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건우 PD ⓒ 이영광
마침내 윤석열 대통령이 파면됐다. 그동안 현직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 때문에 수사 못한 사건들이 이제는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그중 하나가 '명태균 게이트'일 것이다.
지난 1일 방송된 MBC < PD수첩 >에서는 '명태균 게이트 3 검찰의 침묵' 편이 전파를 탔다. 이날 방송에서는 명태균씨 아내 인터뷰 등으로 검찰이 수사를 어떻게 했는지 추적했다. 취재 이야기가 궁금해 지난 3일 서울 상암 MBC 사옥에서 해당 회차 연출한 김건우 PD를 만났다. 다음은 김 PD와 나눈 일문일답 정리한 것이다.
"명태균 게이트, 검찰 속도·방향 따라가는 듯... 큰 그림으로 바라보고 싶었다"
- '명태균 게이트 3편'으로 검찰 수사를 취재했잖아요. 계기가 있나요?
"(아이템 시작할) 당시 저희가 생각했을 때 탄핵 선고가 훨씬 빨리 나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방송될 시기쯤 되면 국가 설계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가 공론장에서 많을 거라고 예상했죠. 그중 중요한 게 교육이나 의료 같은 분야들도 있겠지만 검찰 개혁을 어떻게 할 것인지가 대두되는 시기일 거라고 생각했어요. 지금은 그 예상이 빗나가게 된 거죠.
사실 명태균 수사가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을 향해 달려 나가기 시작할 때였어요. 저희는 검찰이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수사는 제대로 하지 않고 선택적 수사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문제의식을 작가님과 공유하게 돼서 이 부분을 다시 검찰에 대한 문제점을 중심으로 다뤄보자고 했어요.
일단 방대하고 어떻게 보면 수많은 관계자가 있는 사건이잖아요. 그래서 선택을 되게 잘해야 하는 이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홍준표·오세훈 시장에 대한 의혹과 이야기들도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하거든요. 다만 검찰 수사에 속도와 방향을 맞춰 사건들을 다룬다면 사람들의 관심은 많을 수 있으나 큰 그림에서는 검찰의 선택을 따라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검찰에서 주요한 정보들을 제공하기 때문에 언론 역시 그 속도에 맞춰서 기사 같은 것들이 나갈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지만 한순간은 그래도 이것들을 바깥에서 큰 그림으로 바라보는 계기도 필요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해서 이 방송을 만들었었습니다."
- 주요 내용은 검찰 이야기잖아요. 다른 사건으로도 검찰 문제를 지적할 수 있을 텐데요.
"검찰의 문제를 똑같이 관념적이고 큰 얘기로 하는 것보다 지금 가장 사람들의 관심이 많이 쏠리고 있는 사건을 다룰 때 제일 잘 얘기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서 명태균 사건을 했던 것 같아요.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도이치 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과 관련해서도 (3일) 관련 인사들에 대해 유죄 판결이 났잖아요. 만약 시점이 달랐으면 명태균이 아니라 삼부토건이나 도이치 모터스 같은 사건을 중심으로 검찰 문제를 다뤄 볼 수 있었겠지만, 그 당시 제가 생각했을 때는 이 사건으로 하는 게 가장 이 문제에 대해 잘 보여줄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MBC < PD수첩 > 방송화면 갈무리 ⓒ MBC
- 이 아이템으로 결정하고 나서 처음에 뭐부터 했나요?
"일단 주진우 기자님과 봉지욱 기자님이 저희 아이템과 관련해 제일 핵심적인 자료들을 많이 제공해 주신 분들이에요. 어떻게 보면 (명태균 게이트) 1, 2편을 했던 유성은 PD님 같은 경우 저보다 훨씬 많이 이 문제에 지식도 있고 취재 라인도 많으시지만 저는 후발주자잖아요. 이미 이 문제에 가장 핵심적인 자료들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 그 자료들을 토대로 어디로 이야기를 확장해 나갈지, 또는 그 사람들이 만나고 있는 사람들은 누구인지 파악하고 취재를 그쪽에서 뻗어나가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분들을 제일 먼저 만나려고 했어요."
- 지난해 10월 경남 창원지검은 이른바 '명태균 황금폰' 때문에 명씨 처남 자택 압수수색을 했지만 안 가져갔잖아요.
"압수수색을 했는데 황금폰이라고 불리는 명태균씨의 휴대폰을 결국 처남 집에서 찾지 못한 걸로 결론낸 거였거든요. 그러고 나서 명태균씨가 계엄 이후에 본인의 핸드폰을 자진 제출하고 강혜경씨가 가지고 있었던 명태균씨의 PC를 포렌식한 결과들 통해 검찰이 수사를 진행하고 있었던 거죠. 저희가 방송에서도 봉지욱 기자님의 인터뷰를 실으면서 전개해 나갔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명태균씨를 구속할 필요성이 검찰 입장에서는 컸던 거 아닐까 해요.
결국 추측일 텐데, 명태균씨를 구속했어야 하는 이유는 언론 플레이 같은 걸 못하게 하기 위해서도 있었을 것 같아요. 구속영장 실질심사 할 때 당시 검찰에서 PPT까지 준비했다고 하더라고요. 명태균씨의 발언들을 일일이 언급하면서 '이렇게 언론 플레이를 하는 명태균 때문에 사실은 수사에 방해가 되고 실제 증거 인멸할 우려도 커 보이기 때문에 구속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고 들었어요."
