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답다는 게 뭘까를 자꾸 되뇌이게 되는 요즘이다. 최대의 욕이 "000 같다"는 말의 주인공은 권력에 따라 바뀌어간다. 시민들을 상대로 총을 들고, 언론과 국회를 봉쇄하고, 정치활동을 금지시키는 잘못된 권력자에 대한 사회적 심판은 내려졌으나, 법적 심판은 아직 종결되지 않았다.
윤석열 피고인에 대한 탄핵 인용은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했다던 시민들이 다시 거리로 나올 수밖에 없다. 피곤하고 지치고 내 주말은 어디 갔냐고 얘기하면서도, 주말만이 아니라 평일 저녁에도 광화문 거리로 시간을 만들어서 사람들은 모이고 있다. 서울만이 아니라 지역에서도 마찬가지다.
사회적 심판이 내려진 내란행위에 대해 법적 심판이 생각보다 길어지고 왜 길어지는지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 친절하지 않은 법원이라고 말을 해왔지만 해도해도 너무한다는 이야기들이 나온다. 이야기들은 생각이 되고 시민들의 사고는 전환되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빨리 "피고인 윤석열을 탄핵하라는 주장을 인용한다"는 결정을 내리길 기다리면서도 헌법재판소의 운영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생활과 정치 속 이주노동자에 대한 혐오
윤석열 탄핵국면은 시민들에게 생활과 정치를 분리할 수 없게 만들었다. 국민소환제도로도 사회적 심판을 할 수 있는 대상은 제한적이며, 더 거슬러 올라가서 시민들이 직접 선출하지 않는 헌법재판소 법관들이 지금 시기 모든 것을 좌우하는 것에 대해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다. 시민들의 삶은 죽을 판인데 법관들의 삶은 어떤지 알 길이 없다.
탄핵을 인용하든, 기각하든 결과와 상관없이 헌법재판소의 운용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은 내 삶의 질과 이어지게 되었고, 그만큼 시민들의 사회의 주인으로서 활동은 넓어질 것이다.
지금, 탄핵 국면에서 우리의 관심이 더 넓어져야 할 사안들 중 하나가 '이주노동자', '이주민'이다. 극우보수세력들의 반중혐오, 이주민에 대한 근거없는 비난과 혐오는 언론에 많이 나오고 있다. 거짓 뉴스를 퍼뜨리다가 아니면 말고 식이다. 그런데 이런 흐름을 탄 것일까.
4월 2일 재보궐 선거가 진행되는 서울의 구로구에 이런 공약을 건 후보가 나타났다.
공약4. 외국인 불법체류자 완전 추방
저의 정치철학은 자국민 우선주의입니다. 구로구청장에 당선된다면 불법체류자 문제 해결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습니다. 구로구에는 약 5만명 이상의 외국인이 거주하며, 불법체류자로 인한 치안 불안이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구청장으로서 출입국관리사무소와 경찰과 협력해 불법체류자 추방에 적극 나서겠습니다. 또한, AI기술을 방법 카메라에 적용해 행동패턴과 동선을 분석, 불법체류자 색출을 효과적으로 추진하겠습니다.
그를 소개해주는 유튜브에는 "청년 이강산, 구로에서 불법체류자 청소 나선다!"는 제목으로 인터뷰 영상이 올라왔다.
지난 1월 21일, 구로구 출마자와 같은 당의 국회의원 후보였던 박진재 자국민보호연대 대표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로 보이는 이들을 사적으로 체포하며 폭행한 혐의를 받아 징역 1년 2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여러 사람들과 전국을 돌며 미등록 이주노동자로 보이는 이들을 강제로 붙잡고 경찰에 넘기고, 폭행을 저지르는 행위를 한 혐의였다. 그가 체포한 피해자들 중에는 체류자격을 가진 이주민들도 있었다. 실형을 선고한 판사는 이런 범행을 저지른 데는 동남아시아 국적 외국인들에 대한 혐오관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외국인들에 대한 혐오는 이제 개인적 행위를 넘어 당의 선거공약으로 드러나고 있다.
