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보강 : 2일 오후 6시 10분]

▲악수하는 권영세-권성동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왼쪽)과 권성동 원내대표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악수하고 있다.
ⓒ 남소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 기일이 잡히면서, 탄핵소추안 기각 혹은 각하를 향한 국민의힘의 기대감도 분출하고 있다. 당 지도부부터 주요 당내 인사들 모두 한목소리로 '탄핵 기각' 혹은 '탄핵 각하'를 주장하고 있다.
특히, 국민의힘이 탄핵 심판 '신속 선고'를 헌법재판소에 요구한 것 자체가 '지금 시점에서 결과가 나오면 4:4 기각'일 것이라는 일종의 '자신감'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하지만 막상 들여다 본 속내는 조금 더 복잡하다. 당초 '인용'을 예상하며 조기 대선을 준비하던 당의 전략이 틀어진 탓이다. 공개적으로는 인용 가능성에 대해서 쉬쉬하는 분위기이지만, 실제로 탄핵소추안이 기각되어 윤 대통령이 돌아오면 더 문제라는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겉으론 기각·각하 외치는 국힘 지도부와 의원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현안 관련 기자회견을 마친 후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와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남소연
나경원 국민의힘 국회의원은 2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헌법재판은 단순한 법적 판단이 아니라 정치와 법의 교차점"이라며 "민주당의 의도대로 헌법재판소가 이 '입법 폭주'에 면죄부를 준다면 대한민국은 어떻게 되겠느냐?"라고 따져 물었다. 그는 "헌법재판소가 사실상 '내란 선동'에 가까운 야당의 떼법식 탄핵을 인용한다면, 이는 앞으로 어떤 정부든 다수 야당의 정치적 공세에 의해 언제든 국정 운영이 마비될 수 있다는 끔찍한 선례를 남기는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홍준표 대구광역시장 역시 이날 본인의 페이스북에 "탄핵 기각을 예측해 본다"라며 "서울고등법원 이상한 판사들의 억지 무죄판결로 이재명 의원이 일시 살아나는 바람에 당연히 윤 대통령도 헌재에서 살아날 것으로 보는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이어 "문제는 탄핵 기각 후 후폭풍을 어떻게 돌파하느냐가 나라 안정의 관건"이라고도 덧붙였다.
서지영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와의 인터뷰에서 "저희 당 대다수의 의원님들이나 당원들은 기각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에서는 당연히 기각을 기대하고 있느냐'라는 진행자의 질문에 "그렇다"라고 재차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김희정 국회의원 또한 KBS라디오 '전격시사'에 출연해 "야당의 행동을 보면서 (기각 혹은 각하를) 거꾸로 예상을 해보고 있는 상황"이라며 헌법재판소를 향해 "절차적 정통성을 확보하는 데 실패를 했다. 그래서 처음에는 기각 얘기만 나오다가 각하 얘기가 나온 이유가 바로 이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자신의 SNS에 "탄핵심판의 답은 기각"이라고 적은 윤상현 의원은, 이날 오후 헌법재판소 앞에서 180만 장의 '탄핵 반대' 탄원서 전달식을 했다. 헌법재판소 앞 릴레이 시위를 이어가던 다수 의원들 역시 '탄핵 기각' 혹은 '각하'를 요구하며 인근에서 철야 시위를 이어갈 계획이다.
이미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를 포함한 당 지도부에서도 '기각'을 기대한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상황이다. 국민의힘이 헌법재판소에 '신속 선고'를 요구하며 태도를 바꿨을 때부터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관련 기사:
자신감 얻은 국힘? 헌재에 "신속 선고" 요구하며 태세 전환 https://omn.kr/2cthl).
속내 복잡한 국민의힘 내부... "탄핵 기각 되면 더 큰 일"

▲즉각 파면과 탄핵 기각더불어민주당 국회 행안위-문체위 위원들이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윤석열 즉각 파면을 촉구하고 있는 가운데 국민의힘 의원들이 탄핵 기각을 촉구하는 1인시위를 하고 있다. ⓒ 이정민
하지만 공개적인 인사들의 발언과 달리, 당내 분위기는 복잡하게 얽혀 있는 상황이다. 한 국민의힘 국회의원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 기각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예전보다 커진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말을 하지 않는 다수의 의원들은 탄핵 인용을 기정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라고 전했다.
