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3 윤석열 내란 사태 이후 X(옛 트위터)에 게시된 자영업·소상공인 자녀들의 부모 가게 홍보글 일부 내용 발췌. ⓒ X
"공장에서도 못하는 자동차 기스 제거나 유리막 코팅 필요하시면 꼭 30년 넘게 일한 저희 아버지 가게로 찾아와 주세요."
"부모님이 매일 아침마다 육수 준비하시고 칼국수, 수제비도 직접 손으로 뜨십니다. '어탕칼제비' 맛 보신 분들은 1~2주 연속 드시러 (가게에) 올 정도로 맛을 보장합니다. 요즘 경기로 (부모님이) 힘들어하셔서 조심스럽게 올려봅니다."
12.3 윤석열 내란 사태에 따른 내수경제 둔화로 폐업 위기에 내몰린 소상공인·자영업자 부모를 둔 자녀들이 SNS에 부모의 가게를 홍보하는 움직임이 집단적으로 일고 있다.
전문가들은 "내란이 촉발한 경제위기를 어떻게든 극복해 보려는 사회적 분위기", "가계경제 위기에 맞서는 가족단위 고육지책"이라고 평가했다.
"가족단위 고육지책, 전향적 정책 필요"

▲개업 3년도 안 돼 '폐업'2월 25일 서울 한 상점에 임대광고가 붙어 있다. 이 상점은 지난 2022년 9월 개업했지만 3년도 안 돼 폐업했다. 한편 한국경제인협회가 자영업자 500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지난해 자영업자들의 매출, 순이익 등 사업 실적이 크게 악화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 연합뉴스
최근 X(옛 트위터)에는 소상공인·자영업자 자녀들이 부모의 자영업 매장을 홍보하며 방문·도움을 요청하는 글이 게시되고 있다. 홍보글에 담긴 부모들의 가게는 업종을 막론하고 전국에 위치해 있었다. 익명 이용자가 많은 X에서 신상 노출을 감안하는 이러한 현상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이례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부모 가게 홍보 움직임을 촉발한 누리꾼은 지난달 23일 경기도 수원 소재 부모의 가게 주소를 X에 게시한 뒤 "생선값은 오르고 손님은 줄어 하루 일당도 나오지 않는다. 폐업을 심각하게 고민"이라고 적었다. 이 글은 이날 기준 8200만 회 조회수를 돌파했고, 3만 회 이상 공유됐다. 이후 해당 글을 인용해 저마다의 사정 등을 올리며 가게를 홍보하는 게시글이 잇따르고 있다.
부모의 제과가게를 홍보한 또 다른 누리꾼은 댓글에서 "이렇게 연달아 빵을 굽는 게 처음"이라며 "어머니가 '바이럴(입소문)이 된 거냐면서 실수 없이 잘하겠다'고 신나 하신다"고 적었다.

▲X(옛 트위터)서 자녀들의 홍보로 알려진 자영업 매장들을 표시한 네이버지도 리스트가 등장했다. ⓒ X
온라인에서 촉발된 자녀들의 부모 가게 홍보는 지도 위 수많은 점으로 이어졌다. 일부 누리꾼들은 X에 올라온 자녀들의 홍보글을 모아 네이버 지도와 카카오맵에 리스트를 만들어 공유했다.
이날 기준 '트위터에서 보고 왔어요'(네이버지도)리스트에는 "충분히 가게 정보 검색 후 방문을 권장한다"는 안내와 함께 800여 개의 업체가 등록됐다. 카카오맵 리스트 또한 500개의 업체 주소가 기재됐고, 해당 리스트를 구독자만 2500여 명에 달한다.

▲부모님의 업장을 홍보하는 자녀들의 게시글에 큰 관심이 이어지자,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직접 해당 게시글 타래에 소개된 성동구 내 여러 업장을 방문해 후기를 남기기도 했다. 정 구청장은 3월 31일 트위터를 통해 "제가 방문하지 못한 타 지역의 모든 소상공인께도 깊은 위로, 그리고 응원의 마음 함께 전한다"며 "이 타래를 봐 주신 많은 분들께서도 근처 동네 가게, 골목상권에 더욱 많은 애정을 보여주시길 아울러 부탁드린다"고 쓰기도 했다. ⓒ X 갈무리
이에 대해 김은정 참여연대 협동사무총장은 "현장에서 만나는 자영업자분들은 '코로나 이후 고물가·고환율로 어려움이 가중되다가 윤석열 대통령의 (불법) 비상계엄 선포로 위기 결정타를 맞았다', '국민들의 지갑이 닫혔다'는 말씀들을 하신다"며 "자녀들이 부모의 가게를 홍보하는 것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 어떻게든 가계의 위기를 극복해 보려는 사회적 움직임이자 비상계엄이 촉발한 사회적 현상"이라고 평가했다.
오세형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팀 부장은 "코로나19는 여행업계 등 업종별 위기였고, 비대면 방침 때문에 현장에 못 가더라도 배달을 통해 소비를 풀어낼 수 있었는데 비상계엄 이후에는 아예 소비가 안 되는 상황"이라며 "자녀들의 SNS 홍보는 가계경제 위기에 맞서는 가족단위 고육지책"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정부와 국회가 (소상공인·자영업자들에게) 대출연장이나 이자감면 등 실질적 도움을 줄 상황 아닌가 싶다"며 "전향적 정책을 추진해 이들을 살려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가 상승과 소비 심리 위축에 따라 외식업 경기가 갈수록 악화하면서 자영업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외식산업경기동향지수에 따르면 외식업체 3천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작년 4분기 외식업계 체감 경기 지수(현재지수)는 71.52로 작년 3분기(76.04) 대비 4.52포인트 하락했다. 사진은 11일 서울 신촌 연세로 부근 상업지역 모습.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