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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호강 팔현습지가 연초록 융단을 드리웠다. 새봄이 찾아왔다.
금호강 팔현습지가 연초록 융단을 드리웠다. 새봄이 찾아왔다. ⓒ 정수근

팔현습지에 새봄이 찾아왔다. 겨우내 움츠렸던 나무와 풀들이 연초록의 잎을 일제히 내밀며 새봄을 반기고 있다. 4월 첫날 봄 향기를 실어 봄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오는 금호강 팔현습지를 찾았다. 그곳 금호강 팔현습지엔 봄 내음이 가득했다. 참으로 평화로운 모습이었다.

연초록 융단을 드리운 팔현습지의 새봄

이맘때 강은 연초록의 융단을 드리우게 된다. 강 가장자리에 자라난 버드나무군락에서 일제히 초록을 밀어 올리면서 강 전체를 연초록빛으로 물들여가기 때문이다. 팔현습지가 내려다 보이는 금호강 제방에 서서 보면 팔현습지가 봄빛을 뽐내고 있는 모습을 만나게 된다.

 강촌햇살교 너머 팔현습지에 녹색 융단이 깔렸다.
강촌햇살교 너머 팔현습지에 녹색 융단이 깔렸다. ⓒ 정수근

 팔현습지에 새봄이 찾아왔다. 녹색 융단이 깔렸다.
팔현습지에 새봄이 찾아왔다. 녹색 융단이 깔렸다. ⓒ 정수근

사계절 중에서도 가장 강이 빛나는 순간이 지금이고, 그 한가운데 팔현습지가 있다. 팔현습지를 조심스럽게 다가가 보자. 금호강 제방에서 강을 가로지르는 강촌햇살교를 넘어 들어가게 된다.

강촌햇살교는 팔현습지로 들어가는 관문으로, 그 문을 넘어서면 그야말로 초록의 정원을 만나게 된다. 강을 건너자마자 오른쪽으로 접어들면 하천숲과 넓은 유채밭이 나타난다.

 녹색 융단이 드리운 팔현습지
녹색 융단이 드리운 팔현습지 ⓒ 정수근

 녹색 융단 속에 피어난 은빛. 이것이 팔현습지의 매력
녹색 융단 속에 피어난 은빛. 이것이 팔현습지의 매력 ⓒ 정수근

그 녹색의 융단이 깔린 길을 걸어서 팔현습지 하식애로 다가간다. 팔현습지 하식애는 야트막한 야산으로, 이곳은 그 야산과 범람원 그리고 강이 오롯이 연결된 완전한 생태 공간을 연출하게 된다. 팔현습지 하식애까지 깔린 유채밭이 끝나고 그 아래에선 그야말로 원시 금호강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한 천연의 생태 공간도 만나게 된다.

팔현습지 중에서도 가장 완벽한 생태 공간을 자랑하는 왕버들숲이 나타나고 그곳에선 초록의 절정을 만나게 된다. 그 왕버들숲에 들기 직전 팔현습지 하식애에선 팔현습지의 터줏대감이자 수호신으로 이곳 팔현습지의 깃대종인 수리부엉이 가족을 만나게 된다.

 엄마 수리부엉이 '현이'가 어린 새끼들을 지키고 서 있다.
엄마 수리부엉이 '현이'가 어린 새끼들을 지키고 서 있다. ⓒ 노영이

 팔현습지 수리부엉이 부부 팔이와 현이 사이에서 난 수리부엉이 유조들인 '금이', '호야', '강이'
팔현습지 수리부엉이 부부 팔이와 현이 사이에서 난 수리부엉이 유조들인 '금이', '호야', '강이' ⓒ 노영이

이미 몇 해 전 이곳에 터를 잡은 수리부엉이 부부 '팔이'(수컷)와 '현이'(암컷) 그리고 이들 부부가 올해 번식에 성공해 탄생시킨 새끼들인 '금이'와 '호야' 그리고 '강이'가 이곳에 살고 있다. 수리부엉이 가족인 이들 다섯 친구들이 팔현습지 하식애를 집 삼아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 유조들은 지난 2월 초 태어나 4월 첫날인 이날까지 두 달 동안 무럭무럭 자라났다. 이제 제법 어른 수리부엉이의 티를 뽐내면서 둥지를 훨훨 날아오를 기세로까지 자랐다. 어미를 따라 둥지를 벗어나 팔현습지 하식애 구석구석을 누비기도 한다.

몰려드는 사진사들을 향한 수리부엉이 가족의 간절한 당부

그 모습을 담기 위해서 전국의 새 사진을 찍는 사진사들이 몰려드는 이유다. 팔현습지가 도심 가까이 있어 접근성이 용이해 전국의 사진사들이 몰려들고 있다. 그로 인해 이들의 생활은 철저히 노출돼 있다. 이들의 온전한 성장마저 걱정이 되는 이유다.

 환경단체인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내건 현수막. 수리부엉이 가족들의 간절한 바람이 담겨 있다.
환경단체인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내건 현수막. 수리부엉이 가족들의 간절한 바람이 담겨 있다. ⓒ 정수근

그래서 이곳에 들어서게 되면 두 가지 종류의 현수막을 만나게 된다. 하나는 환경단체인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내건 '민간 현수막'과 국가유산청과 수성구청에서 함께 내건 '관용 현수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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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현습지 하식애는 우리 수리부엉이 가족의 집이고, 우리 가족이 지금 육아에 온 정성을 쏟고 있습니다. 특히 조심해야 할 시기입니다.

