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통령경호처, 관저 입구 버스-철조망 저지선 구축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국가수사본부의 2차 체포영장 집행이 임박한 가운데, 대통령 경호처가 1월 14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입구에 버스와 철조망 등으로 저지선을 구축했다. ⓒ 유성호
2025년 4월 11일은 나에게 중요한 날이었다. 12.3 비상계엄 내란 행위 대응에서 탈출하여, 밀려 있는 급한 일을 하는 날로 정해놨다. 그런데 다시 글을 써 대응할 일이 생겼다.
어제(10일) 경호처 직원들이 용기를 내어서, 경호처 김성훈 차장, 이광우 경호본부장 등 수뇌부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권한행사 중지를 청원하는 취지의 연판장을 돌린다는 기사를 봤다. 감사할 일이다.
그런데 연판장 작성을 "금지되는 공무원의 집단행위"로 고발해 형사처벌하겠다는 등의 언사로 찍어내리려는 시도가 김성훈 차장 등에 의하여 자행되고 있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형사법을 주로 담당하는 나를 위한 외면할 수 없는 또 하나의 주제가 던져졌다.
경호처 직원들이 누구인가. 윤석열 전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저지라는 부당 지시를 거부하여, 그 소극적 저항으로 대한민국을 유혈 내전 사태의 위기에서 구해낸 영웅들이 아닌가. 나는 그 용기와 희생을 잊지 않고 있다.
그들은 다시 '부당 지시 거부'에 나섰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이 임박한 가운데 1월 14일 오전 8시 30분경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경호처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줄지어 나오고 있다. ⓒ 권우성
법령과 판례를 살펴보자. 국가공무원법상 집단 행위는 금지될 뿐만 아니라,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형사 처벌까지 되는 범죄 행위이다.
[국가공무원법]
제66조(집단 행위의 금지) ① 공무원은 노동운동이나 그 밖에 공무 외의 일을 위한 집단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다만, 사실상 노무에 종사하는 공무원은 예외로 한다.
제84조의2(벌칙) 제44조·제45조 또는 제66조를 위반한 자는 다른 법률에 특별히 규정된 경우 외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공무원이 헌법과 법률에 따라 여러 직무상 의무를 부담하고 있고 일정한 집단행동이 경우에 따라 그 의무 수행에 장해가 될 수도 있음을 고려한 규정이다.
그러나 동시에 공무원 또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 등을 비롯한 기본권을 누린다. 판례는 이런 난관을 고려하여 "공무 외의 일을 위한 집단행위"의 범위를 합리적으로 제한하는 아래와 같은 법리를 내놓고 있다.
국가공무원법 제66조 제1항 본문에서 '공무 외의 일을 위한 집단행위'라고 다소 포괄적이고 광범위하게 규정하고 있다 하더라도, 이는 공무가 아닌 어떤 일을 위하여 공무원들이 하는 모든 집단행위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는 헌법 제21조 제1항, 공무원 및 교원에게 요구되는 헌법상의 의무 및 이를 구체화한 국가공무원법의 취지, 국가공무원법상의 성실의무 및 직무전념의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공익에 반하는 목적을 위한 행위로서 직무전념의무를 해태하는 등의 영향을 가져오는 집단적 행위'라고 해석된다(대법원 1992. 2. 14. 선고 90도2310 판결, 대법원 2005. 4. 15. 선고 2003도2960 판결 등 참조).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되어 서울구치소에 수감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월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3차 변론에 출석하는 가운데, 김성훈 경호처장이 밀착 경호를 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이번에
경호처 직원들이 김성훈 경호처 차장 등의 전횡을 이유로 그 권한행사 중지를 청원하는 연판장을 돌리는 것은 '공익에 반하는 목적을 위한 행위로서 직무전념의무를 해태하는 등의 영향을 가져오는 집단적 행위'일까? 하나하나 따져보자.
첫째, 경호처 직원들의 연판장 작성은 '공익에 반하는 목적을 위한 행위'인가. 아니다. 그 반대다.
김성훈 차장 등의 전횡은 심각하다. 내란죄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저지라는 특수공무집행방해, 직권남용 등의 범죄 행위를 저질러 수사를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경호처 직원들에게 위와 같은 범죄 행위를 저지르라는 부당 지시를 했다.
이에 더하여 이러한 부당 지시를 거부한 경호처 직원에게 부당한 불이익을 주었고, 최근에는 부당 지시에 반대하는 의견을 낸 경호처의 남아무개 부장을 해임하는 징계 절차를 진행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에 그 해임을 제청하기까지 했다. 이러한 김성훈 차장 등의 전횡을 못 견디어 침묵하지 않고, 방관하지 않고, 그 직무집행의 중지를 요청하는 연판장을 돌리는 것은 오히려 지극히 공익에 부합하는 목적을 위한 행위이다.
징계 대상자가 징계 제청? 한덕수, 김성훈에 동조할 건가

▲윤석열즉각퇴진 사회대개혁 비상행동 주최로 2월 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열린 '비화폰 의혹, 경호처 강제 수사 방해' 검찰의 진상규명 방해 규탄 및 특검법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비화폰, 수사방해 의혹 규명! 경호처 비호 수사방해 중단! 경호처 수사방해 검찰 규탄! 내란특검법 즉각 제정!" 등을 촉구하고 있다. ⓒ 이정민
둘째, 경호처 직원들의 연판장 작성은 직무전념의무를 해태하는 등의 영향을 가져오는 행위가 아니다. 장래의 추가적인 부당지시를 방지하고, 부당지시를 거부한 경호처 직원을 징계·해임하는 것을 막지 못한다면 경호처 직원들은 헌법과 법률에 따른 직무수행에 전념하기가 더 어려울 것이다.
이번 연판장 작성은 오히려 직무에 전념하고자 하는 경호처 직원들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연판장은 지극히 타당하고, 금지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권장되어야 할 집단행동이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김성훈 경호처 차장의 말도 안되는 남아무개 부장에 대한 해임 제청을 받아들여서는 안된다. 반대로
경호처 직원들의 연판장에서의 권한행사 중지 청원을 바로 수용해야 한다.
김성훈 경호처 차장, 이광우 경호본부장과 같이 체포영장 집행 저지 등으로 특수공무집행방해죄, 직권남용죄를 저지른 경호처 수뇌부를 직무에서 배제하고, 즉시 징계해야 한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남아무개 부장에 대한 해임 제청을 받아들인다면, 이는 헌법과 법치주의에 대한 정면 도전이며 내란 동조 행위이다. 즉각 탄핵소추하여 파면해야 한다.
경호처 직원들의 연판장을 돌리는 용기에 지지를 보낸다. 헌법과 법률에 따라 직무를 수행하는 것이 공무원의 임무이다. 사람에게 충성해서는 안된다. 내란죄로 기소되고 탄핵으로 파면된 윤석열 전 대통령이라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마라. 국가와 국민에게 충성하는 것이 대통령실 경호처 직원이 공무원으로서 가져야 할 참된 덕목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차성안 서울시립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형사법)는 전직 판사이자 육군종합행정학교 군형법 교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