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기소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뒤 입장을 밝히고 있다. ⓒ 유성호
[기사보강: 26일 오후 6시 46분]
"자꾸 자다가 벌떡 일어났다. 악몽 때문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당내 한 인사가 26일 오후 이 대표 무죄 선고 직후 국회 본청에서 만난 취재진과 대화 중 전한 말이다. '악몽'이라 표현할 정도로,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항소심을 앞둔 민주당 내부는 오전부터 불안과 긴장 일색이었다.
그러나 악몽은 길몽이 됐다. "사필귀정"이라는 당내 반응들이 우후죽순 이어졌다. 같은 날 오후 의원총회를 위해 국회 본청으로 들어오는 대부분 의원들의 얼굴에는 긴장이 해소된 듯 여유가 감돌았다. 법원에서 국회로 돌아온 한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당 지지자에게 받았다는 꽃다발을 보여줬다. "이재명 무죄"라는 글이 적혀 있었다. 서영교 의원은 "이제는 윤석열 차례다", "윤석열 파면" 등을 외치며 의원총회 장으로 들어갔다.
대법원 확정 판결, 파기환송 시 고법 판단 남았지만...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기소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뒤 동료 의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 유성호
대선 출마 여부를 가로지을 피선거권 박탈 여부부터, 430억 원에 달하는 당 선거보전금 반환까지. 이 대표를 둘러싸고 첩첩산중으로 쌓여있던 가장 큰 사법 리스크가 일단 크게 해소됐다. 다만 대법원의 확정 판결이라는 마지막 산이 남아있긴 하다. 공직선거법에 따라 3개월 내 대법원의 판단이 마무리 돼야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오는 6월 26일 전까지 결론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법원이 만일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을 한다고 해도, 이를 다시 받아든 또다른 고등법원의 결론이 나오기까지도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조기 대선 국면에서 별다른 영향을 끼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당내 한 중진 의원은 같은날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헌재가 판결을 늦추려 한다고 해도, 파기환송심이 끝날 때까지 늦출 수는 없다"고 말했다.
결국 이제 이 대표 앞에 남은 가장 큰 숙제는 '윤석열 파면'이다. 헌법재판소를 향한 '신속 결정' 요구가 이 대표의 무죄 선고 직후 민주당 내부서 쏟아져 나온 이유도 이 때문이다. 당 공식 입장에도 헌재를 향한 메시지가 담겼다.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헌재에도 신속한 선고기일 지정을 촉구한다"면서 "국민께서는 이 혼란을 끝낼 내란 수괴 파면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헌재 향한 메시지 쏟아져... "조급함 버리고 조심히 대응" 주문도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항소심 선고 공판이 열렸다. 박범계 의원이 무죄 속보가 뜨자 주먹을 불끈 쥐며 기뻐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당내 의원들도 페이스북에 일제히 헌재를 겨냥한 글들을 올렸다. 오기형 의원은 이 대표의 무죄 선고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제는 헌법재판소가 답해야 한다"고 남겼다. 정권 교체를 염두에 둔 발언도 이어졌다. 주철현 의원은 "4기 민주정권 창출의 청신호가 켜진 것"이라면서 "헌재는 내란수괴 윤석열의 탄핵 선고 기일을 즉각 확정하고 하루 속히 파면할 것을 거듭 촉구한다"고 남겼다. 박주민 의원은 "이제 탄핵 선고만 남았다"면서 "윤석열 파면으로 헌정 질서를 바로 잡겠다"고 말했다. 김용민 의원도 "헌재도 헌법상 책무를 신속하게 수행해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은 이미 헌재의 신속 결정을 위한 고강도 비상행동을 예고한 바 있다. 같은 날 오후 5시부터 진행되는 의원총회에서 관련 내용을 정리할 예정이다. 황정아 대변인은 같은 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향후 천막당사 24시간 체제로 전환, 광화문 철야농성 돌입을 고려할 것"이라면서 "국회의원들 뿐 아니라 국민 전체가 참여할 수 있는 역동적 캠페인을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당내에선 헌재의 신속 결정을 촉구하는 동시에, 보다 국민 여론을 감안한 '차분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주문도 나온다. 당내 전략통으로 분류되는 한 중진 의원은 같은 날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헌재는 헌재의 프로세스가 독립적으로 진행되는 것"이라면서 "괜히 조급하다가 옆길로 새는 수가 있다. 이럴 때일수록 조심히 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곧바로 대법원에 상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전현희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오후 국회 본청에서 열린 의원총회가 끝나고 기자들과 만나 "윤석열 구속취소 결정에는 즉시항고를 포기한 검찰이 이 대표의 2심 무죄판결에 대해 단 하루도 고민하지 않고 상고했다는 건 사실상 내란수괴 윤석열의 하수인에 불과하다는 자백이자 내란공범이라는 자인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검찰의 불공정한 잣대와 이중성, 검찰 권력을 사사로이 사용하는 부분을 강력히 규탄하며 국민들이 이를 심판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 대표는 무죄 선고 직후 경북 안동 산불 현장으로 직행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개인적 고난은 한 차례 넘겼지만 산불 피해로 인한 국민의 고통을 떠올리니 걱정이 앞선다"면서 "지금 안동으로 간다. 피해 주민들에 대한 책임 있고 신속한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힘을 모으겠다"고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