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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남 무안국제공항 관제탑. 2025. 1. 2
전남 무안국제공항 관제탑. 2025. 1. 2 ⓒ 김형호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당시 조종사와 관제사 사이 교신기록을 공개하라는 요구가 유족과 유족을 지원하는 법률지원단에서 나왔다.

광주지방변호사회 제주항공참사 법률지원단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광주전남지부는 참사 100일째인 7일 광주지방변호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토교통부 등 관계당국을 향해 교신기록 공개를 촉구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10여 명의 유가족도 교신기록이 조속히,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법률지원단은 "179명이 희생된 참사가 발생한 지 100일이 지났으나 사고 원인은 여전히 안개 속에 묻혀 있다"며 "진상규명의 첫 걸음은 사고 당시 조종사와 관제사가 나눈 교신기록 공개"라고 밝혔다.

변호사들은 구체적으로 지난해 12월 29일 오전 8시 54분 43초부터 오전 9시 2분 57초까지의 교신기록 공개를 요구했다. 사고 여객기가 관제탑과 착륙을 위한 첫 교신부터 사고 발생 시점까지 약 8분간의 교신기록이다.

이들은 교신기록 확보·공개를 위해 국토교통부와 국토부 부산지방항공청, 국토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를 상대로 정보공개 청구 등 법적 조처에 나설 계획임을 밝혔다.

이들은 관계당국이 교신기록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으면서 사고 경위를 둘러싼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사조위 등 당국을 향해 여러 의문점을 던졌다.

대표적인 의문이 조종사는 왜 첫 번째 착륙 시도 때 곧바로 착륙하지 않고 복행(착륙 시도를 멈추고 다시 날아오름)을 시도 했는 지다. 이때 관제사가 왜 조종사의 판단을 제지하지 않았는지 물음표도 달았다.

 광주지방변호사회 제주항공참사 법률지원단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광주전남지부 소속 변호사들이 참사 100일을 맞은 7일 관계당국을 향해 사고 당시 교신기록 공개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광주지방변호사회 제주항공참사 법률지원단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광주전남지부 소속 변호사들이 참사 100일을 맞은 7일 관계당국을 향해 사고 당시 교신기록 공개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김형호

법률지원단은 "항공 매뉴얼에 의하면 착륙 전 활주로에서 조류(새 떼)가 발견돼도 그대로 착륙해야 하는데, 사고기는 대체 왜 '메이데이'를 선언하고 복행을 시도했는지, 관제사는 이를 왜 승인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사고 초기엔 '조류 충돌 후 복행'으로 알려졌으나 이후 '복행 과정에서 조류 충돌'로 선후 관계가 바뀌면서 '복행 선택'을 둘러싼 의혹은 더욱 커지고 있다. 조종사들이 조류 충돌이 아닌 조류 떼 발견 만으로 복행을 시도한 이례적인 경우에 해당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사고 여객기 블랙박스 두 개가 사고 발생 직전 나란히 기록이 중단된 점도 교신기록 공개 요구에 무게를 더한다.

사고 여객기의 비행기록장치(FDR)와 조종실음성기록장치(CVR)는 사고 당일 오전 8시 58분 50초 기록이 동시 중단됐고, 이로부터 4분 7초 만인 9시 2분 57초 여객기는 공항 방위각시설(콘크리트 로컬라이저)과 충돌했다.

 3일 오전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에서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및 국과수 관계자 등이 방위각시설(로컬라이저)에 파묻힌 엔진을 살펴보고 있다
3일 오전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에서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및 국과수 관계자 등이 방위각시설(로컬라이저)에 파묻힌 엔진을 살펴보고 있다 ⓒ 연합뉴스

 제주항공 사고 여객기 조종실 음성기록장치(CVR).
제주항공 사고 여객기 조종실 음성기록장치(CVR). ⓒ 연합뉴스

법률지원단은 지난 5일 사조위가 일부 유족에게 사고 전 4분 7초 동안의 교신기록을 공개한 데 대해서도 "누설금지 서약을 받아 사실상 유족들에 의한 공론화를 막았다"고 비판했다.

공개 범위도 사고 전 4분 7초가 아니라 사고 10분 전부터 공개해야 한다고 했다.

법률지원단은 "블랙박스 기록이 없는 상황에서 사고 원인을 알 수 있는 중요한 자료는 교신기록"이라며 "관련법률이나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협약 역시 교신 기록을 무조건 비공개하라고 정하지 않고 있다. 우리 항공철도사고조사에 관한 법률도 '공개하지 않을 수 있다'고만 돼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사조위 관계자는 "교신기록 공개 여부는 사조위(국토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가 적절히 판단할 문제"라는 원론적 입장만 내놓았다.

사조위는 총 13단계로 된 항공사고조사절차에서 현재 6단계에 해당하는 조사를 진행 중이다. 엔진, 프로펠러 등 핵심 부품 분석 등을 통해 사고 원인을 추적 중이다.

유압계통 등 시스템 조사, 정비 관련 조사, 인적 요소 조사, 기술검토회의 등 남은 절차를 모두 끝내고 최종 보고서를 내놓기까지는 앞으로도 1년 이상의 시일이 소요될 전망이다.

경찰은 대형 인명 피해를 불러온 이번 사고의 형사 책임을 묻기 위한 수사를 사조위와는 별개로 진행 중이다. 하지만, 사조위 최종보고서에 국제적 권위가 부여된다는 점에서 사조위 조사 방향과 결과에 따라 경찰 수사도 일정 부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7일 광주지방변호사회관에서 사고 당시 교신기록 공개를 촉구하는 변호사들 기자회견에 참석한 제주항공 여객기참사 유족이 자신을 "○○ 아빠"라고 소개하며, 언론의 지속적인 관심을 당부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7일 광주지방변호사회관에서 사고 당시 교신기록 공개를 촉구하는 변호사들 기자회견에 참석한 제주항공 여객기참사 유족이 자신을 "○○ 아빠"라고 소개하며, 언론의 지속적인 관심을 당부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 김형호

이날 법률지원단 기자회견에 참석한 유족 일부는 언론을 향해 "피해자 중심 보도를 할 게 아니라 (사고 원인이나 형사처벌 등을 다루는 ) 가해자 중심 보도가 이뤄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또한 "윤석열 탄핵 국면에 여객기 사고가 나면서 유족들은 가족을 잃고서도 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며 "참사 100일을 맞았지만, 이번에는 또 60일 간 조기대선이 치러진다. 이렇게 모든 게 잊힐까 걱정된다"고 했다.

#제주항공참사#여객기참사#교신기록#항공참사#국토교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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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전라본부 상근기자. 제보 및 기사에 대한 의견은 ssal1981@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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