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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팛현습지 플로깅 기도회에 앞서 한 참가자가 팔현습지를 위한 일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팛현습지 플로깅 기도회에 앞서 한 참가자가 팔현습지를 위한 일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 정수근

"최근 난개발 위기에 직면한 대구 금호강 팔현습지의 이웃 생명을 만나고 함께 창조세계의 온전성을 회복하기 위해 기도회와 플로깅을 진행합니다."

지난 14일 한국기독교장로회 대구노회 사회부는 전국 기독교장로회 소속 목사와 장로 40여 명과 함께 금호강 팔현습지를 찾아 기도회를 열고 강변의 쓰레기 줍기 활동(플로깅)을 진행했다.

천주교 대구대교구 생태환경위원회의 생명평화미사는 매달 열려왔지만, 기독교계가 팔현습지를 찾아 기도회를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은 팔현습지 초입인 강촌햇살교 앞 금호강 둔치에 모여 뭇 생명들의 평화를 위한 기도회를 연 다음, 필자의 안내로 팔현습지의 핵심 구간을 둘러보면서 강변에 버려진 쓰레기를 줍는 활동을 벌였다.

서울, 제주, 인천, 충남 등 전국에서 온 기독교장로회 소속 종교인은 새봄을 맞아 막 피어나고 있는 팔현습지의 아름다움을 온몸으로 경험하며 이곳에 살고 있는 수리부엉이 가족도 만났다. 또 막 산란기를 맞은 잉어들의 산란춤을 눈에 담으며 팔현습지 뭇 생명들의 안녕을 빌었다.

 팔현습지 플로깅 기도회가 열리고 있다.
팔현습지 플로깅 기도회가 열리고 있다. ⓒ 정수근

 한국기독교장로회 대구노회 전 사회부장 이장환 목사가 “하나님의 시선 인간의 시선”이란 주제로 설교하고 있다.
한국기독교장로회 대구노회 전 사회부장 이장환 목사가 “하나님의 시선 인간의 시선”이란 주제로 설교하고 있다. ⓒ 정수근

이날 팔현습지 플로깅 기도회에서 설교에 나선 이장환 목사는 다음과 같이 팔현습지 뭇 생명들의 생명평화를 위한 기도를 나누고 이곳에 불고 있는 개발 바람에 대해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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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생명이 있다'고 소리치는 존재가 우리 인간들만이 아니다. 여기엔 수리부엉이 가족도 살고 있다. 이 금호강이 산업화 시대엔 검은 물이 흘렀던 곳이기도 하지만, 그 옛날에는 맑은 물이 흐르고 헤엄치고 노는 곳이었다. 그래도 우리의 많은 노력들로 인해서 이렇게 다시 되살아나고 있는데 파괴가 또다시 자행되고 있다는 걸 우리가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되겠다."

이날 기도회 전체를 인도하면서 진행한 장수연 목사(금호강 난개발 저지 대구경북공동대책위원회 공동대표)는 "팔현습지는 20종에 이르는 법정보호종이 살고 있는 야생동물의 중요한 서식처요, 그들의 집"이라며 "그런데 이곳에 보도교 건설이 예정돼 있다. 그 보도교가 들어서게 되면 이곳을 기반으로 살아가는 수리부엉이를 비롯한 야생동물들이 이곳을 떠날 수밖에 없다고 한다"라고 안타까워 했다. 이어 "그들이 이곳에 평화롭게 살게 하기 위해서라도 보도교 삽질만은 반드시 막아내야 할 것 같다. 이를 위해 우리가 기도했으면 한다"라고 강조했다.

부활한 금호강을 위하여

 한국기독교장로회 기후정의위원회 위원장 이종덕 목사가 축도를 하고 있다.
한국기독교장로회 기후정의위원회 위원장 이종덕 목사가 축도를 하고 있다. ⓒ 정수근

 필자가 금호강의 역사에 대해 설명하면서 부활한 금호강에 대해 증언하고 있다
필자가 금호강의 역사에 대해 설명하면서 부활한 금호강에 대해 증언하고 있다 ⓒ 서민기

이어 이날 현장 안내를 맡은 필자가 나섰다. 필자는 팔현습지를 이야기하기 전에 금호강의 역사부터 먼저 전했다. 그러고는 팔현습지를 위해 기도해달라고 했다.

"금호강은 우리사회 산업화의 가장 큰 희생양 중 하나였다. 70~80년대 대구의 발달한 섬유산업과 정확히 1980년 금호강 최상류에 들어선 영천댐의 영향으로 금호강은 철저히 망가져 갔다. 영천댐 때문에 상류에서 물이 끊기고, 금호강 주변에 난립한 섬유공장들에서 오폐수들이 금호강으로 마구 흘러들어 거의 시궁창으로 전락했다.

그러나 낙동강서 1991년 터진 폐놀사태는 강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 시각을 근본적으로 교정시켜주었고 그때부터 식수원인 강을 살리기 위한 민관의 노력이 본격화했다. 2001년 임하댐과 영천댐이 도수관로로 연결되면서 임하댐에서 영천댐으로 여유 수량을 보내줘 영천댐에서 금호강으로 하루 25만톤씩 하천유지용수를 내보내주게 되고, 금호강 곳곳에 하수종말처리장들이 대거 들섰다. 때마침 섬유산업이 쇠퇴하면서 오폐수 유입이 줄어들자 금호강은 서서히 되살아나기 시작한 것이다.

