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해의 해양보호 활동가들이 제주를 찾아왔습니다. 북극해의 해빙이 녹아내리고 제주의 산호도 녹아내리는 상황을 공유하며, 태평양을 통해 연결된 북극해 원주민 활동에 대해 인터뷰 했습니다.
북극은 어디까지일까요? 북위 66.3도 이북의 육지와 바다, 하늘 등을 말합니다. 우리는 뉴스를 통해 북극의 해빙이 녹아내리고 있고 영구동토층이 녹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있습니다. 지난 여름 제주바다에는 28도 이상의 고수온 경보가 61일째 지속됐고, 서귀포 앞 바닷속에는 녹아내린 듯 형태가 일그러진 연산호들이 나타났습니다. 북극해도 녹아내리고 제주바다도 녹아내리는 안타까운 상황에서, 북극해의 사람들과 제주바다의 사람들이 함께 만났습니다.
알래스카, 워싱턴 DC, 캐나다에서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해양보호운동을 하는 활동가 8명이 2025년 3월 1일~3월 9일까지 제주를 찾았습니다.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은 이들의 체류기간 동안 이들과 함께 제주바다에 직접 들어가 보고, 해녀들과의 간담회 자리를 마련하고, 해양포럼을 열어 시민들과 대화하는 프로그램 등을 진행했습니다.
제주에 온 북극해 사람들 중 캐나다 북부에 거주하며 환경단체 '오션스 노스(Oceans North)'에서 활동하는 이누이트 원주민 힐루 타쿠나(Hilu Tagoona 이하 힐루)를 지난 3월 8일 제주의 섬 마라도에서 만나 인터뷰했습니다.
마을 환경 망치는 우라늄 채굴... '불허' 결정은 받아냈지만

▲이누이트 전통옷을 입은 해양보호 활동가 힐루 ⓒ 김연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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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현재 힐루가 살고 계신 곳은 어디인가요?
"현재 캐나다 북부에 있는 누나부트(Nunavut) 주에 살고 있습니다. 대대로 누나부트에서 오래 살아왔는데 제가 태어난 곳은 캐나다의 위니펙이란 곳입니다.
예전에는 집에서 조산사를 불러 아기를 낳았지만 의사가 있는 병원에서 아기를 낳아야 한다는 법이 생기면서 저희 엄마는 집에서부터 1,600킬로미터 떨어진 남쪽 지역에 있는 위니펙에 와서 저를 낳았습니다. 누나부트의 면적은 캐나다의 약 20%를 차지하는 지역이긴 한데 인구는 약 4만 2천 명으로 매우 적은 곳입니다."

▲캐나다 지도(하늘색으로 표시된 곳이 누나부트) ⓒ Perry-Castaneda Libr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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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루가 활동하고 있는 '오션스 노스(Oceans North)'는 어떤 일을 하는 단체인가요? 거기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나요?
"'오션스 노스'는 캐나다와 그린란드 지역의 해양 및 북극 생태계를 보호하는 데 초점을 맞춘 환경보호 단체입니다. 이누이트 원주민 공동체와 과학자들이 협력하여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활동, 지속가능한 어업, 그리고 해양보호구역 확대 같은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2019년부터 이사로 활동했고요. 2022년 1월부터는 스텝으로 결합해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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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환경과 해양보호 같은 이슈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제가 사는 지역인 누나부트에 광물인 우라늄을 채굴하려는 이슈가 발생했어요. 저는 이것을 막아내려고 주민들과 함께 단체를 만들어 활동했는데 이것을 통해 환경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마라도에서 이누이트 전통춤을 추고 있는 힐루의 모습(맨 오른쪽) ⓒ 김연순
- 누나부트의 우라늄 채취 반대 활동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설명해 주세요.
"'오션스 노스'와는 다른 활동인데요. 1980년대 독일 회사가 누나부트 지역에 들어와 우라늄을 채굴하는 사업을 시작하려고 했어요. 그때 저희 어머니가 반대운동을 아주 강하게 하셨어요. 바람과 물의 흐름이 아래로 내려오면서 우라늄 채굴이 지역 환경에 매우 나쁜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라 적극적으로 반대 운동을 했습니다.
이 사안을 가지고 주민투표를 했는데 주민의 92%가 반대했고 이렇게 주민 반대가 거세자 드디어 독일의 회사는 포기하고 나가게 되었죠. 그런데 2005년에 프랑스 소유의 또 다른 회사에서 이 작업을 다시 시작하려고 했어요. 그러다가 2011년 후쿠시마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나면서 우라늄 가격이 폭등하게 되었고 프랑스 회사도 채굴 작업을 하는 것이 어려워졌지요. 저는 그 상황을 보면서 세계가 이렇게 하나로 이어지고 있구나,라고 느꼈습니다.
우라늄 채굴 사업이 언제 재개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2015년 공청회를 통해 이 사업의 문제점을 정리했어요. 그 내용을 캐나다 연방정부에 보냈습니다. 2016년 드디어 정부에서 우라늄 채굴 사업에 대해 '불허 결정'을 내렸습니다. 모두들 너무도 기뻐했지요. 하지만 그 이후에도 언제나 다른 여러 회사들이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어서, 계속되는 문제입니다."

