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의도 국회의사당. ⓒ 권우성
제22대 국회의원 중 종합부동산세(종부세)를 내는 비율이 20%에 이른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반면 일반 국민 가운데 종부세를 내는 사람은 1.8%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종부세는 일정 기준을 초과하는 주택과 토지에 부과되는 세금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15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2대 국회의원 부동산 보유 및 종부세 실태'를 발표했다.
경실련은 "지난 3월 기준 국회의원 재산공개 자료에 따르면 22대 의원 299명(조국 전 조국혁신당 의원 제외) 중 종부세를 납부하는 인원은 60명인 것으로 나타났다"라며 "전체의 20.1%에 달하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반면 종부세를 내는 국민 비율은 한 자릿수에 불과하다. 경실련은 "정치권은 종부세 완화가 서민 감세라고 주장하지만, 우리 국민 종부세 납부자는 약 1.8%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경실련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2년 주택보유현황 통계 기준 국민 2177만 가구 중 12억 원을 초과하는 주택 소유가구는 39만 7000가구로 일반 국민의 종부세 납부 비율은 1.8%이다.
경실련의 이번 조사는 제22대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진행했으며, 올해 3월 공개된 재산공개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했다고 밝혔다. 조사 항목은 전체 재산 현황, 부동산 보유 내역, 본인과 배우자 명의의 주택 보유 현황, 종부세 납부 여부 등을 포함한다.
특히 주택과 종부세 관련 조사는 본인과 배우자 명의로 된 주택(오피스텔과 복합건물 제외)을 기준으로 이뤄졌으며, 종부세 예상액은 국세청 홈택스의 '종합부동산세 간이세액계산' 도구를 사용해 모의 계산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경실련 "종부세 완화...수혜자는 서민 아닌 고위층"

▲종부세 납부액 상위 10명 ⓒ 경실련
김성달 경실련 사무총장은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정부나 정치권에서는 '종부세 완화가 서민을 위한 정책이다', '기업 투자를 독려하기 위한 정책이다'라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상위 1~2%만 혜택을 보고 있다"라며 "이번 조사에서도 고위공직자들이 종부세 완화의 실질적 수혜자라는 점이 분명하게 드러났다"고 말했다.
경실련의 이번 조사에서 종부세를 가장 많이 납부한 의원은 고동진 국민의힘 의원으로 나타났다. 고 의원은 약 72억 원 상당의 주택 1채를 보유한 1주택자로, 본인과 배우자가 부담할 종부세는 약 4427만 원으로 드러났다.
이어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 서명옥 국민의힘 의원, 박덕흠 국민의힘 의원, 강유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 주호영 국민의힘 의원,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 등이 종부세 납부액 상위 10위권에 포함됐다.
경실련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종부세 부담이 지속적으로 완화됐다고 분석했다. 서휘원 경실련 정치입법팀 팀장은 "윤석열 대통령은 '부자 감세' 기조 아래, 2022년 공정시장가액비율을 95%에서 60%로 낮췄고, 2023년에는 종부세 기본 공제액을 6억 원에서 9억 원으로, 1주택자의 기본 공제액도 11억 원에서 12억 원으로 상향 조정하여 종부세 부담을 줄였다"고 설명했다.
서 팀장은 이어 "종부세는 부동산 불로소득에 과세하기 위한 제도인데, 종부세 완화 조치의 배경에는 국회의원 자신과 서울 강남구 등에 소재한 지역구민의 이해관계가 작용하고 있을 것이라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경실련은 종부세 완화가 지방재정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우려했다. 경실련은 자료를 통해 "종부세는 전액 지방교부세의 재원으로 활용되어 지방재정 확보와 지역균형 발전에 활용되어 왔다. 종부세 완화 시 지방교부금 축소가 불가피하다"라며 "언론보도에 따르면 2023년 정부가 각 지자체에 나눠준 부동산교부세는 전년보다 2조 6천억 원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 지방재정 악화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부동산 재산 가장 많은 의원, 박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부동산 재산 상위 10명 부동산 재산현황 (2025년 3월 공개 기준) ⓒ 경실련
경실련은 "이번 조사 결과, 고위공직자들은 막대한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이에 대한 종부세 납부 대상자와 그 납부액은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는 고위공직자들이 계속해서 종부세 기준을 완화해온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경실련은 "국회의원 1인당 평균 42억 8547만 원의 재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 중 부동산 재산은 1인당 평균 약 19억 5289만 원으로 전체 재산의 45.57%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부동산 재산이 가장 많은 의원은 박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으로 나타났다. 박 의원은 건물 382억 3944만 원과 토지 1285만 원 등 총 382억 5230만 원의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뒤를 이어 박덕흠 국민의힘 의원,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 서명옥 국민의힘 의원, 백종헌 국민의힘 의원, 김기표 더불어민주당 의원,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 고동진 국민의힘 의원 등이 부동산 재산 상위 10위권에 포함됐다.
서휘원 경실련 정치입법팀 팀장은 "가계금융복지조사 통계에 따르면 국민의 부동산 평균 재산은 4억 644만 원"이라며 "국회의원들의 평균 부동산 재산은 국민 평균보다 4.8배 많다"고 설명했다.

▲15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에서 열린 ‘제22대 국회의원 부동산 보유 및 종부세 실태 발표’ 기자회견. ⓒ 김예진
조정흔 경실련 토지주택위원장은 최근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언급하며 "얼마 전 오세훈 서울시장이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해제한 이후, 강남과 잠실 등 초고가 아파트 밀집 지역에서 거래량이 급증했고, 결국 정부가 다시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확대할 수밖에 없었다"며 "주택 부족 문제는 토지거래허가로 수요를 억제하는 방식이 아니라, 공정한 과세를 통해 정상적인 수요·공급 구조가 형성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택수 경실련 부동산국책사업감시팀 부장도 "정치인이 추진하는 셀프감세는 국민의 환영을 받을 수 없다"며 "정치인은 이 같은 부자 감세 정책에 치중할 것이 아니라 일반 서민을 위해 소득 재분배를 할 수 있는 공평과세 정책에 치중해야 한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