눈과 귀가 밝은 우리 수리부엉이 가족을 위해 이곳을 방문하는 분들은 뛰는 등 소란스러운 행위를 해서는 안 되고 큰소리로 떠들어서도 안 됩니다. 이소한 우리 자식들을 절대 추적해서도 안 됩니다.

우리 부부가 활동을 시작하는 일몰 무렵에는 이곳을 나가주셔야 합니다. 우리들의 삶을 방해하지 말아주시길 부탁드립니다."

- 수리부엉이 엄마 '현이'이와 아빠 '팔이' 그리고 그 자식들인 '금이'와 '호야', '강이' 일동

민간에서 이런 현수막을 내걸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밀물같이 몰려드는 사진가들 때문이었다. 사진사들 스스로 조심하게 해서 더이상의 교란 행위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는 강한 의지의 발로였다. 그러나 더 나은 사진을 찍기 위한 욕심이 그치지 않아, 어린 유조들에게 더욱 불안을 안겨주고 있는 듯하다.

 국가유산청에서 내건 현수막. 사진사들에게 향하는 당부가 담겼다.
국가유산청에서 내건 현수막. 사진사들에게 향하는 당부가 담겼다. ⓒ 정수근

그즈음 환경단체의 요구로 국가유산청(문화재청)과 수성구청이 함께 또다른 현수막을 하나 내걸었다.

"이곳은 천연기념물 수리부엉이가 서식하고 있습니다. 수리부엉이에게 유해가 되는 행위를 자제해주십시오.

강한 플레쉬 불빛을 이용한 야간촬영과 서식지 접근 및 훼손, 소음발생 등"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사진사들은 여전히 가까이 접근해서 이들 수리부엉이 가족을 담기에 여념이 없다. 이곳을 찾는 사진사들은 필히 이 현수막들을 꼼꼼히 읽어보고 스스로 조심해 주었으면 한다.

바로 이런 소란스러움 때문에 작년엔 이들 수리부엉이 부부가 산란에 실패했다. 작년의 실패를 딛고 겨우 올해 산란에 성공해 세 마리의 새끼들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데 이들의 생활이 교란되어선 안 된다. 안전하고 평화롭게 자라나 무사히 이곳을 떠날 수 있기를 간절히 희망한다.

수리부엉이 부부의 육아 팔현습지의 명물 수리부엉이 부부 팔이와 현이 사이에서 태어난 자식들인 금이와 호야 그리고 강이를 이들 부부가 정성스럽게 키우고 있는 모습을 담았다. 김용식

도심 한가운데서 이렇게 가까이서 야생의 수리부엉이를 만날 수 있는 곳은 이곳 팔현습지가 거의 유일할 것이다. 야생성이 아직 살아 있다는 것으로, 수리부엉이 가족을 보호하고 팔현습지 전체를 국가습지로 지정해서 보전할 필요가 있다.

환경부의 존재 이유를 묻는다

하식애를 벗어나면 넓은 범람원 습지가 나타나고 이윽고 팔현습지의 또다른 명물인 왕버들군락지가 나타난다. 이곳 왕버들군락지에도 연초록빛 융단으로 뒤덮이고 있다. 그 모습이 장관이다. 아직은 조금 더 연초록 잎사귀가 만개해야 하지만 그 모습만으로도 이곳의 가치를 알리기엔 충분하다.

 팔현습지 왕버들이 연초록 융단을 내걸었다.
팔현습지 왕버들이 연초록 융단을 내걸었다. ⓒ 정수근

 팔현습지를 찾아온 아름다운 새 홍머리오리
팔현습지를 찾아온 아름다운 새 홍머리오리 ⓒ 정수근

새로운 생명들이 이곳에서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저 멀리서는 홍머리오리 수십 마리가 습지와 물가를 오가며 유영하기도 하는, 그야말로 평화롭고도 아름답기 그지없는 공간이다.

팔현습지가 이 모습 이대로 제발 보전되기를 간절히 희망하게 되는 이유다. 그런데 애석하게도 환경부 산하 낙동강유역환경청에서는 대구시의 강한 요구를 받아 안아 이곳 팔현습지의 핵심 생태공간을 가르는 보도교를 건설하려고 하고 있다.

총 1.5㎞에 이르는 이 보도교가 건설되게 되면 산과 강이 자연스레 연결된 이 온전한 생태계가 깨어지게 될 것이고, 이 아름다운 경관 또한 사라지게 될 것이라 팔현습지를 사랑하는 이들의 걱정이 크다.

 팔현습지 왕버들숲이 연초록으로 물들어가고 있다.
팔현습지 왕버들숲이 연초록으로 물들어가고 있다. ⓒ 정수근

 팔현습지 왕버들이 녹색의 융단을 드리웠다.
팔현습지 왕버들이 녹색의 융단을 드리웠다. ⓒ 정수근

이 보도교 삽질 계획이 하루빨리 중단되어서 이곳의 평화가 오래도록 유지될 수 있기를 바란다. 환경부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덧붙이는 글 |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의 활동가로 지난 16년 동안 낙동강을 비롯 우리강의 자연성 회복을 위해 노력해오고 있습니다. 그간 오마이뉴스에 연재한 글들을 갈무리해 최근 <강 죽이는 사회>(2024, 흠영)를 펴냈습니다.


#금호강#팔현습지#수리부엉이#환경부#왕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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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정수근의 우리 강 이야기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간의 기사를 엮은 책 <강 죽이는 사회>(2024, 흠영)를 출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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