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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출석하는 '내란 우두머리' 혐의 윤석열 전 대통령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14일 첫 형사재판이 열리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들어서고 있다.
법원 출석하는 '내란 우두머리' 혐의 윤석열 전 대통령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14일 첫 형사재판이 열리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들어서고 있다. ⓒ 연합뉴스

친위 쿠데타를 시도한 현직 대통령에서 '내란 우두머리 피고인' 신분 전직 대통령으로 전락한 윤석열씨의 형사재판이 14일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수십 년 간 검사석에 섰던 법정은 이제 그를 맞은 편 피고인석에 앉히고 유죄냐, 무죄냐를 묻고 있다.

이날 오전 9시 50분 서울중앙지방법원 417호 대법정 안쪽 출입구로 윤씨가 들어오자 변호인단이 기립했다. 그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착석했다. 3월 8일 구속취소로 인한 석방 후 그는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하지만 형사재판은 피고인 출석이 의무이기 때문에 윤씨는 자택 아크로비스타에서 길건너편 법원 일대가 통제된 상태에서 법정에 나왔다.

법원은 그에게 지하주차장 출입 및 내부 통로 이용을 허가했다. 재판부(형사합의25부, 부장판사 지귀연)는 여느 전직대통령 재판과 달리 첫 공판의 촬영을 허가하지 않았다. 머리카락이라도 찍힐세라 숨바꼭질 하듯 법정에 도착한 윤씨는 평소 스타일대로 정돈된 머리에 붉은색 넥타이를 매고 나타났다. 하지만 법정 자리조차 피고인석 둘째 줄 가장 안쪽이어서 방청석에서는 잘 보이지 않았다. 기자들은 하나둘 자리에서 일어나 그의 옷차림 등을 확인해야 했다.

"지금부터 대통령 윤석열을 피고인이라고 하겠다"

다소 경직된 모습으로 앉아있던 윤씨는 재판부(형사합의25부)가 들어서자 자리에서 일어나 약 60도 정도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재판장 지귀연 부장판사 : "직업은 전직 대통령이고, 주거가 어떻게 되는가."
윤석열씨 : "서초동, 서초4동 아크로비스타 ○○○호다."

'피고인 윤석열'의 첫 마디였다. 이어 10시 4분, 공소요지 낭독을 시작한 이찬규 검사가 "지금부터 대통령 윤석열을 피고인이라고 하겠다"고 말했다. 30년 가까이 법정 왼편 검사석에 앉아 "피고인은"이라 말해왔던 윤씨의 달라진 처지가 다시금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본인을 피고인이라 지칭하는 후배 검사의 발언을 듣는 65분 내내 윤씨는 착잡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중간중간 윤갑근 변호사와 대화를 나눌 때도 있었지만, 시선은 대체로 아래를 향하고 있었다.

그런데 11시 13분, 마이크를 잡은 윤씨는 돌변했다. 그는 헌재에서처럼 장황하게 자신의 입장을 적극 표명했다. 일장연설이었다.

착잡한 표정의 윤, 직접 마이크 잡자 돌변...42분 발언에도 안 끝나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혐의 첫 형사 재판이 열리는 14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입구가 통제되고 있다. 법원은 지난 11일 밤부터 이날 자정까지 필수업무 차량을 제외한 차량의 출입을 금지하는 등 청사 보안을 강화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혐의 첫 형사 재판이 열리는 14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입구가 통제되고 있다. 법원은 지난 11일 밤부터 이날 자정까지 필수업무 차량을 제외한 차량의 출입을 금지하는 등 청사 보안을 강화했다. ⓒ 사진공동취재단

시작은 공소장 품평이었다. 윤씨는 "검찰 측 모두진술은, 조사된 내용을 쭉 나열식으로 기재한 공소장이라고 본다. 예를 들면 12.12부터 시작해서 5.18과 그해 8월까지 장기간에 걸친 소위 내란 사건에서도 공소장이 그렇게 길지 않다"며 "조서를 거의 공소장에다가 박아 넣은 것 같은 이런 것을 내란으로 구성했다는 것 자체가 참 법리에 맞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윤씨는 검찰 PPT 자료 페이지를 일일이 짚어가며 공소사실을 반박했다. 그는 김용현 장관 등과 지난해 초부터 여러 차례 비상대권, 비상조치 등을 운운하며 비상계엄을 사전 모의했다는 대목을 두고는 "2024년 봄부터 이런 그림을 쭉 그려왔다는 (공소사실) 자체가 정말 참 코미디 같은 얘기"라며 "(12.3 비상계엄은) 평화적인 대국민 메시지"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헌재가 이미 탄핵심판에서 전혀 받아들이지 않은 이야기였지만, 달라진 면모는 없었다.

"계엄과 쿠데타라는 건 완전 다른 거다. 계엄을 갖고 쿠데타, 내란하고 동급으로 얘기하는 자체가 이것은 벌써 법적 판단을 멀리 떠난 게 된다. (중략) 우리 군을 군정과 쿠데타에 활용한다는 것은 한 번도 상상해본 적 없다. 제가 계엄을 선포한 것은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것인데 군정, 쿠데타, 장기집권 이런 게 자유민주주의를 붕괴시키는 것이고. 일시적으로 종북반국가세력을 제거하는 것이라고 해도 일시적인 것에 불과하지 그 후유증과 우리나라 장래를 볼 때 도저히 할 수 없는 짓이다."

윤씨는 또 국회에 군을 투입하되 무력충돌을 피하고자 했다며 "실제 들어간 인원이 15~17명 정도로 알고, 이 사람들도 민간인들과의 충돌을 피해서 계속 도망 다닌 걸로, 영상이 전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12월 3일 밤 당시 국회에서 야당 관계자와 시민 등이 군과 대치하는 상황은 전국민이 생중계로 목격했다. 최근에는 언론사 기자가 특전사 707특임단 대원들에게 케이블타이로 포박당한 사실과 해당 CCTV 영상이 공개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윤씨는 "메시지 계엄이었기 때문에", "(포고령은) 실제 집행될 거라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라는 발언을 이어갔다. 선관위에 군을 투입한 것은 부정선거 음모론을 믿어서가 아니라 "너무 (선거관리)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에 시스템이 어떤 방식으로 가동되는지 스크린하라고 보냈다"는 말도 반복했다.

여기까지 발언한 시간만해도 총 42분에 달했지만, 그의 발언은 아직 남아있었다. 파면 당한 전직 대통령은 여전했다.

재판부는 우선 오전 재판을 중단하고 오후에 윤씨의 의견 진술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이후 조성현 수방사 제1경비단장과 김형기 특전사 1특전대대장의 증인신문을 진행할 예정이다.

한편 지귀연 부장판사는 재판 초반부에 "언론사의 법정 촬영 신청 2건이 제출됐는데 너무 늦게 제출돼서 재판부가 피고인의 의견을 묻는 절차를 할 수 없어 기각했다""추후 재신청되면 여러 사항을 검토해서 허가 여부를 판단하도록 하겠다"고 공지했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첫 형사재판이 열리는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앞에서 지지자들이 ‘윤어게인’ ‘탄핵무효’ 등을 외치고 있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첫 형사재판이 열리는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앞에서 지지자들이 ‘윤어게인’ ‘탄핵무효’ 등을 외치고 있다. ⓒ 권우성

#윤석열#내란우두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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