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거제시 동부면 유천마을 쓰레기 분리수거장이 수개월째 폐쇄돼 주민 불편이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거제신문> 취재 결과, 쓰레기 분리수거장 폐쇄는 주민들의 무분별한 쓰레기 투기와 관리 부실로 인해 마을 이장이 결정한 불가피한 조치로 알려졌다. 대책 마련 및 중재가 필요해 보인다.
거제시에 따르면 해당 분리수거장은 2021년 1500만 원의 예산을 들여 설치됐고 이장이 관리하는 구조다. 하지만 현재는 마을 이장이 문을 잠가 주민 어느 누구도 사용할 수 없는 상태다. 거제시는 2020년부터 농촌지역 무단투기와 자원재활용 문제 해결을 위해 분리수거장을 설치해 왔다. 현재 거제시에는 유천마을을 포함해 7곳의 농촌형 분리수거장이 운영 중이다.
올해 초 새로 이장에 선출된 A씨는 어느 날부터 분리수거장 문을 잠그고 이용을 금지했다. <거제신문>이 현장을 확인한 결과, 분리수거장 문은 잠겨 있었고 내부에는 재활용품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대신 외부에는 종량제 봉투와 재활용 쓰레기가 무더기로 방치돼 있었다.
'관리 안 되니 닫았다' 이장 판단 가능성... 주민 불만 고조

▲거제시가2021년 예산 1500만원을 투입해 설치한 동부면 유천마을 쓰레기 분리수거장이 마을이장에 의해 문이 잠긴 채 수개월째 사용을 못하게 되면서 주민불편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문이 잠긴 분리수거장과 옆에 버려져 있는 쓰레기들 모습. @최대윤 ⓒ 거제신문
이에 대해 동부면사무소 측은 "무분별한 불법 투기가 이어지자 이장이 관리 차원에서 잠갔을 가능성이 크다"라고 밝혔다. 또 "마을 단위 분리수거장은 거제시가 설치했지만, 운영과 관리는 마을이 자율적으로 맡고 있다"면서 행정에서 직접 개입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동부면 면사무소 관계자는 "환경미화원이 수거 업무를 도와주기도 하지만, 치워주기 시작하면 주민들이 당연하게 여기고 더 많은 쓰레기를 무단으로 버리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라며 "이장 입장에서도 고육지책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불법투기 등에 대한 단속도 쉽지 않다. 현재 유천마을 쓰레기 수거장 앞에 설치된 CCTV는 유천마을 마을기금으로 설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관리 주체도 마을에 있어 시청이나 면사무소가 직접 열람할 수 없다. 마을에서 증거를 제출해야만 과태료 부과가 가능한 상태다.
동부면사무소는 유천마을 쓰레기 분리수거장 개선을 위해 환경미화원을 투입해 불법으로 버려진 쓰레기 등을 정리하는 등의 지원을 했지만, 주민들이 계속 무분별하게 쓰레기를 버리는 등 개선의 여지가 보이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분리수거장 폐쇄로 인해 마을 환경이 이전보다 좋지 못한 상태인 데다 마을 주민을 위해 혈세로 설치한 시설물을 사용하지 않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민 A씨는 "재활용품을 모아도 분리수거장 문이 잠겨 있어 결국 쓰레기와 섞여 버려질 뿐"이라며 "세금으로 만든 시설인데도 쓰지 못하는 상황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또 주민 B씨는 "행정은 시설만 설치해 주고 책임은 마을로 넘긴 채 '나 몰라라' 하고, 마을은 관리 부담에 문을 잠가버린 사례가 거제뿐만 아니라 타 지자체에서도 반복되는 것으로 안다"며 "쓰레기장은 잠기고, 행정은 책임을 미루는 사이 마을 풍경은 쓰레기로 채워지는 현실에 대한 행정의 중재 및 대책 마련이 절실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거제신문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