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0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내각 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캠퍼스 내 반유대주의를 근절하라는 요구에 거부 의사를 밝힌 하버드대의 보조금을 동결했다.
미국 정부 '반유대주의 근절을 위한 합동 태스크포스'는 14일(현지시각) 성명을 내고 하버드대에 수년간에 걸친 보조금 22억 달러와 계약 6천만 달러(약 854억 원)를 동결한다고 발표했다.
하버드대가 정부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발표한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재정 압박을 가한 것이다.
트럼프에 반기 든 하버드 "독립성 포기 안 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2월 반유대주의 근절을 위한 합동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대규모 집회나 캠퍼스 점거, 유대인 학생 괴롭힘 등 '반유대주의 사건'이 발생한 대학들을 방문했다.
특히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학생들을 주도한 가자지구 전쟁 반대 시위가 열린 하버드대에 연방 정부 보조금 지급 및 계약 여부를 재검토하겠다고 압박했다.
그러면서 지난 11일 하버드대에 서한을 보내 학생과 교수들의 학교 운영에 갖는 권한을 축소하고 규정 위반 외국 유학생을 즉시 당국에 보고할 것, 다양성과 포용성 프로그램을 없애라고 요구했다.
또한 캠퍼스 내 시위에서 마스크 착용을 금지하고 학생들의 인종, 출신 국가, 성적 등 모든 입학 관련 정보를 정부에 제공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하버드대 보조금 동결 및 계약 중단을 보도하는 AP통신 ⓒ AP
하버드대는 반유대주의를 막기 위해 시위를 주도한 학생 징계와 일부 교수진 해임 등 조치를 실행했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요구는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
앨런 가버 하버드대 총장은 "우리는 트럼프 행정부에 그들의 제안을 수용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라며 "누가 집권하든 사립대학이 무엇을 가르칠지, 누구를 입학시키거나 임용할지, 어떤 연구를 할지에 대해 지시해서는 안 된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가 제시한 요구 사항 중 일부는 반유대주의 근절을 목표로 하지만, 대부분은 하버드대의 '지적 환경'에 대한 정부의 직접적인 규제를 의미한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우리 대학은 독립성이나 헌법상 권리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어떤 사립대학도 정부에 인수되는 것을 허락해서는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하버드대가 용기 줬다"... 미 대학들 집단 반발 나설까
AP통신은 "하버드대의 결정은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에 대학 당국이 조직적으로 저항한 첫 사례"라고 전했다.
테드 미첼 미국교육협의회 회장은 "하버드대가 나서지 않았다면 다른 대학들은 '희망이 없다'고 생각했을 것"이라며 "하버드대가 다른 대학 당국에도 용기를 줬다"라고 환영했다. 또한 "하버드대가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에 어떻게 맞설지에 대한 로드맵을 제시했다"라고 덧붙였다.
미국대학교수협회(AAUP)도 트럼프 행정부가 주요 대학에 정치적 의제를 관철하기 위해 정부 보조금을 압박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반면에 트럼프 행정부 태스크포스는 "하버드대의 성명은 미국 최고 명문 대학에 만연한 문제적인 권리 의식, 즉 연방 정부의 투자에 시민권법을 준수할 책임이 따르지 않는다는 개념을 강화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최근 몇 년간 캠퍼스의 학습 차질, 유대인 학생에 대한 괴롭힘은 용납할 수 없다"라며 "대학들이 납세자의 지원을 계속 받으려면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의미 있는 변화에 나서야 한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