해당 의원은 "윤 대통령이 탄핵이 되어야 조기 대선을 준비하며 우리 당이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다. 일종의 충격 요법"이라면서 "오히려 탄핵이 기각되면 더 큰 일이다. 당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른 여당 의원 또한 "다른 의원들과 이야기를 많이 나눠보지는 못했지만, 일단은 '좀 지켜보자'라는 분위기인 것 같다"라며 "탄핵 이후를 생각하면 막막하다. 대책이 없다"라고 밝혔다. 그는 "(탄핵 심판을) 볼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라면서도 "일단 눈앞의 일에 집중해야 한다"라며 탄핵 인용을 전제로 그 이후를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른 국민의힘 다선 의원 역시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의원들 단체 대화방을 보면 기각을 기대하고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는 의원들이 있다"라면서도 "하지만 실제로 인용을 예상하는 의원이 최소한 40% 이상은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국민들 대표하는 의원들이 국회가 찬탈되는 과정을 용인한다? 어불성설"이라며 "국회의원이라면 법을 지켜야 한다. 법치를 부정하겠다면 헌법기관으로서 자격이 없다"라고도 날을 세웠다.
한 여당 중진 의원실 보좌진은 "탄핵이 기각되기를 바라는 목소리는 많지만, 실제로 기각이 나올 것이라고 예측한 것은 다르지 않느냐"라며 "원래는 내부적으로 기각을 기대하는 분위기가 크지도 않았다. 인용될 것이라는 것을 전제로 전략을 짜고 있었다"라고 전했다. 이 보좌진은 "지금 의원들이 '기각이 될 것'이라고 말하는 건 '기각이 되기를 바란다'라는 뜻"이라며 "최근 헌법재판소의 선고가 미뤄지며 '혹시?'하는 기대감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결과가 바뀌리라고 보지는 않는다"라고 부연했다.
"강성 지지층의 요구 때문... 내부적으로는 시나리오 짜 놓았을 것"
정치권에서는 국민의힘이 겉으로 발산하는 메시지와는 달리 이미 내부적으로는 탄핵 인용을 전제로 한 '시나리오'를 짜 놓았을 것이라는 시각이 짙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강성 지지층의 요구가 있으니까 일단 대응을 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인용을 예상하는 분위기가 클 것"이라며 "어차피 탄핵소추안이 인용되고 나면 조기 대선 국면으로 급속히 전환하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지 않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엄 소장은 "지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를 생각해 보면 (대선 후보) 경선이 상당히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며 "결국 관건은 광장의 분노를 어떻게 누그러뜨리느냐, 윤석열 대통령과 어떻게 디커플링을 할 것인가인데 이건 대선 주자가 누가 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조기 대선 국면으로 바뀌게 되면 '이재명 견제론'을 적극 띄우며 중도층 공략을 위해 비상계엄과 탄핵에 대한 입장도 나름 정리가 될 것"이라고도 예상했다.
권성동 원내대표의 문자
이런 상황에서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최근 자당 의원들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도 관심을 모았다. 권 원내대표는 "헌법재판소에서 어떤 결정이 나더라도 끝이 아니다. 새로운 시작일 뿐"이라며 "자유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지키기 위한 치열한 싸움을 한시도 멈출 수 없다. 국민을 믿고, 우리에게 주어진 역사적 책무를 다하자"라고 밝혔다. '어떤 결정이 나더라도'라고 단서를 달기는 했지만, 사실상 탄핵 인용을 예측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권 원내대표는 본인이 원내대표로 취임한 직후 일성에서도 '조기 대선'을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이날 의원총회를 마치고 기자들로부터 관련 질문이 나오자, 권 원내대표는 "(탄핵) 인용을 예상해서 한 말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민주당이 계속해서 헌재 결정에 승복하겠다는 얘기를 안 하고 기각될 경우에 대비해 폭동 테러를 사주하는 상황을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위협하는 요인으로 보고 자유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자고 각오를 다지는 의미"라는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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