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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재명 망언집' 이라 적힌 책자를 들고 현안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5.3.21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재명 망언집' 이라 적힌 책자를 들고 현안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5.3.21 ⓒ 연합뉴스

21일 국민의힘은 <이재명 망언집 - 이재명의 138가지 그림자>란 책자를 누리집에 공개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과거 발언 138개를 '망언'으로 규정한 이 책자는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실 주도로 만들어졌다(관련 내용 링크)

서문에서 권 원내대표는 "이재명 대표의 발언들은 제각각 흩어져 있지만, 하나로 모이면 대한민국의 근본을 뒤흔드는 위험한 그림"이라며 "히틀러가 전쟁을 준비하며 평화를 외쳤듯, 이재명 대표 역시 자유와 시장경제, 한미동맹을 정치적 수사로 악용하고 있을 뿐"이라고 힐난했다.

책자는 이재명 대표의 138가지 발언을 경제·복지·노동·법치·외교·안보·막말·정당·재난·검열 등 10가지 분야로 분류·정리했다. 발언의 내용과 발언 일시, 장소만 적혀 있을 뿐, 해당 발언이 망언인 이유나 발언이 나온 배경 등에 대해선 설명을 달아놓지 않았다.

해당 책자를 살펴보면 이 대표가 비판받을 만한 발언도 있고, 현재의 이재명 대표가 '생각이 바뀌었다'면서 철회한 발언도 있다. 문제는 '과연 이것을 망언이라고 할 수 있나'라는 생각이 드는 이재명 대표의 발언들 역시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그런 발언들을 유형별로 몇 가지 살펴봤다.

[유형①] 같은 말 해도 우리가 하면 OK, 이재명이 하면 망언? 내로남불의 끝판왕

 책자는 "공공배달앱은 디지털 인프라다. 하나의 사회간접자본(SOC)으로 접근하는 것이 맞다"라는 2020년 4월 17일의 이 대표 발언을 복지 분야 망언으로 꼽았다. 국민의힘 의원이 윤석열 정부에 공공배달앱을 육성해달라고 요청한 사실은 잊은 모양이다.
책자는 "공공배달앱은 디지털 인프라다. 하나의 사회간접자본(SOC)으로 접근하는 것이 맞다"라는 2020년 4월 17일의 이 대표 발언을 복지 분야 망언으로 꼽았다. 국민의힘 의원이 윤석열 정부에 공공배달앱을 육성해달라고 요청한 사실은 잊은 모양이다. ⓒ 국민의힘 누리집 갈무리

먼저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내로남불)'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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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배달앱은 디지털 인프라다. 하나의 사회간접자본(SOC)으로 접근하는 것이 맞다"는 2020년 4월 17일의 발언을 복지 분야 '망언'으로 꼽았다. 국민의힘 의원이 윤석열 정부에 공공배달앱을 육성해달라고 요청한 사실은 잊은 모양이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은 "배달의민족·쿠팡이츠·요기요 등 민간 배달플랫폼 점유율을 합하면 전체의 96.5%인데 수수료 담합이나 특혜 요구 등 불공정행위가 있는지 정부가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한다"라면서 "공공배달앱을 육성하는 것도 굉장히 중요한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고, 정부 측에서 민간 영역이기 때문에 개입하기 곤란하다는 입장에서 조금 더 진일보할 필요가 있다"라고 정부의 공공배달앱 육성을 촉구했다.

이에 방기선 국무조정실장은 "공공배달앱 부분에 있어 보완할 수 있도록 정부가 할 수 있는 조치를 만들어 볼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재명 대표의 공공배달앱 발언이 망언이면, 김 의원과 방 실장의 발언 역시 망언이라는 이야기일까?

"특정 산업의 연구·개발 분야 고소득 전문가들이 동의할 경우 예외로 '몰아서 일하게 해주자' 는 게 왜 안 되느냐고 하니 할 말이 없더라"라는 지난 2월 이재명 대표 발언 또한 노동 분야의 망언으로 지목됐다.

하지만 2023년 11월, 국민의힘은 특정 업종과 직종에 한해 연장근로시간을 현행보다 더 쓸 수있는 방안을 내세운 윤석열 정부의 '근로시간 제도 개편 방향'을 환영하며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부가 함께 추진하고 있는 노동 개혁이 이제 첫발을 내딛은 셈"이라고 상찬했다. 같은 발언이라도 자신들이 하면 노동 개혁이고, 이 대표가 하면 망언이라는 뜻일까.

