 그중 내가 주목하는 것은 바로 순회공연에서 탄소배출량을 50% 이상 줄이려는 그들의 노력과 실천이다.
"공연장 내 일회용 플라스틱 반입이 금지됩니다"
우리 언론에 가장 관심을 끈 사안은 생수병 등 일회용 플라스틱 반입 금지 조치였다. 주최 측은 공연 전날 SNS를 통해 '공연장 내 일회용 플라스틱 반입이 금지된다'라고 공지하면서 대안으로 금속이나 유리 재질 외의 재사용 가능한 물병은 반입이 허용되니 공연장 주위에 설치된 '워터 스테이션'을 이용해 달라고 공지했다. 쇠로 만든 텀블러도 안전을 이유로 반입 금지했는데, 대신 공연장 곳곳에는 대용량 생수통을 설치해 놓고 다회용 물병으로 마시도록 하는 한편, 멸균 종이팩에 든 생수를 팔기도 했다.

▲16일 고양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 설치된 ‘워터 스테이션’. 콜드플레이 공연 주최측은 일회용 플라스틱 반입이 안된다며 워터 스테이션을 이용해 달라고 공지했다. ⓒ 서울환경연합
따라서 공연 도중 아티스트들이 생수병으로 목을 축인 뒤 던져버리는 퍼포먼스 또한 이 공연에서는 볼 수 없었는데, 쇼에 사용하는 색종이들은 100% 생분해성 재질을 썼다. 점화용 불꽃놀이 기구는 폭발력을 줄이고 유해 화학물질 배출이 적은 새로운 방식을 사용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쓰레기 줄이기 자원 순환 노력은 빙산의 일각이라는 점이다.
탄소 배출량 50% 줄이겠다는 2021년의 약속
여러 나라 공연은 비행기를 타기 때문에 탄소 배출량이 많다. 그래서 콜드플레이는 지난 2019년에 환경을 위해 세계 순회공연을 중단하겠다는 깜짝 선언을 하기도 했다. 그런 그들이 지난 2021년 순회공연을 재개하면서 한 가지 약속을 한다. 공연 제작부터 운송에 이르는 공연 전 과정에서 직접 탄소 배출량을 이전 공연(2016-2017)보다 최소 50% 이상 줄이겠다고. 이후 지난 2024년 6월에 그들은 2년 만에 탄소배출량을 59% 줄였다는 보고서를 올린다. 놀라운 것은 과정이다. 이들은 관련 분야 전문가들과 함께 공연 전 과정을 살피며 현재 배출량과 향후 절감가능한 수치를 체계적으로 기획했고, 실제 탄소발자국을 정확하게 기록해 'MIT 환경솔루션 이니셔티브'의 검증을 받았다.
이들은 우선 순회공연에 임하는 3대 원칙을 세웠다. 탄소 배출 50% 절감을 목표로 하는 '줄이다'의 원칙이 첫번째, 재생에너지 등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는 '재창조'의 원칙이 두번째, 세계 곳곳의 숲 복원 등 자연기반 해결책에 자금을 지원하는 '복원하다'의 원칙이 세번째다. 이를 위해 아래와 같은 실천을 해왔다.
에너지 사용
- 태양광 발전 : 공연 시작 전 스피커를 설치하는 PA타워와 딜레이 타워 위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발전을 하고 공연용 배터리 충전 시작
- 바이오연료 : 순회공연 전체에 걸쳐 팜유를 사용하지 않고 폐식용유 등을 재생한 HVO(수소처리 식물성오일) 바이오연료인 재생 디젤을 사용해 트럭 운송시 탄소 배출량의 75~95%까지 절감
- 배터리 : BMW와 함께 이동식 충전 배터리를 개발해 공연에 사용되는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가동
- 운동에너지 : 공연장 곳곳에 '키네틱 플로어'를 설치해 관객들이 발을 구르는 운동 에너지로 전기를 충전. 또 파워바이크를 설치해 관객들이 직접 자전거를 움직여 자신에게 필요한 전기를 충전하도록 함.
- 전력망을 통한 재생에너지 공급 : 주전원의 경우 가능한 한 100% 재생에너지를 전력망에서 공급받으려 노력함.
이동
- 항공 이동을 최소화하기 위한 경로 설정
- 전세기나 민간항공기 사용시 지속가능항공연료(SAF) 사용에 추가 요금 지불
- 사용되는 SAF는 식당에서 사용 후 버려지는 폐식용유 등을 활용한 연료로 화석연료와 혼합하여 사용하지 않고 화석연료를 대체하는 방식으로 최대 80% 탄소 배출 저감
- 지상 화물 및 운전에 전기 자동차나 바이오연료 사용

