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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일 오후 7시 서울 구로구 민주노총 서울본부에서 이주노동자평등연대가 주최한 '4.2 구로구청장 보궐선거 극우 자유통일당 후보 32% 득표, 진단과 대응을 위한 긴급 집담회'가 열렸다.
7일 오후 7시 서울 구로구 민주노총 서울본부에서 이주노동자평등연대가 주최한 '4.2 구로구청장 보궐선거 극우 자유통일당 후보 32% 득표, 진단과 대응을 위한 긴급 집담회'가 열렸다. ⓒ 유지영

2일 구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자유통일당 이강산 후보의 32% 득표에 대해 '이주민 혐오를 바탕에 둔 극우 정치의 약진이 앞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특히 구로구청장 동별 득표율을 분석한 결과 교회가 있는 일부 동에서 자유통일당 이강산 후보의 득표율이 높거나 심지어 더불어민주당 장인홍 후보를 역전하는 현상도 발견됐다.

자유통일당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를 주축으로 해 만들어진 기독자유당을 전신으로 하는 기독교 극우 성향의 정당이다.

7일 오후 7시 서울 구로구 민주노총 서울본부에서 '4.2 구로구청장 보궐선거 극우 자유통일당 후보 32% 득표, 진단과 대응을 위한 긴급 집담회'가 열렸다. 주말 사이에 급하게 논의돼 열린 '긴급 집담회'였지만 구로구 주민들과 고등학생·대학생들까지 20여 명이 모여 주제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여주었다.

집담회에서는 '다문화 감수성'이 부재한 한국 사회에서 향후 극우 정치의 주류화는 구로구만의 문제가 아니며 그에 맞서는 진보 정치가 부재하다는 이야기가 오갔다. 다만 이날 집담회에 참석한 구로구 주민인 박승호씨는 "이 후보의 득표율은 비상 계엄 이후 예외 상태에서 가능했고, 다시 선거를 한다면 이 정도 득표율은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내기도 했다.

"이주민 배제 논리가 정당성 확보해 정치적 의제된 것"

 4·2 재보궐선거에서 서울 구로구청장 선거에 출마한 이강산 자유통일당 후보는 지난 25일 유튜브 채널 '고성국TV'에 출연했다. 썸네일 등에는 "구로 불법체류자 청소 나선다!" 등의 문구가 강조됐다.
4·2 재보궐선거에서 서울 구로구청장 선거에 출마한 이강산 자유통일당 후보는 지난 25일 유튜브 채널 '고성국TV'에 출연했다. 썸네일 등에는 "구로 불법체류자 청소 나선다!" 등의 문구가 강조됐다. ⓒ Youtube '고성국TV'

집담회에서 먼저 말문을 연 책 <구로동 헤리티지>의 저자 박진서씨는 "대부분 민주당 후보의 당선을 예측했고, 정국도 여당에 불리한 상황이라 2위에 주목하지 않는다. 그러나 32%라는 이강산 후보의 득표율이 얼마 되지 않아 보여도 전체 유권자의 8%고 비례 의석으로는 2석이나 나오는 높은 득표율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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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씨는 "이 투표 결과가 무서운 이유는 여기서 고무돼 2026년 지방선거나 2028년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구로를 발판으로 (극우 정치를) 해보려는 시도가 이어지지 않을까 싶은 것"라면서 "국민의힘이 나오지 않는 선거에서 유권자들이 극우 정당으로 갈아탄다는 반증"이라고 지적했다.

이강산 후보의 공약 중 '중국인 밀집 지역 개봉역을 '을지문덕역'으로 변경', 'AI 기술을 활용해 외국인 불법 체류자 색출 후 추방' 등에 대해 언급한 박씨는 "투표한 32%가 모두 공약을 보고 투표하지는 않았겠으나 자유통일당이 전광훈 목사와 극우 세력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것이 알려진 상태에서 투표한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국 사회에 본격적으로 대두한 이주민 혐오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송은정 이주민센터 '친구' 센터장은 "이제는 불법 체류자라는 용어만이라도 사용하지 못하게 막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국가인권위원회나 UN서 '불법'이라는 말을 사람에게 쓰지 말자는 이야기를 하는데 정부나 언론에서 너무 무분별하게 쓰이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다양한 차별 선동을 막기 위해서는 결국 차별금지법 제정이 1차적인 대응 방안이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제호 변호사(구로구 각색모임)는 "코로나19 당시 대림동에 중국과 이주민에 대한 혐오 정서가 휩쓸었는데 이강산 후보의 발언은 그때보다 훨씬 더 위험하다. 질병에 대한 공포를 넘어 이주민을 배제하겠다는 논리가 정당성을 확보한 끝에 정치적 의제로 도출된 것이 아닌가"라면서 "단순한 사회적 낙인이나 차별적 인식을 넘어 명백한 혐오나 배제, 공동체의 파괴로까지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가 된다"라고 밝혔다.

태영호의 '중국 동포 현수막' 이후 4년... 충격적 변화

 7일 오후 7시 서울 구로구 민주노총 서울본부에서 '4.2 구로구청장 보궐선거 극우 자유통일당 후보 32% 득표, 진단과 대응을 위한 긴급 집담회'가 열렸다.
7일 오후 7시 서울 구로구 민주노총 서울본부에서 '4.2 구로구청장 보궐선거 극우 자유통일당 후보 32% 득표, 진단과 대응을 위한 긴급 집담회'가 열렸다. ⓒ 유지영

박동찬 경계인의몫소리연구소 소장은 극우 정치에 대항할 만한 진보 세력의 부재가 심각하다고 진단했다. 박 소장은 "2020년 국회의원 총선거 당시 구로을에 태영호 후보가 출마해 가리봉동이나 구로동에 중국어로 '태영호가 동포들의 권익을 반드시 지키겠다'는 내용의 현수막을 설치했다"라면서 "4년 전까지만 해도 이강산이 내세우는 것과 같은 극우 논리에 (우파 진영이) 동조하지 않고 동포들을 자신의 지지층으로 흡수하려는 경향을 보였다는 거다. 그런데 4년 만에 딴 세상이 돼버린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극우의 대두보다 더 큰 문제는 극우를 대항하고 견제할 만한 진보 세력의 부재"라면서 "(구로구청장 선거에) 더불어민주당, 진보당, 조국혁신당이 나왔는데 이강산 후보의 노골적인 이주민 혐오에 사퇴를 요구하거나 성명서조차 내지 않았고, 이주민들 역시 당사자 세력의 부재로 인해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라고 밝혔다.

구로에서 오랜 시간을 마을 공동체 운동을 해온 권신윤씨(학교너머더큰학교)는 동별 득표율이 나온 표를 들고서 "교회가 있는 수궁동에서는 기독교의 영향으로 이강산 후보의 득표율(46.5%로 44.4%가 나온 더불어민주당 장인홍 후보를 제쳤다)이 더 높았던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시민사회 단체가 많이 몰려있는 구로3동에서는 꾸준히 민주당과 진보 정당의 득표율도 높게 나온다"라고 말했다.

또한 권씨는 "(동별 득표율을 살펴본 바) 이주민 거주자가 많은 지역일수록 원주민들이 혐오 정서를 갖고 이강산 후보의 득표율이 높을 것이라는 상상은 현실로는 드러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관련 기사]
놀라운 자유통일당 득표율...한국 정치의 불안한 현주소 https://omn.kr/2cvdf
자유통일당 후보의 32% 득표율, '최저치'일 수도 있다 https://omn.kr/2cvrt

#구로구청장#자유통일당#국민의힘#보궐선거#이주민혐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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