▲3/6 해양포럼에서 북극해 현황을 설명하는 힐루(오른쪽) ⓒ 김연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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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고생 많으셨겠네요. 오랫동안 함께 싸우고 노력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던 것 같은데요. 이 무렵 힐루가 했던 역할은 무엇인지 말씀해 주시겠어요?
"당시에 이 지역은 아무것도 없는 제로베이스 상태였어요. 인구도 적고 지원해 줄 수 있는 사람도 많지 않았어요. 겨우 다섯 명이 전면 상근하면서 일을 했고 적은 인원으로 힘들게 싸움을 이어갔어요. 환경영향평가 할 때 주민 입장을 대변하여 당사자이기도 한 제가 유일하게 발언을 했습니다. 또 환경영향평가법을 개정할 때 '원주민여성협회' 이름으로 의견서를 작성해 여성의 입장을 반영할 수 있도록 기여했어요."

▲3/6 제주시 소통협력센터에서 열린 북극해 해양할동가들과 함께 하는 해양포럼 ⓒ 김연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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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를 통해 지난 40년간 북극의 해빙량이 70% 감소했다는 소식, 영구동토층이 녹고 있다는 소식 등을 들은 바 있습니다. 북극에서는 현재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지, 이로 인해 그 지역에서 수 천년 동안 살아온 원주민들의 삶은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기후변화로 인해 육상과 바다에서 큰 변화를 겪고 있는데요. 기온이 상승하고, 비는 폭우가 점점 더 많이 쏟아지고 눈은 줄어들고 있습니다. 바다에서도 수온이 상승하고 폭풍이 증가하고 있어요. 북극의 얼음이 녹으면서 바다에 사는 포유동물들이 쉴 곳이 없어지고 있습니다. 얼음이 있어야 바닷속에서 나와 잠시 쉴 수 있는데 그렇지 못하는 상황이 동물들 생존에도 큰 위험이 되고 있지요. 새들도 집단적으로 폐사하기도 하고요.
북극은 수 천년 동안 원주민들이 살아온 지역입니다. 사냥과 바다 채취를 통해 삶을 꾸려온 원주민 공동체도 살아온 방식에 큰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동물들이 사라져가니 먹을 것을 구하는 게 점점 어려워지고 있어요."
새들의 떼죽음, 사라지는 얼음... 너무 가까운 이상기후

▲마라도에서 제주도로 출발하기 직전에 힐루와 함께, 글쓴이(오른쪽). ⓒ 김연순
- 힐루의 손등에 그려져 있는 타투는 어떤 의미가 있는 건가요?
"예전에 북극 원주민 사회에서는 여아들의 조혼 풍습이 있었어요.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한 소녀가 결혼하고 싶지 않아 부모의 뜻을 어기고 도망갔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소녀는 곧 잡혔고 소녀의 아버지는 소녀를 배에 태워 바다에 빠뜨려 죽이려고 했습니다. 물에 빠진 소녀는 살려고 헤엄쳐 배를 손으로 잡았습니다. 그러자 아버지는 딸의 손마디를 잘라냈고 소녀는 결국 물에 빠져 죽었어요. 이 이야기 속의 소녀를 기억하고자 손등에 타투를 했습니다."

