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일 오전 서울 중구 한화오션(한화빌딩)앞 금속노조 거통고지회 고공농성장에서 열린 ‘사회대전환 연대회의, 21대 대선 대응 기자회견’에서 경선에 출마한 권영국 정의당 대표가 출마선언문을 발표하고 있다. ⓒ 권우성
"성장만 이야기해선 안 된다. 성장보다 시급한 문제는 차별과 불평등의 절망에서 시민들이 벗어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6·3 대선 출마를 선언한 권영국 정의당 대표가 내건 시대정신은 '성장'이 아닌 '평등'에 찍혀 있었다. 평등을 강조하는 행보는 성장론에 연일 무게를 싣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와의 차별점이도 했다. 진보정당 3곳(노동당·녹색당·정의당)과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사회대전환 대선 연대회의(연대회의)'에 15일 경선 후보 등록을 마친 권 대표는 "사회 대개혁의 적임자"라는 출마의 변을 내놓았다.
"한평생 사회적 약자와 노동자와 동행하는 길에서 한 번도 벗어난 적이 없다. 12·3 비상계엄 당일엔 국회로 가서 시민들과 함께 저항했고 광장과 계속해서 호흡해 왔다. 저에게 붙은 '거리의 변호사'라는 별칭은 사회 대개혁의 열망을 가장 잘 받아안을 수 있는 이력이다."
권영국은 '거리의 변호사'다. 용산참사 철거민과, 쌍용차 해고노동자와, 세월호 유가족을 변호했다. 구의역 김군과, 석탄화력발전소 김용균과, 평택항 이선호의 죽음을 규명하는 일에도 힘썼다. 사회적 참사와 산재라는 불의에 맞서 온 그가 현실 정치에 뛰어든 건 2016년 20대 총선이었다. 용산참사 책임자 김석기 당시 서울지방경찰청장(현 국민의힘 의원)을 낙선시키기 위한 무소속 출마였다.
권영국은 이후 2024년 22대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낙선한 뒤 12년 만에 원외정당으로 밀려난 정의당 신임 대표로 추인됐다. 10년 가까운 정치 이력을 돌고 돌아 이번엔 처음으로 대선 출사표를 던졌다. 연대회의 경선 일정에 따르면 후보토론회·지역유세(4월 16~26일)와 투표 기간(27~30일)을 거쳐 확정된 대선 후보는 노동절인 5월 1일부터 선거운동에 돌입한다.
권 대표는 후보 등록을 마친 15일 오후 <오마이뉴스>와 첫 언론 인터뷰를 했다. 권 대표는 이날 1시간가량 전화 인터뷰에서 대선 출마 결정이 "굉장히 무거운 짐이고 힘든 잔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면서도 "이번 대선의 시대정신은 사회 대개혁이다. 광장에서 나온 다양한 목소리를 최대한 대변하겠다"라고 밝혔다.
정의당이 민주당의 표를 앗아간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탄핵 집회 응원봉에 빗대어 "광장의 수많은 불빛은 얼마나 다채로웠나. 그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내는 정치 구도로 나아가야 한다"라며 "정의당에 씌워지는 프레임도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차별과 불평등으로 소외된 소수자들의 목소리는 그럼 누가 대변하나. 그들의 목소리가 지워져도 괜찮다는 건가"라고 꼬집었다.
최근 거대 양당에서 말해지지 않는 노란봉투법, 증세, 포괄적 차별금지법 등을 거론하며 "독자적 진보정치"의 필요성을 강조한 권 대표는 "현장 속으로, 민중 속으로, 더 아래로 내려가서 새롭게 진보정치를 시작하겠다"라고 말했다. 그가 참여하는 진보정당·시민사회 연대체가 원내 대선 주자들의 경쟁구도에 새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까.
다음은 권 대표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수구보수 양당체제, 광장 요구 대변 못 해"