"김건희 소환 조사 등 신속히 이뤄질 것"
- 명태균 게이트를 처음 보도한 박현광 전 뉴스토마토 기자는 명태균씨가 그렇게 한 게 정말 더불어민주당에 뭘 넘기려고 하거나 폭로하려는 것보다 윤석열 전 대통령 측과 딜하기 위한 거일 가능성이 높다던데 어떻게 보세요?
"저희가 나름 명태균씨에 관련된 분들 취재하면서 생각이 들었던 건데, 명태균씨 페이스북 같은 걸 보면 일종의 구명 활동이죠. 용산에 '공천 개입했다는 증거 자료를 내가 쥐고 있다'는 메시지를 알리고 '그렇기 때문에 나에 대한 구속 등에 대해 신경을 써야 할 것'이라는 부류의 메시지를 보냈다는 생각도 들거든요. 그래서 지난해 민주당의 10월 31일 폭로가 나온 이후에도 명태균씨가 페이스북에 '민주당은 김건희 여사의 녹취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얘기를 공공연히 쓰기도 했죠. 저희가 해석하기론 명태균씨는 초반 실제로 이걸 폭로하려고 한다기보다 협박 비슷한 걸 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싶습니다."
- 그럼, 대통령실은 왜 명태균씨와 거래를 안 했을까요?
"저희도 궁금했고 그 부분을 취재하려고 했어요. 용산 입장에서는 이 일이 이렇게까지 비화될 거라고 예상하지는 못했던 게 아닌가라는 생각은 들어요. 아니면 용산과 명태균씨 사이의 관계가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틀어진 상태가 아니었을까 추측합니다."
- 창원지검은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의 선거 개입 의혹과 관련해 2024년 9월 <뉴스토마토> 보도 전까지 아무것도 하지 않은 건가요?
"일단 강혜경씨가 첫 검찰 출석을 하고 공직선거법 위반 무혐의 처분이 2024년 10월에 내려지죠. 2024년도 10월부터 검찰은 정치자금법 수사를 들어갔고, 그러면서 차후에 수사가 진행됐던 과정들이 있던 건데요. 저희가 얘기하려고 했던 건, 2024년 4월 강혜경씨가 검찰 출석해서 자료들을 제공했을 때 이미 대통령 부부의 공직선거법이나 정치자금법 위반 등에 대한 의혹을 제기할 수 있을 만한 자료들이 있었는데 검찰이 그걸 살펴보지 않았다는 거죠.
저희가 취재하기로는 강혜경씨가 제공한 통화 녹취가 4천여 개 된다고 하는데, 보통 그런 녹취 파일들 하나하나를 다 속기를 떠서 그중에 혐의점을 발견할 수 있는 것들 찾아내고 그러다가 별건 수사까지도 하는 것이 검찰의 수사 방식으로 알고 있어요. 강혜경씨가 검찰 조사에서도 윤 전 대통령이 명태균씨한테 제공 받은 여론조사를 기반으로 대통령 선거에 출마했다는 얘기들을 진술했는데도 불구하고, 그 녹취를 다 들어보지 않았다는 건 뭔가 일반적이지 않다고 생각했던 거고요."
- 지난해 11월 창원지검 수사팀은 김건희 여사의 수사가 필요하다고 했지만 안 된 거죠. 연서명이 이례적이라고 나오던데 어떤 의미일까요?
"결국 살아있는 권력을 대상으로 한 수사는 쉽지 않은 수사가 될 수 있는데, 명태균 게이트가 비화될 때만 해도 탄핵 소추가 된 상태는 아니었기 때문에 평검사들에게도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해야 하다는 의지가 있었을 거고, 그래서 연서명을 했던 게 아닌가 생각해요."

▲김건우 PD ⓒ 이영광
- 지난해 11월 7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 및 기자회견을 했어요. 그때는 창원지검에서 수사가 된 상태였어요. 대통령이 그걸 몰랐을까요?
"알았겠죠. 윤 전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에서 사과하지만, 사과의 내용에 대해서 묻는 기자의 질문에도 자기가 정확히 어떤 부분에 대해서 사과해야 하는지 답하기 어렵다는 식으로 얘기했습니다. 근데 윤 전 대통령은 이미 본인과 김건희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 관련해서도 검찰 수사가 이만큼이나 진전이 됐다고 충분히 보고 받았을 거라는 예상을 해요.
그리고 대국민 담화에서의 거짓말을 언급하셨어요. 정진석 비서실장이 공천관리위원장인 줄 알았다는 윤 전 대통령의 발언은 공개된 통화 녹취와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얘기잖아요. 통화 녹취 상으로 당시 공관위원장이었던 '윤상현' 의원의 이름이 세 번 정도 언급됐죠. 기자회견에서 윤 전 대통령은 여러 번 거짓말한 거고 그 부분을 공천 개입 의혹을 수사하던 창원지검도 대국민 담화를 보면서 알고 있었겠죠."
- 명태균 게이트가 알려진 지 7개월인데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어요. 4일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선고를 계기로 검찰이 달라질까요?
"바로 대통령 부부에 대한 수사가 진행될지는 확신할 수 없는 부분이지만 적어도 살아있는 권력을 대할 때와 탄핵이 인용돼서 아예 힘이 빠진 권력을 대하는 검찰의 태도는 매우 다를 거로 생각해요. 그런 지점에서 김건희 여사에 대한 소환 조사도 신속하게 진행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