▲조혼의 폐습에 따른 소녀의 희생을 기리며 손등에 타투를 한 힐루 ⓒ 김연순
- 끔찍하고 안타까운 이야기네요. 가부장제 사회의 끔찍한 문화는 전 세계적으로 공통현상인 것 같아요. 최근의 일에 대해 질문하고 싶은데요. 얼마 전에 캐나다 트뤼도 총리와 미팅을 했다고 들었습니다. 무슨 이유로 만나셨는지요?
"해양보호구역을 늘리는 내용으로 이누이트 원주민협회가 연방정부와 계약서를 체결하는 건으로 만났습니다. 생물다양성협약 내용에 해양보호구역 확대가 들어 있는데요. 전 세계 해양생태계를 보전하고 해양생물 다양성 보호를 위해 2030년까지 해양보호구역을 30%로 늘리는 게 목표예요.
연방정부가 해양보호구역을 현재보다 3.68%, 육상보호구역은 0.04% 늘리는 것에 합의를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원주민협회의 역할에 대해 '오션스노스'에서 여러 자료를 제공하고 파트너십으로 함께 했습니다.(이때 이 협약 건으로 힐루와 트뤼도 총리가 함께 찍은 사진을 보여줌)"
- 제주를 방문한 소감은 어떠신지요? 한국 사람들, 제주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 있으면 부탁드립니다.
"제주에 와있는 것 자체가 너무 좋아요. 우리가 아주 멀리 떨어져 있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같은 것에 동시에 영향을 받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수온이 올라가고 기온이 올라가는 것 때문에 북극해도 제주도 많은 변화들이 일어나고 있어요. 우리가 동시에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제주를 방문한 우리를 모두 환대해 주시고 모두 친절하게 대해 주셔서 너무 고맙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이러한 연대를 이어가며 함께 할 수 있는 것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제주 방문을 통해 듣고 보고 겪은 일들은 앞으로의 제 인생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3/8 마라도에서 맞이한 '세계여성의 날'을 축하하며 참가자들이 찍은 사진 ⓒ 김연순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는 4월 말 한국 부산에서 열릴 아워 오션 콘퍼런스(OOC, 해양오염과 기후위기 등을 논의하는 국제회의)에서 다시 뵙겠습니다(인터뷰 통역 도움: 유새미 녹색연합 활동가).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 뉴스레터에도 실립니다.
참고자료>
1. 캐나다의 해양보호구역은 45개로 면적은 60만 6264제곱킬로미터이며(2025년 2월 기준) 캐나다 해양 면적의 약 10.5%에 해당됨.
2. 캐나다 북부지방에 있는 누나부트(Nunavut)는 연방정부에 속해있기는 하지만 자치정부와 의회를 통해 이누이트 원주민들이 자치권을 행사하고 있음.
3. 2005년 캐나다 대법원은 모든 (준)주정부가 토지 및 자원 에너지 개발이 헌법에 명시된 원주민들의 권익을 침해할 우려가 있을 경우, 반드시 사전 협의를 해야 하는 법적 의무가 있음을 규정함. 그러나 사업추진의 최종 결정권은 원칙적으로 연방정부의 권한이므로 원주민과 관련 단체, 정부와 기업 등의 갈등 소지가 있음.
4. OOC(Our Ocean Conference)는 해양보호와 지속가능한 해양의 관리를 논의하는 국제해양회의로 전 세계의 정부, 기업, 시민사회, 과학자 등이 참석함. 2025년 OOC는 4월 말, 대한민국 부산에서 열릴 예정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