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성암544년 연기조사가 처음으로 건립. 사성암 사적에 4명의 고승, 즉 원효. 도선국사. 진각.의상이 수도 하였다고 하여 사성암이라고 부르고 있다고 전해진다 ⓒ 문운주

▲구례읍내오산 사성암에서 내려다 본 구례읍내.섬진강과 섬진강대로, 서시천이 지리산과 어울려 아름다운 풍광 연출 ⓒ 문운주
4월 6일 오전 9시. 서둘러 구례로 향했다. 섬진강은 국내 벚꽃 명소 중 하나다. '섬진강 50리 벚꽃길', '동해벚꽃로', 사성암까지 볼 수 있다. 벚꽃은 개화에서 낙화까지 일주일 남짓, 그 짧은 생애만큼이나 찰나의 아름다움을 지닌 꽃이다. 자칫 아름다운 절정의 순간을 놓치기 쉽다.
광주에서 구례까지는 약 한 시간 반, 호남고속도로를 따라 곡성 IC를 빠져나와 섬진강로에 접어들었다. 함께한 세 분의 표정에는 묘한 그리움이 번진다. 추억이 깃든 풍경이다. 곡성섬진강기차마을, 압록을 지나간다. 호남고속도로가 개통되기 전까지 지리산, 순천의 주통로였다.
강 건너로 호곡나루터, 건너골마을이 보인다. 마을을 오가기 위해 나룻배를 타야 했다. 강둑에 밧줄을 매달아 손으로 끌며 배를 움직이였다. 햇살 아래 반짝이며 튀어 오르던 은어떼, 물 반 고기 반이었다. 모두가 까마득한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이야기다.
이야기가 무르익을 즈음, 사성암 입구 주차장에 도착했다. 시계는 오전 10시 반을 가리킨다. 이곳부터는 개인 차량 출입이 통제되어 셔틀버스를 타야 한다. 입구 매표소에서 왕복 티켓을 사고, 대기 중이던 작은 버스에 몸을 실었다.

▲사성암544년 연기조사가 처음으로 건립. 사성암 사적에 4명의 고승, 즉 원효. 도선국사. 진각.의상이 수도 하였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 ⓒ 문운주

▲사성암544년 연기조사가 처음으로 건립 ⓒ 문운주
버스는 오산 산허리를 휘감으며 천천히 올라간다. 도착지에 내리자 좁은 경사길 하나가 절벽을 따라 이어져 있다. 그 끝에 사성암이 바위에 걸쳐 있는 모습이 드러난다. 건물의 일부는 바위 위에 세워졌고, 일부는 아예 절벽을 안고 있다. 그 자체로 자연과 건축이 맞닿는 장면이다.
법당이 절벽 끝 가장자리에 위태롭게 앉아 있다. 아래를 내려다보면 아찔할 정도로 가파른 낭떠러지다. 하지만 이 불안정함 속에서 건축은 완벽한 균형을 이루고 있다.
사성암의 건물 배치는 지극히 지형 순응적이다. 바위를 깎거나 뚫는 대신, 형태 그대로에 건물을 얹은 듯한 모습이다. 지붕은 낮고, 마당은 좁다. 전체적으로 공간은 압축되어 있지만, 시야는 오히려 무한히 확장된다.
지리산 노고단 능선이, 그 아래로는 섬진강과 구례읍내가 한눈에 펼쳐진다. 풍경이 주는 감각은 말로 옮기기 힘들 정도다. 마치 이 작은 사찰 하나가 넓은 산과 강, 그리고 하늘을 전부 소유한 듯한 느낌이라고 할까.
약사전에서 보면 좌측에 선원이 우측으로 자장전, 산왕전, 도선굴이다. 자장전, 산왕전을 지나 도선굴로 향했다. 도선굴 너머로는 노고단이 희미하게 눈에 들어온다. 동굴을 프레임 삼아 사진 한 장 찰칵, 이것이 나만의 사진 찍기 노하우다. 다시 한번 발아래 펼쳐진 풍광을 눈에 담고 산을 내려왔다.

▲섬진강동해벚꽃로 ⓒ 문운주

▲섬진강 벚꽃개나리와 어울려 한 폭의 수채화 ⓒ 문운주
섬진강 벚꽃은 강을 끼고 이어져 전 구간 아름답지 않은 곳이 없지만, 마고쉼터에서 사성암 주차장까지가 벚꽃 명소다. '동해벚꽃로'와 섬진강, 그리고 '섬진강오십리벚꽃길'이 나란히 이어지며 봄날의 풍경을 세 겹으로 수놓는다.
가장 위로는 연분홍 벚꽃이 터널을 이루고, 그 아래로는 섬진강이 유유히 흐르며, 강변 따라 굽이진 오십리 벚꽃 길이 부드러운 곡선을 그린다. 세 줄로 나란히 펼쳐진 이 풍경은 마치 자연이 짠 봄의 리본처럼 조화롭고도 아름답다.
벚꽃구경 왔다가 사성암 풍광에 취하고, 꽃은 뒷전인가 했더니 다시 여유롭게 꽃구경이다. 아무리 매서운 칼바람이 불어도 봄날은 온다는 자연의 섭리를 깨닫는다. '동해벚꽃로'에는 선남선녀들이 인생샷을 찍느라 바쁘다.
이날의 여정은 당초 계획과 빗나갔지만, 즐거움은 어느 날보다 알찼다. 고택 운조루, 곡전재 그리고 매천사와 용호정 원림을 보는 것으로 일정을 마무리했다. 특히, 일제 강점에 항거하여 순국한 황현의 순국지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조국과 정의의 의미를 다시금 일깨워주는 소중한 장소였다.

▲섬진강벚꽃섬진강에 가지를 드러내고 흐드러지게 피었다 ⓒ 문운주

▲섬진강벚꽃스카이 바이크 ⓒ 문운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