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출마 선언 중 기침하는 반기문2017년 2월 1일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서울 국회 정론관에서 대선 불출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이희훈
한덕수 국무총리 겸 대통령 권한대행을 둘러싼 대선 출마설이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단속에도 보수 진영 일각에서 여전히 사그라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야권에선 2017년 대선 당시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의 이름을 떠올리는 이들이 적지 않다(
관련 기사 : 권성동 "한덕수, 경선 출마 안 한다"라지만... 불 붙는 단일화 https://omn.kr/2d1si).
야권 "온실 난초 같은 사람" "그 지지율로 정치 결단 쉽지 않아" 회의론
박근혜 탄핵 정국 당시 조기 대선 국면에서 반 전 총장은 2017년 1월 12일 귀국 직후부터 '가능성 있는' 유일한 보수 진영 대항마로 각광받은 바 있다. 그러나 3주 만에 불출마를 선언했다(
관련 기사 : 반기문 불출마의 변 "보수 소모품 되기 싫었다" https://omn.kr/m8h5). 당시 야권에선 현재 한 총리의 차출론 때와 마찬가지로 국내 정치 경험이 없는 반 전 총장을 '온실의 화초'라고 깎아내린 바 있다.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5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 라디오 인터뷰에서 '한덕수 차출론'을 '한덕수 땜빵론'으로 격하하며 반 전 총장의 이름을 거론했다. 박 의원은 "(한 대행은) 정치인으로서 단련되지 않았다"라면서 "결국 국민의힘 후보가 결정되고 등록이 시작되면 한덕수 차출론이건 땜빵론이건 거론되다가 제2의 반기문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출마 가능성도 "희박하다"는 추측이다.
국민의힘 일각에서 부추기는 한 대행의 '본선 경쟁력' 주장에도 "역대 총리들을 모아 놓으면 그 정도는 다 한다"라며 찬물을 끼얹었다. 박 의원은 "관료로서 온실 속에서 자란 난초 같은 사람이 과연 그러한 도전을 하겠느냐"라면서 "저는 못 한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한덕수 차출' 군불 때는 보수 진영... "국민 열망 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14일 서울 종로구 공관에서 경제안보전략TF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국무총리실 제공
한 대행과 반 전 총장을 같은 위치에 놓고 비교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가장 큰 차이점은 두 사람의 지지율이다. 반 전 총장은 대선주자로 부각되기 시작한 시점부터 문재인 후보와 대적하는 높은 지지율로 보수 진영을 고무시킨 바 있다. 반 전 총장 귀국 직후 나온 2017년 1월 둘째 주 <한국갤럽> 조사를 보면, 당시 문재인 후보 31% 바로 다음 2위, 두 자릿수 지지율 20%가 반 전 총장이었다.
그러나 한덕수 대행을 대선 주자로 한 가장 최근 <한국갤럽> 4월 둘 째주 조사를 보면, 그의 지지율은 2%다. 국민의힘 주자들 가운데선 여전히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이 9%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야권의 유력주자인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는 37%, 유일한 두 자릿수 지지율로 독주하고 있는 상황이다. 반 전 총장의 경우와는 다른 국면인 것이다.
박지원 의원은 "반 전 총장은 지지율도 굉장히 높았는데 한 대행은 여론조사에서 2% 지지를 받고 있더라"면서 "사실상 (이재명 전 대표의) 4분의 1도 안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야권 전략통인 우상호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 인터뷰에서 "설사 한 대행이 출마를 결심한다고 해도 민주당 후보를 여유 있게 앞서는 여론조사 결과도 안 나오지 않나"라면서 "지금 민주당 유력 후보보다 앞서는 결과가 나오지도 않았는데 굳이 그런 분을 국정 공백을 초래해 가면서까지 모셔가려고 하는 태도는 온당해 보이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 또한 같은 날 YTN 라디오 <뉴스파이팅> 인터뷰에서 "가장 중요한 게 지지율"이라면서 "과거 반기문 전 총장, 고건 전 총리 두 분의 지지율은 가공할 정도로 높았는데, 한 대행이 저 정도 (지지율) 가지고 정치적 결단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본다"라고 짚었다.
그러나 국민의힘 내부에선 '한덕수 차출론'에 장작을 넣는 현역 의원들이 목소리 내기를 주저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성일종·박수영·박덕흠 의원이 대표적이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같은 날 채널A 라디오쇼 <정치시그널> 인터뷰에서 "시대 정신이 경제이기 때문에 한 대행에 대한 국민적 열망이 있다"라면서 "출마 선언도 안 한 것인데도 (여론조사는) 올라가는 추이"라면서 "이 추이를 한 대행께서도 보고 계실 거라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에선 이런 상황을 두고 "과연 정상이냐"라고 꼬집었다. 노종면 원내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에서 "국민의힘 의원 절반인 54명이 한 대행의 대선 출마를 촉구하며 차출론에 힘을 싣고 있다"라면서 "한 대행은 국민의힘 촉구에 부응하듯 중의적으로 해석 가능한 메시지를 던지며 출마 간을 보고 있다"라고 질타했다. 노 대변인은 이어 "한 대행은 착각하지 마라"면서 "지금은 대권을 꿈꿀 때가 아니라 내란 공범으로서 책임을 질 때"라고 강조했다.
* 기사에 인용된 2017년 1월 2째주 여론조사는 휴대전화 RDD 표본 프레임 무작위 추출로 전화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응답률은 19%다. 2025년 4월 2째주 여론조사의 경우엔 이동통신 3사 제공 무선전화 가상번호 무작위 추출로 전화조사원 인터뷰 방식 조사가 진행됐고,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응답률은 14.9%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