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카타니 겐 일본 방위상이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에게 한반도를 포함한 '하나의 전구' 구상을 제안했다고 보도한 <아사히신문>. 왼쪽 사진은 지난 3월 30일 도쿄에서 열린 미일 국방장관 회담. ⓒ 아사히신문캡처
[기사 보강 : 15일 오후 4시 27분]
일본 방위상이 미국 국방장관에게 한반도를 포함한 '하나의 전역(theater)'을 만들어 중국에 대항하자는 구상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 것으로 보인다.
이 구상은 한반도를 동, 남중국해와 함께 하나의 전쟁 구역으로 설정하는 것으로, 유사시 주한미군의 역할을 재조정하는 한편 한반도를 예기치 못한 전쟁의 위기로 내몰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15일자 일본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나카타니 방위상은 지난 3월 30일 도쿄에서 열린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과의 회담에서 중국에의 대항을 염두에 두고 동중국해와 남중국해, 한반도를 '하나의 전역'으로 묶어 방위 협력을 강화하는 구상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신문은 복수의 정부 관계자를 인용, 나카타니 방위상이 헤그세스 장관과의 회담에서 "일본은 '하나의 전역' 계획을 가지고 있으며, 미·일·호주·필리핀·한국 등을 하나의 전역으로 파악해 연계를 깊게 하겠다"고 제안했고, 헤그세스 장관은 이를 환영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헤그세스 장관이 이후 이시바 시게루 총리와 회담에서 나카타니 방위상이 제안한 하나의 전역 구상을 언급하고 일본, 미국, 호주, 한국, 필리핀 등의 제휴의 중요성을 지적했으며, 미국 측이 이번 제안을 전제로 방위협력을 해나갈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다만 "명확한 지리적 범위가 정해지지 않았고 자위대의 구체적인 활동 범위도 모호하다"며 "일본이 다른 나라·지역의 유사시에 휘말릴 위험이 높아질 수도 있다는 지적도 있다"고 우려했다.
신문은 나카타니 방위상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체제에서 일본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인도·태평양 지역을 이끌어가는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와 관련 총리 관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중국이 능력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에 대응 범위도 넓혀야 한다"고 아사히에 말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방위성 내에서는 그러나 "아직 충분히 완성되지도 않은 설익은 구상을 섣부르게 제안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방위성의 한 간부가 "내용도 채워지지 않았는데 '전역'이라는 강한 단어를 외부에 말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는 것이다.
'전역(theater)'은 유사시 하나의 전쟁을 수행하는 구역을 말하는 것으로 미군의 경우 한반도 전역, 이라크 전역, 유럽 전역 등으로 나누어서 작전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이 보도가 나가자, 소셜 미디어 X(옛 트위터)에는 "애써 다른 나라의 전쟁에 개입하는 짓따위 하지 말라", "이웃 나라에서 보면 옛 대동아공영권으로 보이지 않겠는가", "전쟁이 나면 어떻게 할까보다 전쟁이 나지 않기 위한 노력을 먼저 하라", "일본은 헌법상 군대를 갖지 못 하는 나라인데 무슨 소리냐" 등 비판적인 목소리가 주를 이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