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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3.24 10:50최종 업데이트 25.03.24 10:51

늘어나는 반려동물 인구...이젠 동물복지 더 강화할 때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어제는 세계 강아지의 날 (매년 3월 23일)이었다. 얼마 전 아내가 평소 친하게 지내던 지인으로부터, 그 지인이 키우던 고양이가 죽었다는 연락을 받았던 기억이 났다. 걱정이 된 아내는 급히 약속을 잡고 지인을 만나고 왔다. 돌아온 아내가 말하길, 아직도 고양이를 잃은 슬픔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며 걱정이라고 했다.

그에게 고양이는 있어 '가족과도 같은 존재'가 아니라 말 그대로 '가족'이었기 때문이다. 10년이 훌쩍 넘는 시간을 정을 주고받았으니 깊은 상실감에 빠져버린 건 당연한 일이었다. 외동으로 태어나 사회생활을 시작한 뒤로 줄곧 1인 가구로 살고 있는 지인에게 있어 고양이는 둘도 없는 친구였단다.

그러니까 그는, 단지 고양이를 잃은 게 아니라 오래 함께 해 온 친구를 잃은 것이었다. 그렇게 감정 이입을 하기 시작하니 아내도 나도 그 당사자가 괜찮을지, 앞으로 마주한 현실에서 혼자 얼마나 외로울지 상상이 되질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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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를 키우지 않고 있는 나로서는 솔직히 그 슬픔과 상실감이 쉽게 와닿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태어나서 한 번도 반려 동물과 살아 본 적이 없기에 더욱 그렇다. 고양이는 전혀 길러본 적이 없고, 강아지 역시 어렸을 때 물릴 뻔한 적이 있어서인지 정이 가질 않았었다.

나이를 먹고 성인이 되고 나서야 상대적으로 크기가 작은 동물들에게서 '귀여움'이라는 걸 느끼기 시작했다. 사십 대가 되어서야 작은 동물들이 주는 세상 무해한 매력을 알게 된 것이다.

2~3년 전부터 조금씩 더 마음을 열고 고양이나 강아지들을 바라봤다. 골목길에서 마주하는 대부분의 고양이들은 내가 알아차리기도 전에 내 시선 밖으로 도망쳤다. 강아지들 역시 대부분 주인 곁을 맴돌며 일정 반경 이상 다가오지 않았다. 이제는 그 녀석들이 내게 관심이 1도 없음을 알려주려는 듯이.

그럴 때마다 괜히 서운할 때도 있었다. 반려 동물들에게 조금씩 애정이 생겨나려는 찰나였기 때문이다. 우연히 골목에서 스치듯 만나는 나조차도 이러할 진대, 오랜 시간을 한 집에서 함께 살아온 고양이가 세상을 떠났으니 그 마음이 오죽할까.

 반려 동물은 누군가에게 너무나도 소중한 존재다(자료사진).
반려 동물은 누군가에게 너무나도 소중한 존재다(자료사진). ⓒ michaelsum1228 on Unsplash

아내의 지인이어서 나는 잘 모르지만 그럼에도 마음 한 구석이 뻥 뚫렸을 거라는 생각에는 의심이 들지 않았다. 허전함과 외로움이 상상 이상일 것이고 어쩌면 마음속에서 완전히 떠나보내기까지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이렇듯 반려 동물은 누군가에게 너무나도 소중한 존재다. 굳이 인간을 즐겁게 해 주기 위한 '애완'(한자어 '완'에 대한 논란은 차치하더라도)이 아닌, '반려'라는 표현을 더 많이 쓰게 된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반려 동물의 죽음을 지금보다 더 무게감 있게 다룰 필요가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국내 1인 가구는 전체 가구의 35.5%를 차지하며, 이는 약 782만 9천 가구에 달하는 수치다. 더구나 1인 가구 비중은 지속적으로 증가 중이다. 불행히도 1인 가구 중, 반려 동물을 키우는 이들의 통계는 아직 제대로 집계되거나 공개되어 있지 않다.

하지만 추측은 할 수 있다. 일단 우리 주변에서도 반려동물을 키우는 이들이 늘고 있다. 현재와 같이 1인 가구 비율이 계속 늘어가게 된다면 그들이 반려 동물을 기르게 될 확률 역시 늘어나게 될 것이다. 반려 동물의 질병이나 죽음과 관련된 제도들을 논의해 볼 필요가 있다.

질병에 관해서는, 보험이 잘 적용되지 않는, 높은 치료 비용 때문에 반려인들에게 매우 큰 부담이 되고 있다. 민간 업체에서 가입할 수 있는 일부 보험이 있다고는 하지만 국가 차원에서의 지원도 필요하리라는 생각이 든다. 반려 동물 사망에 대한 지원 역시 마찬가지다. 이 역시 민간업체를 통해서 장례를 할 수 있기는 하지만, 비용도 비용이고 결정하기 쉽지 않은 현실이다.

반려인구가 늘어가는 만큼 반려 동물에 대한 복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에 현행 '동물복지법'이 있기는 하나, 아직까지 반려 동물 사망에 따른 일관된 복지 제도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먼저 국민들의 공감대가 필요하다고 본다.

누군가는 사람도 먹고살기 힘들어 죽겠는데 무슨 동물을 챙기냐는 식으로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반려 동물에 대한 복지는 곧 해당 반려인에 대한 복지이기도 함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반려인은 정서적으로 반려동물과 공감을 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사람이 다 채워주지 못하는 정서적 교감을 반려 동물과의 삶에서 얻는다.

그래서 그들에게 반려 동물의 죽음이란, 데리고 키우는 동물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 소중한 존재의 소멸이다. 많은 사람들의 벗이 되어 주는 살아있는 존재. 동물이 아닌 귀한 '동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달걀만 동물복지를 찾을게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사회 공동체 속에서 반려 동물에 대한 우리의 관점을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할 때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브런치와 개인 SNS에도 실립니다.


#반려동물#반려인#동물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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