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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년 12월 2일, 윤석열 당시 대통령이 충남 공주산성시장에서 과일을 보고 있다.
2024년 12월 2일, 윤석열 당시 대통령이 충남 공주산성시장에서 과일을 보고 있다. ⓒ 대통령실 제공

"현장에서 소상공인의 디지털 전환을 돕는 한 사람으로서, 그분들의 깊은 고통 앞에서 결코 중립일 수 없는 심정입니다. 12.3 비상계엄 하루 전, 내란의 우두머리 윤석열은 뜬금 없이 1000명의 백종원을 만들겠다느니, 노쇼 방지 캠페인 등을 운운하며 현실과 동떨어진 소상공인 정책을 발표했습니다."

김현성 광주경제진흥상생일자리재단 대표가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읽다가 등골이 서늘해졌다. 김 대표의 지적대로, 윤 전 대통령이 임기 후반기 첫 민생토론회에서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 대책을 발표하며 "백종원씨와 같은 일을 담당할 민간 상권 기획자를 앞으로 1천 명을 육성하겠다"고 밝힌 것은 2024년 12월 2일 오후 1시쯤이었다.

그로부터 24시간도 지나지 않아 비상 계엄이 선포됐다. 그의 입에서는 "망국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는 자유 대한민국을 재건하고 지켜낼 것"이란 말이 나왔다. "망국의 원흉 반국가 세력을 반드시 척결하겠다"는 그의 말대로 됐다면, '백종원 1000명'은 어떤 식으로 추진됐을까.

내란 정부의 '백종원 1000명'... "탁상공론 과감하게 청산해야"

광주경제진흥상생일자리재단은 광주 소재 소상공인 경영 여건 개선을 목적으로 2023년 7월 만들어졌다. 이를 위해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지원 정책을 수립하는 등의 일을 한다. 현장의 목소리와 가까워야 하는 곳이다. 김현성 초대 대표는 앞서 중소기업유통센터 본부장 시절, 소상공인 판매 지원 온라인 플랫폼 '가치삽시다'를 운영한 바 있다. 그는 '소상공인의 자생적 생태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역시 현장의 목소리와 가까워야 이뤄질 수 있는 일이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김 대표의 눈에 '백종원 1000명'은 "현장 소상공인들의 마음을 임의 판단하고 일반화한 진단과 처방"이었다. 즉 "현실과 동떨어진 탁상공론"이 계엄 이후 권위적이고 일방적으로 추진될 뻔했던 셈이다.

그래서 김 대표는 "내란 정부가 입안하고 현장 소상공인의 목소리가 배제된 낡은 소상공인 정책을 과감하게 대전환시키는 것만이 진정한 내란 청산의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2024년 12월 2일, 윤석열 당시 대통령이 충남 공주시 아트센터 고마에서 '다시 뛰는 소상공인·자영업자, 활력 넘치는 골목상권'을 주제로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를 하고 있다.
2024년 12월 2일, 윤석열 당시 대통령이 충남 공주시 아트센터 고마에서 '다시 뛰는 소상공인·자영업자, 활력 넘치는 골목상권'을 주제로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를 하고 있다. ⓒ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그는 "외부의 힘에 의존한 단기적인 처방은 지속가능성이 떨어진다"면서 "소상공인 스스로 자생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전제했다. "소상공인들의 가장 큰 자산은 바로 현장의 경험과 노하우이며 이를 자유롭게 공유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플랫폼 구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김 대표는 윤석열 정부의 소상공인 지원책의 문제점을 비판했다. 그는 먼저 디지털 경제로의 대전환 과정에서 소상공인들이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잘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주문 배달까지 확대된 배달 플랫폼의 살인적인 수수료는 이미 수많은 자영업자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면서 "소상공인들이 디지털 전환의 희생양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런 상황에서 "2000억 배달료 지원은 결국 배달 플랫폼의 배만 불려주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문제의식이었다. 윤 전 대통령은 작년 10월 "내년 68만 명에게 2000억 원 규모의 배달비를 신규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단순히 개인에게 현금을 지급하는 방식은 일시적인 미봉책에 불과하다"라며 "실질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재설계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600만 소상공인 고통 앞에 중립은 없다"

 2023년 8월 22일, 강기정 광주광역시장이 김현성 (재)광주경제진흥상생일자리재단 대표이사(사진 오른쪽)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2023년 8월 22일, 강기정 광주광역시장이 김현성 (재)광주경제진흥상생일자리재단 대표이사(사진 오른쪽)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 광주광역시

김 대표는 "배달 중개 수수료 상한을 포함한 디지털 시장 공정화 입법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라고 강조하면서, 배달료 지원에 대해서도 "공공 배달앱 활성화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거나 공정 경쟁 환경을 조성하는 데 지혜롭게 활용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다시 말해 "지금 소상공인들에게 절실한 것은 보여주기식 정책이나 임시방편이 아니다"는 것이었다.

김 대표는 글을 통해 차기 대통령에 대한 제언도 함께 전했다. 그는 "대통령 비서실에 소상공인 전담 비서관을 신설하고 중소벤처부에 소상공인 전담 차관을 임명해야 한다"라며 "소상공인들의 생생한 어려움을 직접 보고하고 실질적인 정책에 즉각 반영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절실하다"라고 주장했다. "일시적 자율규제로는 근본적 해결이 불가능하다"는 그의 문제의식을 반영한 제언이다.

김 대표는 "소상공인은 우리 경제의 굳건한 뿌리이자, 평범한 국민들의 소중한 삶의 터전"이라면서 "이들의 고통을 외면하는 것은 곧 우리 경제의 미래를 포기하는 것과 같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인간적 고통 앞에 정치적 중립은 없다"는 과거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을 인용하면서, "부디 새로운 대통령께서는 600만 소상공인들의 절박한 외침을 가슴 깊이 새기시라"고 권했다.

한편 글을 통해 김 대표는 최근 광주경제진흥상생일자리재단이 만든 소상공인 커뮤니티 미디어 '소완비(소상공인을 위한 완벽한 비서)에 대한 반응을 "자생적인 플랫폼에 대한 현장의 갈망을 반영하는" 사례로 전하기도 했다. '소완비'는 소상공인에게 필요한 디지털 교육 정보, 금융 정보, 지원 정보 등을 전하는 카카오톡 채널로 지난 3일 만들어졌다. 15일 현재 구독자는 4077명이다.

#김현성#백종원#윤석열정부#배달플랫폼#내란청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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