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파면 다음날인 4월 5일 10.29이태원참사 유족들이 광화문 광장을 찾은 시민들에게 "감사하다"며 간식과 함께 희생자들을 상징하는 보라색 리본을 나눠주고 있다. ⓒ 김화빈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파면을 선고한 다음날(5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앞에서 열린 '승리의날 범시민대행진' 집회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연합뉴스
윤석열 파면 다음날에도 시민들은 "방심하면 안 된다"는 마음으로 광장에 모였다. 찬 바람 속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데도 사람들은 저마다 바라는 윤석열 이후의 세상을 손팻말과 깃발에 담아 열심히 흔들며 "내란세력 청산"을 외쳤다.
헌법재판소가 만장일치로 윤석열을 파면시킨 다음날인 5일 오후 3시 경복궁 동십자각 앞 대로는 시민들의 발걸음으로 붐볐다. 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은 이날 '승리의 날 범시민 대행진'을 열었다.
전날 만감이 교차해 통곡했던 유족들이 오늘은 환하게 웃었다. 10.29이태원참사 유족들은 "사랑하고 감사합니다"라고 연신 반복하며 부스 앞을 지나는 시민들에게 간식, 보라색 리본, 팔찌를 선물했다. 4.16 세월호 참사 유족들은 노란 리본이 새겨진 백설기를 나눴다.
윤석열 이후 세상에는 "슬픔으로 얼룩진 모든 이들이 사람답게 살기를.."
이날 오후 4시께 집회가 시작되자 거세게 내렸던 비가 잠시 멎었다. 연단 위에 오른 시민 박나혜씨는 "저는 어제 '주문'으로 시작하는 문형배 헌법재판관의 목소리에 그만 눈물을 터뜨리고 말았다"며 "그 다음 (문 재판관이) 말할 내용이 무엇인지를 직감하면서 지금까지 함께한 시민들의 마음이 제게 한꺼번에 몰려오는 것 같았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박씨는 "트랙터를 서울로 데려오기 위해 우리가 밤을 지새웠던 한강진을 비롯해 수없이 집과 직장에서 조마조마했던 날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며 "세월호, 이태원, 4.3, 5.18 등 그날의 슬픔으로 얼룩진 모든 유족들이 분노나 슬픔만 누리는 것이 아닌 날, 가난한 이들이 굶어죽지 않고 모든 사람들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그런 날이 드디어 올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이제 우리 뒤로 가지 말고 앞으로만 나아가자. 그 길에 저도 함께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학을 공부했다'고 밝힌 시민 김동휘씨도 "지난 12월 3일부터 극우의 폭력에 맞서온 우리의 연대는 참으로 고유하고, 자유롭고, 천진했다. 살기등등한 저들의 혐오에 맞서 우리는 다양하고 귀여운 깃발의 물결로 광장에 자유를 넘실케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생파탄도 아랑곳 않고 전쟁을 불사하려는 내란당에 맞서 우리는 8대 0 만장일치 파면을 믿었다"며 "그것이 민주주의이고 정의이며 진정 내란에서 회복하는 길이기 때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파면을 선고한 다음날인 5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앞에서 '승리의날 범시민대행진' 집회가 열렸다. ⓒ 김화빈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파면을 선고한 다음날(5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앞에서 열린 '승리의날 범시민대행진' 집회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연합뉴스
시민들은 대통령 파면 뒤에도 반성하지 않는 여당도 매섭게 질타했다. 집회 시작 전 <오마이뉴스>와 만난 송은정(40대, 여성)씨는 "윤석열을 탄핵시켰다고 광장에 나오지 않는다면 남은 내란세력을 뿌리뽑을 수 없다"며 "아직 내란 우두머리가 관저에 있고, 내란 잔당들도 그대로다. 윤석열 정부 카르텔을 바로잡으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행사기획업에 종사하는 이하나 (문화공동체 히응 대표)씨는 "축하의 의미도 있지만, 윤석열 이후의 세상을 국민들은 살아가지 않나. 광장의 목소리를 우리 사회에 계속 관철시키려고 나왔다"고 말했다. 이씨는 "박근혜 파면 뒤 분출됐던 요구들이 문재인 정부서 실현되지 못하고 좌초된 측면이 있는데, 윤석열 정부 들어선 아예 무너졌다"며 "(그런 경험들을 토대로) 시민들의 요구가 제대로 사회에 반영되도록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청래 "내란당 국민의힘, 대선 참여 말라"
이날 윤석열 탄핵심판 국회 탄핵소추위원단은 연단에 올라 "2025년 4월 4일 오전 11시 22분 윤석열을 탄핵했다"고 광장 시민들에게 보고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법사위원장)은 "윤석열이 전직 대통령이 된 시각 저도 전직 소추위원장이 됐다"며 "헌법의 적을 헌법으로, 민주주의의 적을 민주주의로 물리쳐준 국민들과 헌법재판소에 깊이 감사드린다"고 했다.
정 의원은 "피로 쓴 역사와 헌법을 그 누구도 파괴할 수 없는 것이 민심이자 헌법 정신이다. 이것을 증명해준 대한민국 국민들이 자랑스럽다"며 "이제 윤석열은 감옥 속으로,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역사 속으로 보내야 하지 않겠나"라고 외쳤다.
그러면서 "내란의 반역자를 용서할 수 없다. 내란 정당은 (차기) 대통령 선거에 참여하지 말라"며 "프랑스 공화국은 관용으로 건설되지 않는다. 오늘의 죄를 벌하지 않는다면 내일의 범죄에 용기를 주는 것이라는 (프랑스 정치가) 로베스 피에르의 말을 명심해 신발끈을 다시 묶고 전진할 것"이라고 했다.
야당 의원들도 무대에 올라 광장을 찾은 시민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김선민 조국혁신당 대표 권한대행은 "3년은 너무 길다는 조국혁신당의 외침이 창당 1년 만에 현실이 되기까지 함께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했다. 김재연 진보당 상임대표는 "광장의 승리를 한번도 의심한 적 없다. 어떠한 권력도 단결된 민중의 힘을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증명해 주셔서 고맙다"고 고개를 숙였다.
자녀와 함께 광장을 찾은 용혜인 기본소득당 대표는 "오늘까지의 모든 일은 주권자인 국민께서 이뤄주신 것"이라며 "이제 국민 통합으로 새로운 나라를 만들겠다"고 했다. 한창민 사회민주당 대표도 "지난 3년 수많은 열망을 안고 기다려왔던 국민의 승리를 축하드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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