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10일 오후(현지시각) 미국 미시간주 랜싱 주청사에서 그레첸 휘트머 미시간 주지사와 만나 양 지역 간 ‘자동차산업 상생을 위한 협의체’ 구축 등 자동차 부품관세에 공동 대응하기 위한 4개 항에 합의했다. ⓒ 경기도
대선 출마 선언 후 '관세외교'를 위해 미국을 방문 중인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그레첸 휘트머 미시간 주지사와 만나 양 지역 간 '자동차산업 상생을 위한 협의체' 구축에 합의했다. 또한 한국 부품기업과 미시간주 소재 완성차 3사(GM·포드·스텔란티스) 간 대화채널도 개설하기로 했다.
경기도와 미시간주 간의 협의체 구축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전쟁에 대응하는 한미 최초의 지방정부 간 전략적 연대 기구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에 따라 양국 자동차 기업 상생을 위한 정보 공유, 기업 애로사항의 실시간 대응 등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김동연 지사는 10일 오후(현지 시각) 미시간주 랜싱 주청사에서 휘트머 주지사를 만나 "(양국 기업 간) 정보교환이 대단히 중요하다"면서 중재를 요청했고, 이에 휘트머 주지사는 "정보교환의 통로를 만드는데 역할을 하고 싶다"면서 적극 호응했다.
김 지사와 휘트머 주지사는 이날 자동차 부품관세에 공동 대응하기 위한 양 지역 간 협의체 구축과 함께 대화채널 개설, 미시간주 진출한 한국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 확대, 경기도 주최 '미래 모빌리티 테크쇼'에 미 완성차 기업 참여 등 4개 항에 합의했다.
김동연 "트럼프의 관세부과는 세계 경제에 대한 자해행위" 지적하며 4개 항 제안
강민석 경기도 대변인은 "4개 항은 김동연 지사가 제안한 내용을 휘트머 주지사가 적극 동의한 결과"라며 "신속한 실무협상을 통해 구체화해 나가기로 했다"고 전했다.
강민석 대변인은 특히 "오늘 회담을 계기로 관세대응을 위해 '두 개의 채널'이 확보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나는 양국 자동차산업의 상징적 지역인 경기도와 미시간주 지방정부 간, 다른 하나는 한국과 미국의 기업 간(경기도 부품기업과 GM·포드·스텔란티스)이다. 대화채널이 현실화하면 한국 기업들도 직접 참여해 정보를 얻는 길이 열릴 수 있다는 게 강 대변인의 설명이다.
경기도는 국내 완성차(현대차, 기아차, 한국GM 등 6개사)에 납품하는 부품사가 전국의 23%에 달한다. 미시간주는 완성차 3사(GM·포드·스텔란티스)가 자리 잡고 있는 자동차 산업의 메카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10일 오전(현지시각) 미국 미시간주 코트라 디트로이트 무역관에서 현지 한국 부품 기업, 전문가 등과 함께 자동차 부품 관세 민관 공동대응 라운드테이블을 열었다. ⓒ 경기도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10일 오전(현지시각) 미국 미시간주 코트라 디트로이트 무역관에서 현지 한국 부품 기업, 전문가 등과 함께 자동차 부품 관세 민관 공동대응 라운드테이블을 열었다. ⓒ 경기도
김동연 지사는 이날 휘트머 주지사에게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부과는 세계 경제에 대한 자해행위다. 미국 경제에도 관세가 초래할 물가 상승과 실직 등으로 인해 절대로 지속 가능하지 않다"면서 4개 항을 제안했다. 김 지사는 또 한국 기업의 애로 사항을 전달하면서 4개 항과 별도로 "경기도의 자체적인 기업지원 계획을 조만간 편성할 추가경정예산안에 반영할 것"이라며 자동차산업을 지키겠다는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이에 휘트머 주지사도 "관세는 (예리한 도구가 아닌) 뭉툭한 도구"라며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없고, 오히려 중요한 동맹관계가 위기에 처하게 된다"고 화답했다. 그러면서 "(김 지사가) 네 가지 포인트를 명확히 짚어줬다. 정보교환과 플랫폼이 너무 중요함을 잘 알고 있다. 우리 둘의 의견이 일치한다"면서 미 완성차 3사와 국내 자동차 부품기업과의 연결 및 유치 노력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국내 부품업체가 간곡히 요청한 '대화채널 개설'
한국 부품기업과 미시간주 소재 완성차 3사(GM·포드·스텔란티스) 간 대화채널을 개설하기로 한 것은 국내 부품업체 관계자들이 김동연 지사에게 간곡히 도움을 청했던 내용이다.
지난달 31일 평택항에서 열린 '자동차 수출기업 현장간담회'에서 미시간주 소재 완성차 3사에 자동차부품을 수출하는 업체 임원 A씨는 "100억 가까운 관세를 물게 되면 저희는 도산할 수밖에 없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인데 대책은 전무한 실정"이라며 "경기도에서 나서준다면, 포드라든지 스텔란티스와 우리 업체들 대표가 관세 협상을 할 수 있는 창구라도 만들어주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꼭 부탁드린다"고 간절히 호소했다.
김동연 지사가 이 문제를 거론하면서 중재를 요청하자, 휘트머 주지사는 공감의 뜻을 표했다. 대화채널이 개설되면 국내 기업과 미국 완성차 간 납품가격 협상, 납품조건 등의 민감한 이슈 해결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 지사는 또 미시간주에 진출한 한국 자동차부품 기업 등에 대한 투자 확대, 초기 투자 시 금융-세제 지원 등 인센티브 확대를 요청했고, 휘트머 주지사는 역시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마지막으로 김동연 지사는 올해 경기도가 주최하는 '미래 모빌리티 테크쇼'(미시간주 개최 예정)에 대한 행사를 소개하고, 미 완성차 기업의 참여를 요청했다. 이 행사는 유망한 한국의 부품사들이 다수 참여하기로 예정돼 있다. 김 지사의 요청에 휘트머 주지사는 동의하고 역할을 다짐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10일 오전(현지시각) 미국 미시간주 코트라 디트로이트 무역관에서 현지 한국 부품 기업, 전문가 등과 함께 자동차 부품 관세 민관 공동대응 라운드테이블을 열었다. ⓒ 경기도
미시간주 진출 국내 기업인들 '정보 갈증' 호소
휘트머 주지사와의 회담에 앞서 김동연 지사는 미시간주에 진출한 국내 자동차 부품기업 8개사 관계자들을 만났다. 현대모비스, 넥센타이어, 엘에스 오토모티브, 엘에스 이모빌리티 솔루션, 한세모빌리티, 디엔 오토모티브, 비에이치이브이에스 미국법인장 등이다.
참석자들은 "어제 오늘이 다르고, 자고 일어나면 상황이 또 바뀐다"면서 불확실한 상황과 부족한 정보를 가장 시급한 문제로 꼽았다.
한 기업인은 "코로나 사태, 물류대란 등을 다 겪었지만, 이번은 위기감을 넘어 (아무것도 모르니) 오히려 차분해질 정도의 충격"이라며 관세폭탄에 대응할 방법이 사실상 없다는 점을 역설했다.
이에 김동연 지사는 "휘트머 주지사를 만나면 최대한 기업인들의 애로사항을 전달하고, 반영시키도록 하겠다"고 약속했고, 이를 행동에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