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파면'으로 조기 대선 정국이 열렸습니다. 전문가들의 자발적인 모임인 '지속가능한 우리 사회를 위한 온라인 포럼'이 차기 정부 혁신과제를 연속 기고합니다. 이 제안은 오마이뉴스와 굿모닝충청에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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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전력산업은 지난 수십 년간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라는 주요 목표를 달성해왔지만, 급변하는 에너지 환경 속에서 새로운 도전과 기회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탄소중립 목표, 재생에너지 확대, 그리고 기술 혁신은 기존의 독점적이고 중앙집중화된 전력산업 구조가 변화해야 할 필요성을 강하게 제기하고 있습니다. 전력산업 자유화는 이러한 변화를 수용하고 효율성과 혁신을 촉진하기 위한 핵심 전략입니다.
1. 전력산업 분할
현재 한국 전력산업의 구조는 발전 부분에 민간 사업자가 참여하고 있지만 사실상 발전, 송전, 배전, 판매가 하나의 공기업(한국전력공사)에 의해 수직적으로 통합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수직통합구조는 효율성을 저해하고 시장 경쟁을 제한하는 주요 원인으로 지적됩니다. 따라서 전력산업 분할은 자유화의 첫 번째 단계로, 각 부문의 독립성과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중점을 두어야 합니다.
▲ 발전 부문 : 기존 발전 사업을 여러 독립된 발전회사로 분리해 경쟁을 촉진하고, 민간 발전사업자의 진입 장벽을 낮추고 재생에너지 분야 투자를 장려하고, 분산형 발전 시스템을 활성화하여 지역 전력수급의 자율성을 강화하여 송전 부담을 줄여야 합니다.
▲ 송전 부문 : 송전망은 전력공급의 핵심 기반으로, 공공성을 유지하며 독립적으로 운영되어야 합니다. 송전 부문은 안정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전력 전송을 보장하며, 국가 차원의 에너지 안보와 효율적인 전력거래를 지원해야 합니다.
▲ 배전 부문 : 배전 부문은 지역별 전력망의 효율적 운영을 담당하며, 다양한 배전사업자가 등장해 경쟁을 통해 효율성과 서비스 품질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 판매 부문 : 전력판매 자유화를 통해 소비자가 전력 공급자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여 경쟁을 촉진하고 서비스 품질을 향상시킵니다. 판매 부문은 배전 부문과 연계하여 소비자와의 접점을 강화하고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여야 합니다.
2. 비규제 전력시장 도입
비규제 전력시장은 전력산업 자유화의 핵심 요소 중 하나로, 시장 참여자 간의 공정한 경쟁을 촉진하고 전력공급의 효율성을 극대화합니다.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 전력 도매시장 강화 : 발전회사 간 경쟁을 촉진하고, 발전단가와 전력공급의 투명성을 높입니다. 이를 위해 실시간 전력거래시스템과 같은 첨단 기술 기반의 시장 구조가 필요합니다.
▲ 소매시장 활성화 : 소비자가 전력 구매를 통해 가격과 서비스 품질을 비교 선택할 수 있도록 소매 시장을 개방합니다. 이를 통해 시장 경쟁이 소비자 혜택으로 연결되도록 해야 합니다.
▲ 재생에너지 시장 연계 및 보조서비스 시장 도입 : 재생에너지 발전의 변동성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전력망 안정성을 강화할 수 있는 시장 메커니즘을 구축해야 합니다. 주파수 조정, 부하 조정, 예비전력 제공 등 보조서비스를 포함하여, 에너지저장시스템 및 수요반응과 같은 신기술 기반 자원의 참여를 장려해야 합니다.
3. 전력판매 자유화
전력판매 자유화는 소비자 선택권을 확대하고, 시장 경쟁을 통해 서비스 혁신과 비용 절감을 유도합니다. 특히 다음과 같은 요소가 강조돼야 합니다.
▲ 소비자 선택권 강화 : 소비자들이 가격, 서비스 품질, 친환경 전력 공급 여부 등을 기준으로 전력 판매 회사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 신기술 기반 서비스 도입 : AI, IoT 기술을 활용하여 맞춤형 전력 소비 분석, 효율적인 에너지 관리 서비스 등 부가가치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확대합니다.
▲ 공정 경쟁 환경 조성 : 시장 참여자의 불공정 행위를 방지하고, 공정 거래 규범을 철저히 시행합니다.
4. 전력산업 자유화의 성공 조건
전력산업 자유화가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기반이 필요합니다.
▲ 법적·제도적 정비 :
- 전력산업 분할과 자유화를 위한 법률과 규제를 정비하고, 시장 운영의 투명성을 확보해야 합니다.
- 공정거래 규범을 강화하여 시장 참여자 간 불공정 행위를 방지합니다.
▲ 공정하고 안정적인 시장 설계
- 도매 및 소매 시장의 구조를 명확히 설계하고, 가격 투명성을 보장하며 소비자와 사업자 간 신뢰를 구축합니다.
- 실시간 전력거래시스템을 도입해 시장 효율성을 극대화합니다.
▲ 강력한 규제기관의 운영
- 시장규칙을 감독하고 불공정 행위를 방지하는 강력한 규제기관을 동해 시장의 공정성과 안정성을 확보해야 합니다.
- 규제기관은 비 규제 시장에서도 기본적인 질서를 유지하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 공공성과 민간 효율성의 균형
- 자유화 초기에는 가격 급등이나 공급 불안정 같은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공공성을 보완할 수 있는 정책적 장치가 필요합니다.
