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열린 미국 에너지부 민감국가 지정 관련 긴급 현안보고 및 질의에서 답변하고 있다.
ⓒ 남소연
미국 에너지부의 '민감국가' 명단에 한국이 등재된 걸 인지한 이후에도 정부 부처 간 정보 공유에 3일이나 걸린 것으로 나타났다. 4월 15일 이전에 등재를 취소할 가능성에 대해 당국자는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24일 오후 '민감국가' 명단 등재 관련 현안질의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부 당국자들은 민감국가 해제 가능성에 확답을 하지 못했다. 지난 20일 미국에서 진행된 안덕근 산업부장관과 크리스 라이트 미 에너지부 장관의 회담에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협력하기로 합의"했고, 이어 국장급 실무협의를 열었다는 설명을 반복했다.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4월 15일 이전에 명단 등재를 해제할 수 있느냐"고 묻자, 박성택 산업통상자원부 제1차관은 "시점을 예단하기 어렵다"며 "국장급 협의를 계속해야 한다"고 답했다. 조 의원이 "될지 안 될지 모른다는 거냐"고 묻자 박 차관은 "그렇다"고 답했다.
여러 의원들은 민감국가 명단은 1월 초에 작성됐는데, 미국과 동맹을 맺고 있는 한국이 이 사실을 두 달 가까이 몰랐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이날 회의에 출석한 당국자들의 답변을 종합하면, 명단 등재 사실은 3월 7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최초로 파악했고, 외교부로 전달된 것은 3월 10일이었다. 3월 8~9일은 주말이었지만,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하면 하루라도 빨리 관계 부처에 공유됐어야 하는 사안이었다. 과기부가 정보를 얻은 경로는 공개되지 않았다.
조태열 외교부장관은 "초기 접촉 시에는 미 에너지부 내에서도 정확한 경위를 파악하고 있는 직원이 없어, 사실관계를 확인해보고 알려주겠다는 반응이었다"며 "미 에너지부가 대외 비공개를 전제로 작성, 관리하는 것으로서 내부적으로도 기술보안 관련 부서의 소수 담당자들만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생각된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이 명단은 3개 등급으로 분류되고 한국이 포함된 '기타 지정국가'는 3등급으로 최하위 범주라고 설명했다. 또, 한국이 명단에 오른 것은 "외교정책적인 문제가 아니라 에너지부 산하 연구소에 대한 보안 관련 문제가 이유인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또 "리스트에 등재되더라도 공동연구 등 한·미 과학기술 협력에는 새로운 제한이 전혀 없다는 것이 미 에너지부의 설명"이라며 "국무부, 백악관, NSC 등 관계 기관으로부터도 한·미 간 협력과 파트너십은 굳건하다는 일관된 메시지를 외교채널을 통해 재확인했다"고 말했다.
미측, 구체적인 보안 문제 거론 안 해... "핵심은 핵 문제"

▲김준형 조국혁신당 의원이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열린 미국 에너지부 민감국가 지정 관련 긴급 현안보고 및 질의에서 의사진행발언을 하고 있다. ⓒ 남소연
하지만 미국 측은 어떤 보안 문제들이 있었는지 밝히지 않았다고 당국자들은 말했다. 이창윤 과기부 제1차관은 "미국으로부터 들은 특정한 사안은 없다"고, 박성택 산자부 제2차관은 "(미국 측이) 구체적으로 말한 것은 없다"고 밝혔다.
미국 측은 '기술 보안'을 명단 등재의 이유라고 밝혔지만, 이면에 다른 문제가 '진짜 문제' 아니냐는 지적이 야당 의원들로부터 제기됐다. 국내에서 반복돼 온 '핵 무장론'이 원인이라는 것이다.
권칠승 민주당 의원은 "윤석열 정부 들어서 무책임한 핵무장론을 주장하고 북한의 도발을 유도하고, 비상계엄 때엔 미국에 알리지 않고 군을 움직여 한미동맹이 훼손됐다"며 "보안 문제라는 사소한 문제로 민감국가로 지정할 정도로 양국 관계가 어려워졌다"고 지적했다.
김준형 조국혁신당 의원은 "문제의 핵심이 핵 문제라는 증거는 차고 넘친다. 원인 파악을 못하고 '기술 보안 문제'라고 하면 이 문제가 해결 안 된다"면서 "'비핵화 선언에 대한 재고는 절대 하지 않고 있다'는 얘길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