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해 12월 11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열린 12·3 비상계엄 사태 관련 긴급 현안질문에서 답변을 마친 뒤 나서고 있다. ⓒ 남소연
이건태 더불어민주당 의원 : "헌재 사무처장님, 김철수 교수님의 <헌법과 정치> 책을 다시 봤는데요. '
헌법 89조의 심의 사항에 심의를 결한 대통령 권한 행사는 무효라고 보아야할 것이다'. 616쪽에 이렇게 돼 있습니다. 계엄 때 국무회의 심의를 안 했으면, 무효라고 돼 있어요. 맞지요?"
김정원 헌법재판소 사무처장 : "교과서에 그렇게 나와있다면...... 예."
이건태 : "불법을 넘어서 무효예요, 무효."
지난해 12월 24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 이건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000페이지를 훌쩍 넘는 김철수 서울대 법과대학 명예교수의 헌법학 교과서 속 한 대목을 꺼내 들었다. 이 의원이 언급한 교과서의 목차는 '대통령의 권한행사 방법'이었다. 계엄과 계엄 해제 등 국무회의가 필요한 대통령의 행위를 적시한 헌법 89조를 해설한 대목이다. 책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대통령 권한 중 일정한 권한을 행사할 때에는 국무회의 심의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
'국무회의 아니었다' 증언 증거로 제출... 헌재의 판단은?
오는 4일 헌법재판소는 윤석열 대통령이 12.3 내란 전후 벌인 사건들에 대한 '위헌' 여부를 결정한다. 그 중 하나가 이 헌법 89조에 따른 '적법한 국무회의였는가'라는 판단이다. 국회 탄핵소추위원단은 이미 '위헌적 국무회의'라는 사실을 뒷받침할 증거들을 헌재에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탄핵소추위원인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은 3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국회 본회의에 나온 국무위원들이 국회 답변에 '국무회의가 아니었다'고 한 것이 증거로 제출이 됐다"면서 "'국무회의가 적법했다'고 판결문을 도저히 쓸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 측과 이상민 전 행정안정부 장관 등은 '실질적인 국무회의였다'는 취지로 항변하고 있지만, 12.3 내란 이후 국회 본회의 대정부질문과 상임위원회에서 나온 나머지 '국무회의 참석' 장관들의 입장과 증언은 사뭇 달랐다.
#12월 11일 법사위 전체회의

▲박성재 법무부 장관이 지난해 12월 11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열린 12·3 비상계엄 사태 관련 긴급 현안질문에서 답변하고 있다. ⓒ 남소연
[박성재 법무부장관]
"상황을 통보 받고 다들 놀라서 여러 우려와 만류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회의 개회, 안건 이렇게 정상적으로 진행된 게 아니고 사람들이 도착하는 대로 다들 놀라서 우려를 하고 이러면 되느냐 지금 이럴 때냐 등등 이야기가 있었고..."
"당시 이렇게 회의 형태로 회의장에 누가 기재를 하거나 그런 사람이 없었습니다."
"누군가 회의를 주재하고 안건을 내놓고 하는 게 아니고요. 계속 사람들이 도착하는 대로 이야기를 듣고..."
"누가 주재를 해서 회의를 시작한다, 어떻게 이렇게 해서 진행된 상황은 아니었던 것으로..."
#12월 17일 법사위 전체회의
[이완규 법제처장]
"(12월 4일 안가 회동에서) 이상민 장관도 전혀 아는 게 없이 그냥, 물론 국무회의에 참석은 했지만 그 당시 있었던 상황도 제대로 잘 이야기도 못 하는 상황이었고요."