[유형②] 이게 왜 망언? 이유도 설명도 없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망언 지목

 누가 봐도 객관적으로 합리적인 발언에 대해 망언이라고 지목하고는 그 이유에 대한 설명이 없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망언인 유형도 있었다.
누가 봐도 객관적으로 합리적인 발언에 대해 망언이라고 지목하고는 그 이유에 대한 설명이 없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망언인 유형도 있었다. ⓒ 국민의힘 누리집 갈무리

누가 봐도 객관적으로 합리적인 발언을 '망언'이라고 지목하고는 그 이유에 대한 설명이 없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유형도 있었다.

대표적인 것이 "법률해석은 범죄자가 아니라 판검사가 하는 겁니다. ㅉㅉ"이란 이 대표의 2016년 트위터 발언이다. 법률해석은 당연히 범죄자가 아니라 법정의 몫이다.

국민의힘은 자신의 유죄판결에 이 대표가 항의하는 것을 두고 2016년의 발언과 모순된다면서 이를 게재했을 것으로 보여진다. 그러나 앞뒤 맥락은 전혀 설명해놓지 않아 그 의도가 드러나지 않았다. 설령 그 맥락을 설명했더라도 저 발언 자체를 망언으로 볼 수 없는 매한가지다.

이 대표가 2017년 출간한 저서에서 "아무리 비싸고 더러운 평화도 이긴 전쟁보다는 낫다"라는 대목을 망언으로 규정한 것 역시 마찬가지다. 전쟁의 참혹함을 국민의힘이라고 모르지 않을 텐데 왜 승전보다 값비싼 평화를 중시하는 발언이 잘못된 것인가. 이 역시 아무런 설명이 없다.

지난해 11월 이 대표가 "누군가는 정치보복을 끊어야 하고, 기회가 되면 당연히 내 단계에서 끊겠다"라고 한 것을 망언으로 꼽은 건 그야말로 화룡정점. 그렇다면 국민의힘은 정치보복이 계속 돼야 한다고 보는 걸까.

'이재명이 한 말이니 망언'?... 비판은 품격 있을수록 치명적임을 잊었나

이외에도 어처구니 없는 망언 낙인찍기는 많았다.

책자는 이재명 대표가 지난 1월 "김정은 위원장은 미사일 도발을 당장 멈춰야 합니다. 적대 행위를 중단해야 합니다. 무모한 도발을 지속할수록 국제 사회에서 고립될 것이고, 북한 주민들의 고통이 심화될 것입니다. 선대들, 우리 북한의 김정일, 또 김일성 주석의 노력이 폄훼되지 않도록, 훼손되지 않도록 애써야 할 것입니다"라고 발언한 것을 망언으로 봤다.

'우리 북한의 김정일, 또 김일성 주석'이라는 표현에 꽂혀 망언이라고 칭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김정은 위원장에 도발을 중단할 것을 단호히 주장하면서 사실상 '김 위원장의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쌓아온 유산에 먹칠하지 말라'는 강한 어조의 비판으로 읽힌다. 북한의 무력 도발을 비판하는 것조차 이 대표가 하면 망언이 되는 걸까.

또한 지난 2월 7일 이 대표가 "지난 촛불 혁명 때 우리 국민들이 정말 그 한겨울에 아이들 손잡고 힘겹게 싸워서 박근혜 정권을 끌어내렸는데 결과가 뭐냐? 그 후에 나의 삶은 뭐가 바뀌었냐? 이 사회는 얼마나 변했나? 그 생각을 한다는 거예요"라고 발언한 것에 대해 '문재인 정부 겨냥'이라고만 덧붙였을 뿐, 이 발언이 망언인 까닭은 설명하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가 민생과 사회개혁에서 국민이 기대한 것만큼의 변화를 이루지 못했다는 지적은 이미 문 정부 시절에도 민주당 내부에서 지속적으로 지적돼왔다. 국민의힘 또한 문재인 정부의 실책을 계속해서 비판해왔다. 그럼에도 해당 발언이 망언인 이유는 무엇일까.

국민의힘이 자신 있게 내놓은 '이재명 망언집'을 살펴보면 얼토당토 않는 이유로 그저 이 대표가 한 말이라 '망언'이라고 비판한 게 적지 않다. 가짓수만 모아놓고 발언이 왜 망언인지 설명이 없다면 설득력을 얻기 힘들다.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 '국민의힘이 이재명을 홍보하고 있다'는 힐난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상대방을 향한 비판은 품격이 높을수록 치명적'이란 것을 국민의힘은 잊은 걸까. 권성동 원내대표는 해당 책자가 초판본이라고 했다. 재판본은 부디 이보다 낫길 바란다. 우리 정치의 수준이 이 정도로 저열하다는 자괴감을 국민에게 주기 싫다면 말이다.

#이재명망언집#국만의힘#이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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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우 (ahtclsth) 내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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