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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전 놀이는 삼월 삼짇날이면 겨울 동안 집안에 갇혀 있던 여인들이 산이나 들, 경치 좋은 곳을 찾아 진달래 꽃을 따서 화전을 부쳐 먹으며 봄날을 즐겼다는 우리나라 전통으로 내려오는 풍습이다. 이날 만큼은 집에서 외출이 자유롭지 못했던 여인들도 자연 속에서 봄의 정취를 만끽하며 하루를 즐겼다고 전해 온다.

예전 우리 조상들은 절기를 생활 속에 접목하고 살아왔다. 돌이켜보면 선조들의 삶이 지혜롭고 운치 있다. 나는 차를 마시기 시작하면서 계절을 즐기는 여러 가지 방법을 알게 되었고 그 후부터는 매년 진달래가 피면 화전을 부치고 차를 마시는 여유와 운치를 즐긴다. 진달래 꽃은 개화와 낙화 기간이 짧은 꽃이라서 마음을 졸이며 개화를 기다린다.

봄은 왔건만 남편은 공원 산책 가는 일이 드물어 마음이 초조하였다. 진달래가 피었다고 하는 말을 들으면서 나는 마음이 바빠진다. 어제는 남편과 함께 몇 개월 만에 공원 산책을 나갔다. 진달래 꽃을 만날 생각에 마음이 설렌다. 꽃은 지지 않고 있을까, 그게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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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진달래 꽃을 만나는 나만의 장소가 있다. 산책길 옆 높지 않은 산등성이다. 꽃에 아무 관심이 없는 남편은 혼자서 앞서 가시고 나는 산등성이로 올라가서 진달래 꽃을 땄다. 쌀 가루는 미리 방앗간에서 사다 놓았기에 바로 화전을 부칠 준비가 되어 있다.

집에 와서 점심을 먹은 후 남편과 함께 꽃 손질을 한다. 노부부는 꽃을 손질하면서 꽃 같은 마음이 된다. 이런 날이 얼마나 이어질까. 마냥 감사하고 소중한 시간이다. 나이 들면 무엇을 하고 놀아야 하나 늘 고심이다. 그러나 남편은 나의 소꿉장난 같은 놀이에 언제나 동참을 하고 함께 즐긴다.

진달래 수술 제거하기 진달래 수술 제거하기 화전을 부치기 위해 꽃 술을 제거 합니다.
진달래 수술 제거하기진달래 수술 제거하기 화전을 부치기 위해 꽃 술을 제거 합니다. ⓒ 이숙자

화전을 부치려면 꽃잎이 싱싱한 걸 골라야 하고 수술은 제거를 해야 한다. 수술은 먹는 게 아니고 화전 위에 올려 있으면 지저분하기 때문이다. 팔십이 넘은 노부부는 앉아서 진달래 꽃술을 따면서 봄놀이를 한다. 좀 더 세월이 흐르면 눈물이 찡 하도록 오늘이 그리울 것이다.

찹쌀을 반죽하고 동그랗게 팥죽 새알처럼 만드는 일도 남편 몫이다. 화전은 부치는 과정이 빠른 시간을 요하기에 혼자서 하기는 힘에 부친다. 화전을 부쳐내면 꿀을 바르는 것도 남편 몫이다. 우리는 손이 잘 맞는다. 화전을 부치면서 뜨거울 때 호호 불어 가며 한 입 먹는 것도 특별한 맛이다.

진달래 화전 진달래 화전 진달래 꽃을 따다가 화전을 부칩니다.
진달래 화전진달래 화전 진달래 꽃을 따다가 화전을 부칩니다. ⓒ 이숙자
진달래 화전 진달래 화전 진달래 꽃으로 화전을 부칩니다.
진달래 화전진달래 화전 진달래 꽃으로 화전을 부칩니다. ⓒ 이숙자

화전을 다 부치면 사진을 찍어 카톡 가족방에 올인다. 화전을 먹는 날이면 우리 부부는 마치 봄을 내 안에 들이는 것 같다. 세상사 사는 것이 어렵더라도 잠시 시름을 내려놓고 진달래 화전과 함께 봄맞이를 한다. 그리고 기다림 뒤에 알게 되는 일상이 진정한 기쁨을 가져다준다는 걸 깨닫곤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기자의 개인 브런치에도 실립니다.소소한 일상을 자연에 찾으며 즐기며 사는 노 부부의 일상 이야기.


60대 이상 시민기자들의 사는이야기
#봄#진달래#화전#추억#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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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는 설원 이숙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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