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년 10월 2일 충남 계룡대에서 열린 대한민국 국제방위산업전시회 KADEX 2024에서 관람객들이 전시물을 살펴보고 있다. ⓒ 연합뉴스
최근 러-우 전쟁도 종전이 가시화되고 있다. 이 전쟁의 주요 특징 중 하나는 무인체계가 전장의 판도를 뒤흔들었다는 점이다. 위험 지역에 인력을 투입하지 않고도 높은 효율을 내는 드론봇 등 AI 기반 무인 전력은 전투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음을 입증해 보였다. 이에 세계 각국은 앞다투어 AI 무인체계를 도입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서 멈출 일이 아니다. 기술 혁신으로 국방력을 강화하는 데서 더 나아가, AI로 인한 생산성 향상을 공공 영역에서 일부 확보해 국민 모두가 혜택을 누리는 사회를 만들 수는 없을까?
최근 여러 연구에서, "AI가 디지털 시민 참여를 유도해 갈등을 줄이고 공공 거버넌스를 개선한다"는 사례들이 보고된다. 분쟁 후 재건 과정에서, AI 기술과 시민 참여가 결합되면 외부 부정부패나 불투명을 억제하고 지역사회의 소통·협업을 촉진해 평화 정착에 크게 기여한다는 것이다. 물론 상황은 '분쟁 이후'와 '국방혁신'이 다를 수 있지만, 무인 전력 강화와 AI 활용에서도 비슷한 논리가 적용 가능하다.
무인체계, '효율'에만 그치지 않고 '공개적 혁신'이 되어야
드론봇 등 무인 전력은 적은 병력으로도 높은 전투력을 발휘해 국방 효율을 크게 올린다. 인명 손실을 줄이는 장점 외에도 정보감시능력에도 기여하여 통합 작전 성공률도 견인한다. 그러나 단순히 무기체계로서의 효율이 뛰어나다는 이유만으로는 국민적 지지와 지속가능한 혁신을 보장할 수 있을까. 기술 개발 예산이 막대하게 투입될 텐데, 소수 기업 또는 특정 세력만 이익을 독점하거나 사용처가 불투명하면 반발이 커질 수 있다.
실제로 최근 아프리카 평화 구축 사례에서,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예산 집행과 의사결정 과정을 투명화하고 시민 모니터링을 도입하자 부패가 억제되고 공공 신뢰가 높아졌다는 보고가 있다. 국방 분야도 마찬가지다. 무인 전력 개발 사업에 일정 수준의 공개·통제 장치를 두고, 관련 정보를 온라인에서 시민·전문가가 모니터링하도록 하면 어떨까. 국민은 세금이 어디에 얼마나 투입되는지 감시할 수 있고, 스타트업·청년 연구자들도 아이디어를 제안하며 국방과 민간 분야 사이를 넓게 연결할 수 있다.
청년의 참여가 국방혁신과 사회 이익 연계한다
AI 기반 무인 전력으로 장병 수요가 줄어든다 하더라도, "청년의 역할"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드론 조종, 로봇 프로그래밍, 빅데이터 분석 등에 탁월한 '디지털 원주민' 세대인 청년들이 적극 참여해야 한다. 분쟁 지역일수록 시민이 직접 평화 구축을 주도할 때 성과가 높았다는 연구(Niyitunga, 2024)처럼, 국방 혁신도 청년이 현장의 감각과 창의성을 발휘하며 추진할 때 지속가능성이 담보된다.
가령 병영에서 AI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청년 대상 해커톤이나 협의체를 구성해 무인체계 활용 아이디어를 수렴한다면 어떨까. 이미 글로벌 민간 기업들이 VR·AR·AI를 결합한 훈련 시스템을 선보이는 지금, 청년 연구자와 장병이 함께 기술을 개발해 민간으로 확장한다면 방위산업과 민간기업 간 시너지가 커질 것이다. 그 결과물은 국방 이외의 분야에도 쓰이며, AI 무인체계 도입이 만들어낸 생산성 상승을 사회 전체가 공유할 수 있게 된다. 국가 안보와 경제·사회 발전이 동시에 이뤄지는 셈이다.
공공 영역에서 일부 확보, 국민 전체가 누리도록
핵심은 "AI로 인한 효율과 생산성 증가분 중 일부를 공공 재화로 전환해, 국민 누구나 이익을 나누도록 만들자"는 것이다. 무인 전력 개발 과정에서 축적된 빅데이터·알고리즘·운용 노하우를 재난·치안·물류 등 민간 부문에 이중용도(dual-use)로 이전하면, 공공 서비스 품질도 함께 높아진다. 방위 산업에서 청년들이 갈고 닦은 기술이 창업이나 스타트업 등으로 이어져 일자리를 창출하는 선순환도 가능하다. 이처럼 국방 분야에서 생긴 혁신 성과가 사회 전반에 퍼질 때, 그 혜택은 청년만이 아니라 모든 국민이 공유하게 된다.
그러기 위해선 국방 분야의 '폐쇄적' 이미지를 깨고, 디지털 거버넌스를 도입해 예산·정책 의사결정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협력해야 한다. 일부에서는 군사보안을 들어 "군사기밀을 노출하면 안보가 약화된다"고 우려하지만, 필수 군사기밀과 정책·예산 차원의 정보공개를 구분해 적절히 관리하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도리어 투명성과 개방이 안보 신뢰를 높이고, 청년의 참여 동기를 자극하는 촉진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 해외 사례의 결론이다.
AI 무인체계가 단순히 무기체계로서의 효율성을 확장하는 수준에 머문다면, 그 효율 뒤엔 내부 부패나 국민적 거부감이 잠재해 있을 위험이 크다. 그러나 AI로 촉발된 디지털 시민 참여와 청년 주도의 혁신을 결합한다면, 국방 분야가 투명성과 책임감을 갖추고, 생산성 이득을 사회 전체가 누릴 수 있게 된다. "안보 증진"과 "공공 이익"이 양립하는 길이 열리는 것이다.
AI 시대, 국방은 더 이상 밀실에서만 결정되는 영역이 아니다. 청년이 디지털 리터러시와 창의력을 발휘해 국방혁신을 설계하고, 예산 투입 결과물을 민간 영역과 공유한다면, 우리는 윤리적이면서도 효율적인 무인 전력 시대를 열 수 있다. 그리고 이 생산성 상승이 우리의 공공재로 확대될 때, AI 무인전력 강화가 곧 국민 전체의 삶을 개선하는 원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덧붙이는 글 | 유도진 기자는 극동대학교 해킹보안학과 교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