▲12·3 비상계엄 선포 당시 서울 여의도 국회로 나온 권영국 정의당 대표의 모습 ⓒ 정의당
- 대선 출마를 결심하고 경선 후보 등록까지 고심이 깊었다고 들었다.
"저에게 이런 계기가 주어질 것이라고 사실 생각하지 못 했다. 굉장히 무거운 짐이고 힘든 잔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 다만 제가 지금까지 살아온 이력을 보면 문제를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부딪쳐 극복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행동하고 실천해 왔다. 그래서 매우 어려웠지만, 대선 출마라는 당내 요구를 수용하기로 결심했다.
윤석열이 파면되기까지 우리 사회에 차별과 불평등으로 소외되고 배제돼 온 시민들의 목소리가 광장에 많이 모였다. 이 목소리들은 '정권이 교체되면 우리의 삶이 정말 달라지는가'라는 질문을 많이 던졌다. 그런데 기존의 수구보수 양당 체제가 이러한 개혁의 요구를 제대로 대변할 수 있을까. 그렇지 못 할 것이다. 개혁의 적임은 보수정당이 아니라 진보정당이다. 진보를 지향하는 정치인이 광장에 모인 목소리를 과단성 있게 주장해야 한다."
- '독자적 진보정치'라는 표현을 쓰던데.
"수구보수 양당에 자신의 생존을 의존하지 않는, 주체적인 역량으로 진보를 추구하는 정치를 독자적 진보정치라고 정의할 수 있겠다. 지난 총선 당시 민주당의 비례위성정당은 양당 체제에 의존해서 만들어졌다. 이번에 정의당은 다른 원외 진보정당들과, 위성정당에 비판적인 산별노조와, 독자적 진보 세력화에 공감하는 사회단체들과 연대회의를 꾸렸고, 공동 대선 후보를 세워 공동 대선을 치르기로 합의했다."
- "사회 대개혁의 적임자"라고 출마의 변을 밝혔다.
"이번 대선의 시대정신은 정권교체를 넘어 우리 사회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다. 한마디로 사회 대개혁이다. 그 핵심은 양당 진영정치로 인한 정치·사회 양극화와 불평등을 해소하는 것이다. 광장에선 사회 대개혁이라는 요구가 거의 합의됐다."
- 왜 권영국이어야 하나.
"한평생 사회적 약자와 노동자와 동행하는 길에서 한 번도 벗어난 적이 없다. 12·3 비상계엄 선포 당일엔 국회로 가서 시민들과 함께 저항했고 그때부터 광장과 계속 호흡해 왔다. 저에게 붙은 '거리의 변호사'라는 별칭은 사회 대개혁의 열망을 가장 잘 받아안을 수 있는 이력이라고 생각한다."
- 가장 시급하다고 보는 정책과 법안은.
"노동시장 사회안전망으로는 특고(특수고용직)·프리랜서·자영업자를 포함하는 전국민 고용보험제, 노조법 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 등이 필요하다. 또 돌봄 사회로 가기 위해 보편적 돌봄체계를 만들고, 윤석열 정부와 민주당이 발을 맞춰온 부자 감세 정책을 철회해야 한다. 소수자들에 대한 차별과 배제가 매우 심각하므로 포괄적 차별금지법도 제정돼야 한다. 마지막으로 5·18 정신을 계승하고 계엄 통제 요건을 강화하는 것과, 거대 양당 진영정치를 넘어 다당제 연합정치에 필요한 결선투표제와 비례대표 확대 역시 충분히 주장돼야 한다."
- 대선 제1공약으로 내세울 게 있다면.
"일하는 사람들의 사회안전망을 만들어내는 것과,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부자 감세 철회와 증세 문제를 우선적으로 이야기해야 한다. 그리고 차별과 혐오를 해소하기 위한 차별금지법도 매우 중요하게 바라보고 있다."
"왜 대선 나오냐는 말, 국힘 정치와 뭐가 다른가"

▲권영국 정의당 대표 (자료사진) ⓒ 남소연
- 국민의힘과 민주당 경선판은 어떻게 보나.
"국민의힘이 대선에 출마할 자격이 있나. 위헌적 비상계엄과 내란에 대해 한 번이라도 사과한 적이 있나. 헌정질서와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당이 민주주의의 핵심인 선거에 출마할 자격이 있는지 되묻고 싶다. 대통령 선거는 대표를 뽑는 것이지 통치자를 뽑는 것이 아니다. 민주당은 뭐, 내부 경선을 잘 치러야 하겠다."
- 22대 총선 이후 원외정당이 되면서 정의당의 당세가 많이 위축됐다. 예전만큼의 존재감을 보이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유권자들을 어떻게 설득할 건가.
"그동안 여러 비판들이 있었고, 지난 총선에서 저희는 투표로 심판받았다고 생각한다. 시민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대변하지 못 했고 어려운 삶들과 부대끼면서 아픔에 함께하는 정치를 하지 못 했다는 점을 깊이 성찰해 왔다. 그래서 지난해 당대표 취임 때 '현장 속으로, 민중 속으로, 더 아래로 내려가서 새롭게 진보정치를 시작하겠다'라는 약속을 드렸다.
시민들과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대변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공부하고,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유권자들을 설득할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 아닐까 생각한다. 단순히 권력 교체에 머무르지 않고 우리 사회가 평등하고 차별 없는 사회로 나아갈 수 있도록 응원과 지지를 보내주시면 좋겠다."
- 정의당이 민주당 표를 앗아간다는 주장은 어떻게 보나.
"우리 사회가 두 가지 색깔로만 나뉘어선 안 된다. 광장의 수많은 응원봉 불빛은 얼마나 다채로웠나. 그 다양한 목소리와, 국민과, 광장을 담아내는 정치 구도로 나아가야 한다. 다양한 민주주의를 부인하는 것은 극단적인 두 정치 세력만이 존재해야 한다는 얘기와 다름없다.
정의당에 계속해서 씌워지는 프레임도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소수자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국회를 만들기 위해 함께하자고 얘기해야지, '당신들은 왜 대선에 나오느냐', '왜 목소리를 내려고 하느냐'라고 하면 다수의 폭력으로 가버린다. 그러면 차별과 불평등으로 소외된 소수자들의 목소리는 누가 대변하나. 그들의 목소리가 지워져도 괜찮다는 건가. 그게 국민의힘이 지향하는 정치판과 뭐가 다른가. 그것은 민주주의도 아니고 함께 사는 세상도 아니다."
- 이번 대선의 목표는.
"광장의 다양한 목소리를 최대한 대변하는 것, 그리고 사회경제적 민주주의를 어떻게 만들어갈지 얘기하는 것. 가진 자들과 성장에 관한 이야기만 해선 안 된다. 수혜받는 일부는 좋을 수 있지만, 차별과 불평등으로 고통받는 삶들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이 정치의 책무다. 지금 성장보다 시급한 문제는 차별과 불평등의 절망에서 시민들이 벗어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 당대표 취임 이후 줄곧 현장성을 강조해 왔다. 대선 출마 이후 첫 번째로 찾을 현장은.
"서울 중구 한화 본사 앞에서 김형수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장이 30m 철탑에 올라 원청인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이 교섭에 나서라고 요구하며 (지난 3월 15일부터) 고공농성을 하고 있다. 하루도 제대로 발 뻗을 수 없는 공간에서 한 달 가까운 시간이 지났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현장은 우리 사회의 모순이 집약적으로 나타나는 곳이다. 그곳부터 가겠다."

▲김형수 전국금속노동조합 경남지부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장, 서울 한화 본사 앞 30m 철탑 고공농성. ⓒ 금속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