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영종도에 위치한 더위크앤리조트(THE WEEK & Resort)는 지난 2021년 숙박업계 최초로 (사)한국공정무역마을위원회로부터 '공정무역실천기업' 인증을 받았다. 코로나19로 관광업계 전체가 침체됐던 시기, 더위크앤리조트는 지역사회와 공생을 모색하며 공정무역으로 새로운 길을 개척했다.
팬데믹 속 시작된 공정무역 여정
더위크앤리조트는 2020년 11월 문을 열었다. 전 세계적 팬데믹이 한창이던 시기에 새롭게 오픈한 리조트가 선택한 길은 다소 특별했다. 이현지 대표는 "코로나19로 인한 여파가 상당했던 시기, 어려운 관광업계에서 지역사회와의 공생을 고민하는 리조트만의 철학과 운영방침에 따라 공정무역을 도입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더위크앤리조트는 유기농 공정무역 면화로 만든 타월을 비치하고, 리조트 내 모든 식음(F&B) 업장에서는 아름다운커피의 공정무역 커피를 판매하고 있다. 공정무역 커피 찌꺼기는 리조트 뒤편에 설치된 비닐하우스에서 직접 키우는 허브의 비료로 사용된다.
공정무역 타월은 일반 타월과 어떤 차이가 있을까? 농약과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아 잔류 화학물질이 사라진 땅에서 재배된 면화로 제작한 공정무역 타월은 피부에 자극이 적다. 무엇보다 유기농 면화 생산지인 인도의 생산자들에게 정당한 대가를 지불해 지속가능한 생산 환경을 만드는 데 기여한다.
커피 역시 마찬가지다. 네팔의 '굴미 커피 협동조합'과 '신두팔촉 커피 협동조합'에서 생산된 아름다운커피의 공정무역 커피는 일반 커피와 달리 생산지 커피 농부들의 소득 증가와 여성 농부의 인권(여성조합원 교육 지원), 환경(유기농 재배) 등을 지원해 소외된 생산자의 자립을 지원한다. 맛의 차이를 넘어 커피 한 잔이 만들어내는 사회적 가치의 차이가 존재하는 셈이다.

▲더위크앤리조트에서 만날 수 있는 공정무역 타월과 아름다운커피의 공정무역 커피. ⓒ 더위크앤리조트
공정무역 제품 도입 후 고객들의 반응은 어땠을까? 이현지 대표는 "대다수의 고객이 아직 (공정무역이) 대중적이지 않은 영역이다 보니 잘 알지 못하시는 경우가 더러 있다"면서도 "스쳐 지나갈 수 있는 제품들이지만 새로운 분야에 대해 알게 되었다는 호기심과 본인들도 어느 정도 기여하고 있다는 인식 변화가 있다"고 전했다. 더위크앤리조트는 고객 대상으로 공정무역 제품을 사용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직원들에게도 공정무역의 가치를 알리고 있다. 매년 법정 의무교육을 시행할 때 리조트 내 공정무역 사례나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리조트는 짧게는 하루, 길게는 주 단위로 머물며 쉼과 여유를 찾는 공간이다. 주로 일회성, 소모품 형태의 물품이 많이 사용되는 특성상 공정무역 제품을 사용·활용한다는 것이 기존의 방식과 어떻게 다른지에 대한 고객의 이해가 필요하다. 그래서 직원 대상 교육은 고객에게 충분한 사전 안내와 홍보가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알리는 방향으로 이루어진다. 이를 바탕으로 더위크앤리조트는 숙박 외 여러 가지 경험을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공정무역 제품을 소개하며, 공정무역의 가치와 의미를 고객들에게 전달하고 안내할 수 있는 운영방침을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지역사회로 확장되는 영향력
공정무역 제품 도입이 순탄한 것만은 아니었다. 수익 창출이 우선시되는 민간기업이기에 일반 제품보다 상대적으로 가격 부담이 있는 공정무역 제품을 꾸준히 사용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또한, 공정무역에 대한 대중적 인식 부족과 제품 선택의 폭이 좁다는 한계도 존재했다. 그러나 더위크앤리조트는 이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공정무역을 단순한 시범 사업이 아닌, 리조트 운영의 핵심 요소로 가져가기로 했다.
더위크앤리조트는 지난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약 2억5천만원 이상의 예산을 공정무역 제품 구매와 홍보 활동에 사용했다. 공정무역실천기업으로 인증받으며 더위크앤리조트가 가장 중요시한 부분은 교육과 홍보 활동이다. 더위크앤리조트는 공정무역 제품 구매에 그치지 않고, 2022년부터 매년 인천 공정무역 페스티벌에 참가해 지역사회에 공정무역을 알리는 데 앞장서고 있다.

▲지난 2023년 5월 20일, 인천 송도 센트럴파크 잔디광장에서 열린 '인천 공정무역 페스티벌'에 참여한 더위크앤리조트. ⓒ 더위크앤리조트
더위크앤리조트는 인천공정무역협의회, 한국공정무역마을위원회와 지속해서 소통하며 세계 공정무역의 날 행사 등 공정무역 홍보 및 활성화에 동참하고 있으며, 자체적인 굿즈 스토어에서 공정무역 제품을 판매하고 주기적으로 브랜드 SNS와 언론매체를 통해 공정무역에 대한 홍보를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을 인정받아 지난 2022년 12월에는 인천공정무역협의회로부터 더위크앤리조트 이현지 대표가 감사패를 수상하기도 했다.
이현지 대표는 "작년 5월, 영종도의 한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이 공정무역 관련 과제를 준비하다 저희 리조트가 공정무역 제품을 도입한 공정무역 실천기업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인터뷰를 요청했다"며 "학생과 학생 어머님과 함께 그동안 리조트에서 진행한 사례를 보여드리고 설명하면서 공정무역 실천의 순기능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말했다.

▲더위크앤리조트에서 진행된 공정무역커뮤니티 컨설팅 현장 모습. ⓒ 더위크앤리조트
더위크앤리조트는 최근 공정무역 활동을 더욱 확장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공정무역커뮤니티 컨설팅 미팅을 리조트에서 주관해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공정무역 제품을 활용한 '도토리주머니 만들기' 체험을 병행했다. 이현지 대표는 "단순히 제품을 사용하고 판매하는 것을 넘어, 고객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교육 클래스를 도입해 공정무역의 가치를 체험하고 공감할 기회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숙박업계의 새로운 이정표
ESG 경영이 강조되는 시대에 더위크앤리조트의 시도는 숙박업계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 국내에서도 대형 호텔들이 친환경 어메니티를 도입하고 있지만, 대부분 플라스틱 사용 감소나 에너지 절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더위크앤리조트처럼 제품의 생산 과정까지 고려한 공정무역 도입은 국내 숙박업계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한다. 이현지 대표는 "ESG 경영의 주요 철학은 환경보호, 평등한 기업문화 및 지역사회 기여, 투명한 기업경영 등이 있다"며 "공정무역 제품을 구매하고 이를 고객에게 제공함으로써 환경과 사회에 책임을 지는 경영방침을 유지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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