#12월 24일 법사위 전체회의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
"대통령실로부터 들어오라는 연락을 받았고요. 국무회의라는 이야기가 아니고, 그래서 택시를 타고 갔습니다. 무슨 내용인지는 잘 모르고. 갔더니 이미 상황이 종료가 되어서 참석을 못했습니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
"회의를 개의하고 의견을 묻고 그런 형태의 자리가 아니었기 때문에 (한덕수 국무총리가 국무회의를) 주재라는 말도 적합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절차적인 요건을 갖추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국무위원들의 응답을 확인하다보면, 또 다른 헌법 조항이 떠오른다. "대통령의 국법상 행위는 문서로 하며 이 문서에는 국무총리와 관계 국무위원이 부서한다", 즉 '부서권'을 명시한 헌법 82조다. 이건태 의원이 언급한 헌법학 교과서 628페이지에는 "부서가 없는 대통령의 국법상 행위는 구비 요건을 다하지 않아 무효라고 해야 한다. 그래야만 견제 작용이 가능하다"고 적혀 있다.
그러나 국회에서 증언한 다수 국무위원들은 '부서가 없었다'고 했다. 조태열 장관은 정청래 법사위원장의 "부서 없었고 사인이 없었지 않나. 그럼 국무회의가 성립이 안되지 않나"라는 질문에 "네"라고 답했다. 이 헌법 82조, 89조를 흔드는 정황은 국회 대정부질문 속 한덕수 국무총리와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응답에서 더욱 명확하게 드러난 바 있다.
박근혜 탄핵 주요 근거 '헌법수호 의지', 절차부터 어긋난 계엄은?
#12월 11일 대정부질문
[한덕수 국무총리]
"그 국무회의 자체가 많은 절차적, 실체적 흠결을 가지고 있었다고 생각하고요. 국무회의를 개최하려고 했었던 것은 계엄의 그런 절차적 흠결을 보완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속기, 개회선언, 종료선언 등이) 이루어지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그건 국무회의가 아니라는) 의원님의 말씀에도 타당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국무위원들이 연락을 받고 한 명, 한 명 들어왔기 때문에 딱 다 모여 가지고 한 것은 마지막 오신 분의 시각에서 보면 정말 짧았을 거고요."
"모인 것은 맞지만 보통 때와 같은 국무회의식으로 운영되지 않았다... 그러니까 그것을 국무위원들의 회의라고 해야 될지, 정식 국무회의라고 해야 될지는 좀 명확하지 않습니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지난 3일 비상계엄 선포 전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한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지난해 12월 11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열린 12·3 비상계엄 사태 관련 긴급 현안질문에서 답변하고 있다. ⓒ 남소연
"저는 (12월 3일) 오후 10시 10분에서 15분 사이에 회의장에 들어갔는데 회의에 시작이 없었습니다. 그러니 대기하는 상태였다고 보시게 좋고요. 저는 상황을 전혀 몰랐기 때문에 무슨 회의를 하는 건지를 여쭈었습니다. 옆에 분에게 딱 두 글자 들었습니다. '계엄'. 너무 놀라서 정신이 없었습니다. 그 자리에는 대통령이 계시지 않았습니다."
"(계엄) 발표가 이뤄지는 것도, 사실은 그 자리에 있는 국무위원들은 사실 몰랐습니다. 왜냐하면 회의의 끝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회의를 지금 마칩니다' 선언이 없는 상태에서 잠시 들어오셨다가 나가셨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누군가 휴대전화로 틀었습니다. 그런데 육성이 흘러나온 겁니다."
"저는 국무회의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관건은 헌법재판소가 이 같은 12.3 계엄의 절차적 위헌·위법 사항을 판단할 때, 파면에 이를 정도로 '중대한 사항'으로 보느냐에 있다. 박은정 의원은 "중대성 판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 대통령의 헌법 수호 의지다"라면서 "계엄을 위법 하게 했다는 것 자체가 헌법 수호 의지가 없다고 볼 수 있다"고 봤다.
박 의원은 "과거 박근혜 탄핵 사례에서도 중대성 판단 기준이 '헌법 수호 의지'였다"면서 "그 기준에 비춰봐도 중대하지 않다고 판단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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