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나야, 문희'포스터 ⓒ 박원표 원경혜 유지천 이정찬 정은욱 감독
배우 나문희가 20대 시절로 돌아갔다. 오토바이를 타고 질주하거나 우주인이 되기까지 했다. 지난 12월 개봉한 영화 <나야, 문희>를 통해서다. <나야, 문희>가 특별한 이유는 개봉 당시 가상 인간이 아닌 실제 배우의 초상을 활용한 국내 최초 AI 영화였기 때문이다.
최근 영화, 영상 등의 미디어아트 부분에서 AI의 활용이 증가하고 있다. 영화계에선 AI 영화제가 개최하고 있으며, 영상 업계에선 뮤직비디오에서 사용되고 있다. AI 산출물에 대한 저작권 등록도 2023년 첫 사례가 발생했고, 지난해 10건으로 늘어났다.
AI 사용량의 증가는 영상이나 영화 산업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지만, 동시에 창작 영역인 예술 분야마저 AI에 위협받는다는 우려의 목소리 또한 나오고 있다.
현재 뮤직비디오, 영상 미디어 아트를 제작, 납품하는 오재원 미디어 아티스트는 지난 3일 진행한 비대면 인터뷰에서 AI 활용 증가에 대해 "AI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업계 모두가 알고 있다. 작업자 입장에서는 자신의 인건비가 낮아질 수 있기에 좋게 보기 힘든 면도 있지만, 반대로 1인이 만들 수 있는 콘텐츠도 많아져 의견이 갈리는 것 같다"며 업계의 분위기를 전했다.
그렇다면 대학에서 영화를 전공하고 AI 영화를 제작하는 감독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지난해 12월 부산국제AI영화제에 <찬란한 하루>라는 AI영화를 출품, 예술혁신상을 수상한 이형주 감독에게 물어봤다. 인터뷰는 4월 7일 진행됐다.
모든 사람이 영화 만들 수 있는 현실 도래할 것

▲AI배우AI를 활용하여 캐릭터 제작 ⓒ GV 스튜디오 대표 이형주
- 영화 제작에 AI를 사용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가 있을까요?
"과거 이동진 평론가가 '앞으로 기술이 더 발전될수록 예술의 민주화가 될 것'이라고 하셨던 것이 기억납니다. 저 역시 AI를 통해서 모두가 창작할 수 있는 세상이 올 수도 있을 거로 생각합니다.
과거 영화, 드라마 제작을 할 때에는 많은 스태프가 필요했고, 카메라 프레임 안에 들어가는 배우가 무조건 존재해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어느새 카메라 프레임에는 배우가 아닌 AI가 만든 인물들이 들어와서 움직이고 있습니다. 또한 그 움직임이 시간이 갈수록 더 자연스러워지고 있어요.
과거에는 이런 영화, 드라마, 콘텐츠 제작에 있어서 비용을 막론하고, 협업해야만 제작을 할 수 있었습니다. 유튜브가 등장하기 전에만 해도 영상은 영상 전문가들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었잖아요? 하지만 이제는 누구든지 핸드 카메라만 있다면 크리에이터가 되어 자신의 영상을 만들 수 있는 세상이 되었죠.
저는 AI의 출범도 비슷한 맥락을 가지고 있다고 봅니다. 시간이 지나면 AI를 통해 누구든지 콘텐츠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다만 기획이라는 인간 본연의 생각은 무조건적 필요하다는 전제가 깔려있지만요."
- 그렇다면 AI가 발전하는 시대에서 인간이 할 수 있는 역할은 무엇일까요?
"결국 시간이 갈수록 기획은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봅니다. 요즘에는 영화관에 많이 찾아가지 않는데, 저는 이 현상이 유튜브, 넷플릭스 등 다양한 OTT 산업 성장의 결과도 한몫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넷플릭스만 있다면 영화관에서 느꼈던 감정적인 울림을 느낄 수 있습니다. 스크린의 사이즈, 영화관 본연의 분위기 등이 정말 중요하고, 저 역시 영화전공 출신이기에 중요하다고 봅니다. 하지만 그 전에 중요한 것은 영화관에 찾아가기 위한 영화가 만들어지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싶어요.
AI가 발전할수록 기획이 더 중요하다는 이야기도 이와 비슷하다고 봐요. 누구든 영화, 드라마를 만들 수 있다면 그때부터는 우리는 소비자로서 어떤 콘텐츠를 향유할 것인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한다고 봅니다.
AI 영화 산업이 아직 대중에게 열리지 않았다고 보는 입장에서, 대중에게 다가가기 위한 노력은 결국 AI영화를 보게 하기 위한 기획일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기획력을 가진 창작자가 이 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AI가 발전함에 따라 누구든 손쉽게 영화, 드라마를 만들 수 있게 되었다. 모든 사람이 영화를 만들 수 있는 현실이 세상을 어떻게 바꿔나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스쿨 뉴스플랫폼 한림미디어랩 The H에도 게재됩니다. (www.hallymmedialab.com)에도 실립니다.최병우 대학생기자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는 한림대학교 미디어스쿨 대학생기자가 취재한 것으로, 스쿨 뉴스플랫폼 한림미디어랩 The H에도 게재됩니다. (www.hallymmedialab.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