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0주년 세계노동절 기념식에서 한 참가자가 노동해방 깃발을 들고 있다. ⓒ 최윤석
우리 민주화운동의 변곡점이 된 1987년의 투쟁을 흔히 6월항쟁이라 부르고 특징을 '넥타이부대'의 참여를 제시한다. 하지만 이 평가는 정확하지 않다. 7~8월의 대대적인 노동투쟁이 전개됨으로써 항쟁이 완성을 이룰 수 있었다.
4.19혁명, 부마항쟁, 광주민주화운동 등에는 어김없이 노동자 등 기층민중의 참여가 있었다. 실제로 희생자도 가장 많았다. 그럼에도 평가에서는 소략되거나 절하당하였다.
1989년 3월 "평범한 노동자를 위한 문예잡지"를 표방하며 월간 <노동문학>이 실천문학사에서 창간호를 냈다. 자문위원 이오덕·박현채·윤구병, 편집장 김영현 체제였다. '민족문학', '노동해방' 등 거대 담론보다 높은 문학의 향기를 담고자 하는, 평범한 노동자들이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잡지를 만들고자 한 것이다.
창간사 '평범한 노동자를 위한 문예잡지가 탄생하였습니다'이다.
지난 몇 년 동안 우리 사회는 안으로나 겉으로나 엄청난 변화를 겪어 왔습니다.
그 변화 속에서 특히 주목해야 할 변화는 노동자들의 사회적 진출입니다.
87년 6월의 민주화 대투쟁 이후 역사적인 7·8월 노동운동으로 이어지는 이 사회적인 진출은 각 현장 속에서 노동자들의 의식을 뒤흔들며 목소리를 높이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이제 정치·문화의 어떤 분야에서도 노동자들의 말과 주장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입니다.
문학이라고 하여 예외일 수는 없겠지요. 아니, 문학이야말로 그동안 소외되어 왔던 노동자들의 삶과 느낌, 주장을 적절히 담아 낼 수 있는 소중한 그릇인지도 모릅니다.말이나 글을 모조리 배운 사람들, 매스컴과 가까운 사람들이 지배하던 시절에는 우리 노동자들이 아무리 할 말이 많고 쓰고 싶은 글이 많아도 반벙어리나 귀머거리 같은 취급을 당했습니다. 서점의 진열대에 꽂힌 수많은 책들 가운데에 노동자들이 읽을 수 있는 책, 읽고 싶은 책은 한 줌도 되지 않는 것이 그 증거입니다.
말하자면 노동자들은 자기 자신을 표현할 수 없는 부류라거나 표현해서는 안 되는 부류로 찍어 둔 것이었지요. 그러나 지금은 많은 것이 달라져 가고 있습니다.
세계는 분명히 변화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문학에서도 이제 '노동 문학'이라는 말이 공공연히 유행되고 있고 노동 현장의 모습이 문학 작품 속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지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요즈음 한창 논쟁을 벌이고 있는 민족 문학의 성격 문제 역시 노동자들의 이러한 문학 활동과 연관이 있는 것입니다.
실제로 요즘, 노동자들도 글을 쓰는 사람이 상당히 많아졌습니다. 이름이 드러난 몇몇 사람들 외에도 많은 노동자들이 자신의 생각이나 느낌, 경험을 기록해 두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각종 노동 조합 화보나 문집, 그리고 문예 행사에 투고되는 작품의 양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글을 쓴다는 것은 인간다운 삶을 향한 최소한의 욕구이자 자기 확인이며 타인에게 자신을 알리는 자아 실현의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작 자신의 삶을 정직하게 그려 내는 노동자들은 드물다는 데에 문제가 있습니다.
자신의 생각이나 경험이 아니라 지금까지 우리의 눈과 귀를 막고 달콤한 이야기만 속삭이던 사람들의 생각이나 주장을 그대로 자기 것인 양 표현하는 노동자들이 많다는 것입니다. 또 그것을 문학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이제 각 현장 속에서 조그만 문학 서클들이 많이 생기고 있고 그 속에서 '문학이란 무엇인가?', '노동문학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가?' 등의 진지한 토론이 이루어지고 있음은 참으로 기쁜 일입니다. 우리는 여기에서 좋은 노동 문학 작품들이 많이 쏟아져 나오길 기대합니다.
월간 '노동문학'은 바로 이러한 배경 속에서 탄생한 최초의 노동자 대중 문예잡지입니다.
보다 유익한 내용, 보다 높은 문학의 향기를 담고 있는 내용, 그러면서도 평범한 노동자들이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잡지가 없을까?
월간 '노동문학'은 항상 이 점에 유의할 것입니다.
이제 첫걸음을 시작하는 월간 '노동문학'에 많은 성원을 바랍니다.
덧붙이는 글 | [광복80주년명문100선]은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