▲콜드플레이 세계 순회 공연 탄소 배출량 홈페이지
무대 구성
- 모든 순회공연 현장에 지속가능 라이더를 투입해 최상의 무대 환경 조율
- 원거리 화물 이송에 따른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최대한 현지 장비, 재료, 자원 활용
- 환경 인증 건축 자재 사용
- 무대 소재 : 재활용 강철을 포함해 가볍고 탄소배출량이 적으며 재사용 가능한 소재 조립해 사용. 사용 후 적절히 재사용·재활용 가능
- LED 손목밴드 : 콜드플레이 공연의 백미로 꼽히는 음악에 따라 조명이 조절되는 LED 손목밴드는 100% 퇴비화가 가능한 식물성 소재로 제작했고 공연이 끝나면 전량 수거한 뒤 살균하고 재충전을 거쳐 재사용 (투어 첫 해 손목밴드 반납률은 평균 86%)
- 조명 및 오디오 : 저에너지 LED 스크린, 레이저, 조명 시스템 등 고효율 장비를 사용해 전력사용량을 줄이고, 스피커의 경우 전력 소모량을 최대 50%까지 줄인 PA 시스템을 사용해 공연장 외부의 환경 소음도 대폭 줄임
- 특수효과 : 쇼에 사용되는 색종이는 100% 생분해성이며 점화에 필요한 압축 가스양도 줄임. 폭발력이 낮은 차세대 불꽃놀이기구를 사용해 유해가스 배출도 줄임. 모든 튜브와 홀더는 생분해성 또는 재활용 가능
관객의 자발적 탄소 절감 유도
- 무료 투어 앱을 개발해 팬들이 공연장까지 오는 과정의 탄소발자국 줄이도록 유도
- 저탄소 여행을 결심한 팬들에게 할인코드 제공 등 보상 제공
- 팬들과 함께 탄소 절감해 티켓 한 장당 세 그루 나무 심는 효과 약속
- 물 사용 효율성 극대화
- 일회용 물병 반입 금지 등 쓰레기 배출 최소화
실제로 탄소배출량 59% 절감
이렇게 노력한 콜드플레이는 2024년 6월 탄소절감 보고를 아래와 같이 했다.
우선 전체 이산화탄소 직접 배출량을 2016~17년 대비 59% 줄였다. 이는 나무 700만 그루 심은 효과와 같다. 쓰레기 강물 유입 차단 장치를 설치했고 LED 손목 밴드의 평균 반품 및 재사용률은 86%였다. 전력자급용 BMW i3 배터리를 제작했고 친환경 여행 업체들과 23종목에서 협력 관계를 맺었다. 자체 발전 등으로 공연 회당 평균 사용 전력은 17kWh를 기록했고 관객을 위해 무료로 물을 공급했다.
가장 배출량이 많은 물류 분야에 힘을 기울여 항공여행시 지속 가능한 항공 연료(SAF)를 구매함으로써 이산화탄소 배출량 3천 톤 이상을 절감했다. 전체 순회공연 폐기물의 72%를 재사용·재활용 및 퇴비화 했고 노숙자와 저소득층 급식 서비스를 통해 9625끼의 식사와 90kg의 세면 도구를 기부했다. 또 9개 이상의 환경 단체에 재정 지원을 했고 현지 조달 등을 통해 화물 분야 탄소 배출을 33%가량 줄였다.
기후 혁신 산업의 동반 성장 가능성

▲물류기업 DHL의 콜드플레이 공연 탄소 절감 방안에 관한 보고서 ⓒ DHL
진정성을 갖고 추진되는 콜드플레이의 탄소절감 노력은 다양한 관련 분야 혁신기업의 동반 성장을 자극하고 있다. 일례로 공연 물류를 담당하는 DHL의 탄소절감 운송상품 개발이 대표적이다.
콜드플레이는 2021년 뮤직 오브 스피어(Music of the Spheres) 순회공연을 처음 발표했을 때, 이전 공연 대비 온실가스(GHG) 배출량을 50% 이상 감축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저희는 운송 및 물류를 넘어 순회공연의 탄소 발자국을 전체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탄소 인텔리전스 및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이 분석은 운영 최적화를 위한 최적의 지점을 파악하는 데 기반이 되었습니다. 장비 항공 운송이 CO2 배출량의 80% 이상을 차지한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이에 따라 저희의 고그린 플러스(GoGreen Plus)가 도입되었습니다. (DHL)
콜드플레이의 탄소절감수치를 검증한 MIT 환경 솔루션 이니셔티브의 존 페만데즈 교수는 이렇게 평했다.
순회공연을 하면서 콜드플레이는 음악 산업 전체를 진정하고 인간적인 지속가능성과 지구적 회복력을 향해 나아가도록 이끌겠다는 전망과 확고한 의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전례 없는 양의 정보 수집부터 엄격한 분석에 기반한 구체적인 조치에 이르기까지, 콜드플레이는 저탄소, 생물 다양성 그리고 공평한 미래를 향한 궤적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깨어있는 문화가 산업을 이끄는 시대, 우리의 K-팝도 K-기후혁신의 다양한 사례를 장착하고 전 세계 순회공연을 했으면 좋겠다.
[인용자료]
- 콜드플레이 월드투어배출량 업데이트 (2024.6.3.
https://www.coldplay.com/emissions-update/)
- 콜드플레이 월드투어 지속가능성 페이지 (
https://sustainability.coldplay.com/)
- 'How the Coldplay World Tour Set the Stage for Sustainability' (DHL.com, 2024.11.22,
https://www.dhl.com/discover/en-global/logistics-advice/sustainability-and-green-logistics/coldplay-x-dhl)
- 한지숙, "일회용 플라스틱 생수병 금지합니다" 8년만에 내한 콜드플레이의 특별한 주문 (헤럴드경제, 2025.4.18,
https://v.daum.net/v/20250418105952065)
덧붙이는 글 | 오늘의 기후는 지상파 라디오 최초의 매일 기후변화 방송으로 FM 99.9 OBS 라디오를 통해 매일 오후 6시부터 8시까지 매일 2시간씩 방송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