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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위원회 제7차 전체 회의 개회하는 이진숙 위원장  이진숙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26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방통위 제7차 전체 회의에 참석해 의사봉을 두드려 개회를 알리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 제7차 전체 회의 개회하는 이진숙 위원장 이진숙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26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방통위 제7차 전체 회의에 참석해 의사봉을 두드려 개회를 알리고 있다. ⓒ 연합뉴스

방송통신위원회 '2인 체제(이진숙, 김태규)'가 중대 기로에 섰다.

서울행정법원이 'EBS 사장 임명 효력정지'를 인용하면서 방통위 2인 의결 사안은 줄줄이 패소라는 결과를 받아 들고 있다. 이에 따라 2인 체제에서 밀어붙이는 지상파 재허가 심사 등도 정당성을 주장하기 어려운 것으로 전망된다. 향후 방통위가 2인 의결을 강행해도, 막대한 소송비만 부담한 채 패소할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다.

지난 7일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는 김유열 전 EBS 사장이 방송통신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EBS 신임 사장 임명 집행 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이에 따라 지난달 2명의 대통령 추천위원(이진숙, 김태규)이 임명한 신동호 사장은 사장 권한 일체를 행사할 수 없게 됐고, 향후 사장 임명 처분 취소 소송 결과에 따라 복귀 여부가 결정된다.

법원은 이번 판결 과정에서 '방통위 2인 체'의 절차적 정당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판결문에서 "2인의 재적위원이 신동호를 EBS 사장으로 임명...(중략)... 이 사건 처분에 절차적 하자가 없다는 점이 충분히 소명되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면서 "방통위법은 의사결정이 위원 간의 토론과 협의를 통하여 실질적으로 기능하는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 이루어질 것을 전제하고 있다"고 했다.

이번 판결로 법원이 방통위 2인 체제 의결을 위법으로 본다는 일관된 입장 또한 재확인됐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 3월 방통위 2인 체제에서 임명한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에 대한 효력정지 신청과 관련해 심리불속행 결정을 내리면서 방통위 패소를 확정했다.

앞서 1심과 2심이 효력정지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상임위원 5인 중 3인이 결원인 상태에서 2인 체제로 결정한 이 사건 임명 처분은 방통위법이 이루고자 하는 입법 목적을 저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라며 2인 체제 위법을 지적했는데, 대법원도 이를 인정한 것이란 평가다.

지난해 12월 서울행정법원 행정 8부 역시 MBC의 '윤석열 검증 인용' 보도에 대한 방통위 행정제재 취소 판결을 하면서 "합의제 행정기관의 본질적 개념 표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했고 같은해 10월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도 MBC 과징금 처분 취소 판결을 내리면서 "2인으로 구성된 방통위는 법상 정원인 5인의 절반에도 미치지 않으며, 이는 합의제 행정기관으로서의 본질적 개념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와 함께 법원은 방송통신위원회가 방송사에 내린 법정제재 29건에 대해서도 모두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하면서 방송사 손을 들어줬다.

물론 지난해 법원이 'KBS 이사 임명 처분 효력정지 신청'을 기각한 점을 들어, '2인 체제 위법'을 완전히 인정한 게 아니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KBS 이사 임명의 경우, 최종결정권자가 방통위가 아니라는 점에서 기존 판결과 차이가 있다.

최종 결정권이 대통령에게 있기 때문에, 법원이 '2인 체제' 문제만으로 제동을 걸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방통위 손을 들어준 법원 역시 "추천 의결은 방송법상 한국방송공사 이사의 임명권자인 피신청인 대통령에게 임기만료 예정자의 후임자를 천거하는 행위일 뿐"이라고 명시했다.

 발언에 나선 이호찬 언론노조 위원장은 이진숙 방통위원장과 김태규 방통위 부위원장을 향해 공정성·공익성을 심판할 자격이 없다고 강하게 일갈했다.
발언에 나선 이호찬 언론노조 위원장은 이진숙 방통위원장과 김태규 방통위 부위원장을 향해 공정성·공익성을 심판할 자격이 없다고 강하게 일갈했다. ⓒ 임석규

현재 방송통신위원회는 MBC, KBS, SBS 등 지상파 방송사에 대한 재허가 재승인 심사를 추진하고 있다. EBS 사장 패소 판결에도 이진숙 위원장과 김태규 부위원장은 방송사 재허가 심사를 강행할 가능성이 크다. 언론계는 MBC 등 윤석열 비판 언론사에 대한 표적 심사가 이뤄질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앞선 법원의 판결을 볼 때 방통위의 재허가 심사 결과가 소송으로 이어질 경우, 방통위가 패소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한상희 건국대 교수는 "잇따른 2인 체제 결정은 법원 판결을 대한민국 행정부가 부정하는 것과 다름없다"면서 "앞으로 2인 체제 의결을 강행하는 무리수를 둘 경우, 소송에서 패소하는 것은 물론 행정부의 사법권 침해라는 거대한 논란으로 번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판결을 하는 법관 입장에서도 법원 판결이 부정당하고 있다고 인식할 것"이라며 "향후 소송전에서도 법원이 방통위 쪽 손을 들어줄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본다"고 밝혔다.

손지원 오픈넷 변호사는 "법원 결정이 2인 체제의 절차적 위법성을 인정하는 쪽으로 기울고 있고, 법원이 EBS 사장 등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이는 것도, 본안에서 절차적 위법성이 중대한 문제로 다뤄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 결정으로 볼 수 있다"면서 "이렇게 판례가 쌓이고 있는데도 의결을 강행한다면, 향후 공무원의 고의 혹은 중과실을 적용해 국가손해배상 책임까지 묻는 사례로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E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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