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4월 15일자 '반탄의 열기를 반이의 대열로' 칼럼 ⓒ 조선일보 PDF
<조선일보>가 윤석열 탄핵을 반대해 온 이들을 추켜세워 온 것으로도 모자라 이제는 아예 탄핵 반대 집회의 열기를 부활시켜 대선에까지 이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탄핵 반대 집회에 "보수 진영 활기 되찾았다"라니... 보수진영 망치는 지름길이다
15일 김대중 전 <조선일보> 주필은 "반탄의 열기를 반이의 대열로"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2020년 이후 한국의 정치판에서 보수·우파는 번번이 좌파에 패했다"며 오는 조기 대선에서조차 패하면 "우파는 정치 동면(冬眠) 상태로 들어갈 수밖에 없고 세상은 앞으로 5년 '이재명 좌파'의 무대가 될 수밖에 없다"라고 전망했다.
김 전 주필은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이 진행되던 지난 3개월여 보수·우파는 모처럼 활기를 되찾았다. 이대로 밀릴 수만은 없다는 절박감 같은 것이 느껴졌다"면서 "보수 대통령을 구한다는 명분보다 이 세상이 5개의 재판이 걸려 있는 형사 피고인의 손에 넘어가는 것을 두고 볼 수 없다는 그런 절박감"이라고 표현했다.
김 전 주필의 글만 보면 그가 본 탄핵 반대 집회와 필자가 본 탄핵 반대 집회는 서로 다른 집단인 것만 같다. 부정선거 음모론·중국 간첩 99명 체포 등 어디서부터 반박해야 할지 모르는 가짜뉴스에 매달린 채 다른 정치 성향의 시민과 중국인에 대한 무분별한 차별과 혐오, '빨갱이는 죽여도 돼', '계엄령은 계몽령'이라는 문구와 같은 극단적 성향을 보인 탄핵 반대 집회를 두고 "보수·우파는 모처럼 활기를 되찾았다"고 긍정적으로만 평하는 건 보수진영을 망치는 지름길이다.
지금 보수 세력이 해야 하는 일은 음모론과 가짜뉴스에 매몰돼 대다수 시민과는 아예 동떨어진 채 자기들만의 편협한 세계관에 빠진 탄핵 반대 세력을 어떻게든 설득해서 그러한 극우적 세계관으로부터 벗어나게 하는 일이다. 선거에서의 유리함을 넘어 한국 사회를 조금이라도 위한다면 그렇게밖에 할 수 없는 노릇이다.
보수진영, 결집 안 해서 지고 있다? 탄핵 반대한 집단의 당연한 결과일 뿐
김 전 주필은 "선거는 겨우 한 달 반 남짓 남았는데 우파는 아직도 우왕좌왕, 좌고우면, 우후죽순, 갈팡질팡 같은 단어들을 연상시키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며 "이에 반해 대통령 탄핵으로 기가 올라 있는 좌파는 대선에서도 승기를 이어가고 있다. 모든 여론조사가 이재명씨의 단독 선두를 가리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난 부산 교육감 선거에서 보수진영 후보 두 명이 출마해 진보진영 후보에 패배한 걸 언급하며 "보수는 저 잘난 맛에 산다고 하지만 그래 가지고는 좌파를 절대 이길 수 없다. 그런 현상이 이번 대선에서도 벌어지지 말란 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탄핵에 반대했었던 보수진영이 헌법재판소의 파면 선고 이후 탄핵에 적극 찬성했던 민주당보다 지지율에서 밀리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진보진영과 달리 보수진영이 결집하지 않아서 밀리는 게 아니다. 오히려 제대로 된 보수우파라면 자유민주주의를 붕괴하려고 시도한 윤석열을 향해 보수진영 대선주자들 대다수가 비판 한 마디 못하는 현실을 개탄해야 한다.
<조선> 비합리적 주장하며 탄핵 반대 세력에 편승하나
한편 김 전 주필은 "나는 이번 대선을 민주당의 이재명 대(對) 국민의힘 어느 누구의 대결로 보기보다 좌파 대 우파의 대결로 보고 있다"며 "이재명씨가 당선되면 우리나라는 앞으로 5년 또는 그 이상 좌파의 길로 갈 것으로 보인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는 이재명씨가 출마하면서 내건 '진짜 대한민국'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그가 말하는 진짜 대한민국이란 양극화, 즉 분배의 불균형을 없애는 것이고 그것은 곧 공산주의의 또 다른 이론적 배경"이라고도 덧붙였다.
결국 김 전 주필이 하고 싶은 얘기가 바로 이 대목 아닐까. 이재명 전 대표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한국은 그가 바라는 공산주의 국가가 되어버린다는 것이다.
김 전 주필의 주장대로 양극화 해소가 공산주의의 이론적 배경이면 2024년 11월, "임기 후반기에는 소득·교육 불균형 등 양극화를 타개하기 위한 전향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라고 말한 윤석열은 이미 한국 공산화를 시도했다는 얘긴가. 탄핵 반대 세력의 극단적 주장에 편승하기 위한 '이재명 악마화'에 불과하다.
김 전 주필은 칼럼 말미에서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며 전국을 누볐던 '보수·우파+중도 보수'의 물결과 기운이 되살아나면 이재명 좌파를 저지할 수 있다"고 했지만 이미 헌법재판소가 윤석열이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반행위"를 저질렀다고 선고한 시점에서 탄핵 반대 세력의 부활을 운운하는 이러한 주장은 헌재의 결정을 부정하는 것이고 헌정질서를 저버리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 전 대표를 향한 비판은 얼마든지 할 수 있다. 그것은 언론의 책무이기도 하다. 하지만 어떠한 합리성도 없는 이유를 들먹이며 이 전 대표의 당선을 막기 위해선 헌정질서를 부정하는 세력도 얼마든지 이용해야 한다는 김 전 주필의 논리는 언론인의 자격을 떠나 민주주의 사회의 시민으로서도 매우 부적절하다고밖에 평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