그로부터 20년 정도가 흐른 지금 금호강은 산업화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다. 생태계가 되살아났다. 시궁창 금호강에서 생태하천 금호강으로 되살아난 것이다. 금호강의 기적이요, 부활의 역사였다. 사라졌던 뭇 생명들도 돌아왔다.

그런데 금호강이 이렇게 되살아나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개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금호강 가든 프로젝트'(권영진 시장)란 이름으로 '금호강 르네상스'(홍준포 시장)란 이름으로 개발 바람이 불게 되고, 지금의 팔현습지에도 보도교 건설(대구시의 제안으로 환경부에 의해 진행)이라는 '삽질'이 자행되게 생긴 것이다. 그러니 오늘 기도회에 참석한 여러분들이 이 부활한 금호강을 위해 기도해주시고, 이곳 생명들의 안녕과 평화를 위해 마음을 모아 달라."

 금호강도 살펴보고 팔현습지 하천숲도 둘러봤다.
금호강도 살펴보고 팔현습지 하천숲도 둘러봤다. ⓒ 정수근

 팔현습지 하식애에 살고 있는 수리부엉이 가족도 만나봤다.
팔현습지 하식애에 살고 있는 수리부엉이 가족도 만나봤다. ⓒ 정수근

 수리부어엉이 어미인 팔이와 현이 사이에서 올해 태어난 수리부엉이 새끼들인 금이, 호야, 강이
수리부어엉이 어미인 팔이와 현이 사이에서 올해 태어난 수리부엉이 새끼들인 금이, 호야, 강이 ⓒ 대구환경운동연합

금호강의 역사와 현재 불고 있는 개발 바람에 대한 설명을 나눈 후 본격적인 팔현습지 탐방에 나섰다. 팔현습지에 발달한 하천숲에도 들어가 보고, 강 안으로 들어가 민물조개도 확인하고, 수리부엉이 가족이 살고 있는 팔현습지 하식애에서 필드스코프를 활용해 그들의 보금자리도 살펴봤다.

그러고는 넓은 범람원 습지를 지나 팔현습지의 명물 중 하나인 왕버들숲으로 들어가서는 습지가 주는 시원함과 안락함을 맛 본 뒤 왕버들 군락의 특징과 아름다움을 살폈다. 이어 딱따구리가 파놓은 그들의 아파트 집도 살펴보고, 이곳을 찾는 담비나 삵에게 당한 고라니의 사체도 확인하면서 이곳이 작은 야생의 '세렝게티'란 사실도 확인했다.

 죽은 왕버들나무에 파놓은 딱따구리의 아파트 집도 확인했다.
죽은 왕버들나무에 파놓은 딱따구리의 아파트 집도 확인했다. ⓒ 정수근

 담비나 삵에게 당한 고라니 사체도 확인했다. 팔현습지 이곳은 야생의 작은 세렝게티다.
담비나 삵에게 당한 고라니 사체도 확인했다. 팔현습지 이곳은 야생의 작은 세렝게티다. ⓒ 정수근

"팔현습지를 위해 기도하겠다"

이렇게 팔현습지의 아름다움과 매력에 흠뻑 빠져본 다음에는 모두들 장갑과 집게를 들고 강물에 떠밀려온 쓰레기와 이곳을 다녀간 사람들이 버린 오물을 가지고 간 마대자루에 주워 담았다. 40여명의 기독인들이 넓게 퍼져서 마치 팔현습지를 쓰다듬듯 천천히 이동하면서 버려진 쓰레기를 하나하나 주워 담았다.

최근 내린 봄비로 인해 상류에서 떠밀려온 쓰레기가 금호강 안에도 널려 있어 강 안으로 들어가 쓰레기를 꺼내 오기도 했다. 팔현습지가 서서히 맑고 깨끗해졌다. 팔현습지 플로깅 기도회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시간이었다.

 금호강 팔현습지에 버려진 쓰레기를 주워 담았다. 팔현습지가 맑아졌다.
금호강 팔현습지에 버려진 쓰레기를 주워 담았다. 팔현습지가 맑아졌다. ⓒ 정수근

이날 플로깅 기도회에 참여하기 위해 서울에서 온 한 목사는 다음과 같이 말하면서 이날 플로깅 기도회의 의미를 짚었다.

"부활한 예수님을 만나듯 부활한 금호강을 만난 것 같다. 그 부활한 뭇 생명들의 집 금호강을 위해 오늘 이렇게 '기도 행동'을 벌일 수 있어 너무 유익했다. 참 감사한 시간이었다. 팔현습지에 더 이상의 인간 개발은 지양되고 지금의 모습으로 온전히 지켜질 수 있도록 기도하겠다."

덧붙이는 글 |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의 활동가로 지난 16년 동안 낙동강을 비롯 우리강의 자연성 회복을 위해 노력해오고 있습니다. 그간 오마이뉴스에 연재한 글들을 갈무리해 최근 <강 죽이는 사회>(2024, 흠영)를 펴냈습니다.


#금호강#팔현습지#한국기독교장로회#수리부엉이#기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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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근의 우리 강 이야기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간의 기사를 엮은 책 <강 죽이는 사회>(2024, 흠영)를 출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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