자살한 28살 네팔 이주노동자 '뚤시'
한국에 입국한 지 6개월이 된 네팔 이주노동자 '뚤시 뿐 머걸'은 지난 2월 22일, 전라남도 영암에 위치한 돼지 축사에서 일을 하다 사업주 등의 괴롭힘에 결국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폭행과 괴롭힘을 당한 이주노동자는 뚤시만이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사업주가 그뿐이었을까 싶다. 이 사업주가 그냥 나쁜 사람이어서 이런 태도를 가졌다고만 볼 수 있을까.
또 토끼몰이식 단속을 피해 달아나다 중경상을 입거나 죽기도 하는 경우가 자주 있었음에도 비슷한 행태는 지속되고 있다. 도주 및 자해 위험이 있을 경우 보충적으로 사용하도록 되어 있는 출입국 인권준칙도 지켜지지 않은 것이다.
지난 3월 6일 포천시 이동면에서 한미연합 군사훈련 중 폭탄 오발로 발생한 폭탄으로 중경상을 입은 이들이 15명 이상 발생했다. 그중 1명이 이주노동자인데 그는 이번에 지급된 시의 재난지원금 지급을 받지 못했다. 이주민이기 때문이다.
탄핵국면에서도 뜬금없이 이주민들에 대한 혐오가 급증하고 있다. 선관위 직원의 국적 의혹을 제기하거나, 판사 이름을 갖고 중국 국적 아니냐는 얘기를 한다. 합리적 이유는 없고 혐오와 배척만 있다. 이성으로 판단하는 게 아니라 핑계가 필요하고 탓을 할 대상이 필요한 게 아니었을까. 그럴 때 가장 만만한 대상이 사회적 약자다.
이주노동자는 필요할 때만 쓰는 일회용이 아니라 사람
지난 3월 11일 <경향신문>에는 이주노동자들이 없으면 농사를 지을 수 없다는 강원 화천군 농업기술센터 계장의 인터뷰와 농촌지자체의 귀한 사람들이라는 현실이 소개되었다. 또 3월 12일 뉴스1 기사에 따르면 인구소멸 위기를 겪는 경북 영양군은 소멸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유엔 난민기구를 통해 미얀마 난민을 정착시킬 수 있도록 법무부와 논의하고 있다고 한다. 폐교를 수리해 거주지로 만들겠다는 계획도 검토중이라고 했다.
3월 13일 연합뉴스 기사에는 산업현장의 수요에 부합하는 외국 인력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현지에서 직접 인력을 양성하는 수요자 주도 훈련이 도입된다는 내용이 담겼다. 고용노동부와 울산광역시가 조선업 맞춤형 외국인력 양성 시범사업을 위해 우즈베키스탄에서 사전훈련을 시작한다는 내용이다.
필요할 때는 이주민, 이주노동자들을 환영하고 반기고 심지어 교육을 시켜서 모셔오기까지 하면서 눈에 거슬리면 내쫓고 몰아내는 일이 소위 경제선진국이라는 한국사회에서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 한 사회의 발전은 경제성장만으로 판가름될 수 없다. 민주주의와 인간에 대한 예의가 지켜지는 사회가 그 사회의 기본이어야 한다.
우리는 지금, 윤석열 탄핵을 외치며 윤석열들이 없는 사회를 만들고자 한다.
그렇다면 이주민, 이주노동자에 대해 인간으로서의 예의를 갖추고 사회공동체의 동료로 받아들이고 있는지 다시 생각해보자. 미국에서 트럼프의 불법이민자 체포 단속에 한인사회가 떨고 있다는 소식을 들을 때 느껴지는 불안감이 있다면 거꾸로 생각해보면 간단하다.
인간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사회를 같이 만들어 갈 수 있는 기회가 윤석열들이 없는 사회가 되는 그때이기를 바란다.
*4월 2일 밤까지 뚤시의 죽음에 대해 철저한 수사와 사업주 처벌을 촉구하는 공동성명에 함께 할 분들은 링크를 눌러 참가해주세요.
https://forms.gle/GevpwMqZXLPtPFSGA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권미정 김용균재단 운영위원장이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