- 취약 계층에 대한 에너지 접근성을 보장하기 위한 안전망을 구축합니다.
- 공공성과 민간 효율성을 조화롭게 유지하여 소비자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균형을 맞춥니다.
5. 미래를 향한 비전
한국 전력산업 자유화는 단순한 구조 변화에 그치지 않고, 지속가능하고 혁신적인 에너지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기여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소비자는 더 나은 서비스를 누리고, 기업은 새로운 성장 기회를 찾으며, 국가는 탄소중립 목표를 실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제는 전력산업의 변화를 주저할 시간이 아니라, 과감하고 체계적인 혁신으로 나아갈 때입니다.
[참고 자료] 해외 사례에서는 전력산업 자유화가 긍정적인 효과를 발휘한 경우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모두 있습니다. 주요 국가들의 사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긍정적 사례]
① 영국
- 영국은 1990년대 초에 전력산업 자유화를 추진하며 발전 부문 민영화, 송배전 분리, 도매 시장 도입을 시행했습니다.
- 성과: 경쟁을 통한 효율성 증대와 전력 요금 하락이 이루어졌으며, 재생에너지 확대와 같은 혁신적인 변화도 함께 추진되었습니다.
- 주요 교훈: 강력한 규제기관인 오프젬(Ofgem)을 통해 시장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공공성을 유지했습니다.
② 노르딕 국가들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덴마크)
- 1990년대 초반에 전력시장을 자유화하고 Nord Pool 전력거래소를 설립하여 지역 간 전력 거래를 활성화했습니다.
- 성과: 전력 거래 효율성과 공급 안정성을 동시에 달성했으며, 재생에너지와의 통합이 비교적 원활하게 이루어졌습니다.
- 주요 교훈: 지역 간 협력을 통해 전력 수급의 안정성을 유지하며, 시장 투명성을 극대화했습니다.
③ 호주
- 호주는 전력 도매 시장(National Electricity Market, NEM)을 설립하고 발전과 송배전을 분리하여 자유화를 추진했습니다.
- 성과: 경쟁 도입으로 발전 비용 절감과 일부 지역의 전력 요금 인하가 이루어졌습니다.
- 주요 교훈: 대규모 시장 통합을 통해 비용 절감 효과를 극대화했습니다.
[도전 과제 및 부정적인 사례]
① 미국 (캘리포니아)
- 1990년대 후반 캘리포니아는 전력산업 자유화를 추진했지만, 전력 공급 부족과 가격 급등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 원인: 시장 설계의 미비, 규제 부족, 발전 사업자들의 시장 조작 등으로 인한 실패.
- 교훈: 시장 설계와 규제는 안정적이고 공정한 운영을 위해 필수적이라는 점이 강조되었습니다.
② 일본
- 2000년대 이후 단계적으로 전력 자유화를 추진했지만, 동일본 대지진(2011) 이후 에너지 수급의 불안정성과 소비자 혜택 부족 문제가 제기되었습니다.
- 도전: 자유화와 동시에 안정적 전력 공급을 위한 공공성과 민간 효율성 간 균형을 맞추는 데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시사점]
한국은 자유화를 추진하면서 성공적인 사례에서 얻은 교훈(시장 설계, 공공성과 민간 효율성의 균형, 강력한 규제기관 필요성)을 반영하고, 실패 사례에서 나타난 문제점(시장 설계 부족, 공급 안정성 문제)을 철저히 방지해야 합니다. 특히, 초기 단계에서 송배전망의 공공성 유지와 강력한 규제 기관 설립은 필수적입니다.
강력한 규제기관의 운영과 비규제 전력시장 도입은 서로 모순되는 개념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상호 보완적인 역할을 합니다. 이를 다음과 같이 설명할 수 있습니다:
① 강력한 규제기관의 역할:
- 규제기관은 전력시장이 공정하고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시장 규칙을 설정하고, 준수를 감독합니다.
- 비규제 전력시장에서의 "비규제"는 정부의 직접적 개입 없이 시장 참여자 간의 경쟁을 의미하지만, 규칙과 질서가 없는 상태를 뜻하지는 않습니다.
- 규제기관은 특히 초기 자유화 단계에서 시장 설계와 운영 안정성을 보장하며, 시장 참여자 간 불공정 행위를 방지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② 비규제 전력시장의 운영 필요성:
- 비규제 전력시장은 시장 참여자 간 자유로운 경쟁을 촉진함으로써 효율성과 혁신을 유도합니다.
- 규제기관은 이러한 비규제 시장의 기본 구조(예: 도매 시장, 소매 시장)와 투명성을 보장하며, 시장이 혼란 없이 발전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③ 공생적 관계:
- 규제기관은 시장이 안정성과 공공성을 유지하며 작동할 수 있도록 시장 규칙을 관리합니다. 이 과정에서 지나친 개입은 줄이고, 시장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 성공적인 비규제 전력시장 운영 사례는 모두 강력한 규제기관이 투명하고 공정한 시장 환경을 구축한 국가들에서 나타났습니다(예: 영국의 오프젬, 노르딕의 Nord Pool).
따라서, 강력한 규제기관과 비규제 전력시장은 적절한 역할 분담을 통해 경쟁의 혜택과 시장 안정성을 모두 확보할 수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김대경씨는 아시아개발은행 컨설턴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